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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Apr 04. 2019

엄마~ 다 쌌어!!

먹고사는 일, 먹고 싸는 일

촤르르르


‘무슨 소리지? 설마??’


아이는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화장실에서 걸어 나왔다. 아이의 바지는 축축이 졌어있었다.

“네가 닦았어?”

“응, 한번 해봤는데, 잘한 것 같아. 휴지에 아무것도 없었어.”

“어휴, 다 컸네  우리 딸. 그런데 바지가 너무 많이 졌었네. 갈아입자.”

“응, 내가 칙칙이를 많이 했거든. 그래서 그래.”

“그래  잘했다.”



아이들이 아기였을 때는 응가를 제 때 싸주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설사가 아닌 것에, 변비가 아닌 것에 그저 감사했다.

두 돌이 될 때 즈음, 여기저기 배변 훈련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3일 만에 기저귀 땠어요.”

“어머, 아이가 정말 빠르네요.”

“이제 변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축하해요.”


우리 아이들은.......

배변 훈련에 금방 성공 하지도, 변기를 바로 사용하지도 못했다. 기저귀만 때도 살 것 같았다. 그게 인생에 큰 숙제라도 되는 것 마냥 조바심이 났다.

특히 아들인 큰아이는 앉아서 힘주는 법을  터득하지 못해 한참을 기다려 줘야 했다. 커튼 뒤에서 큰일을 다 본 뒤에 어기적 어기적 걸어 나왔다. 물론 기저귀가 없는 채로.


두 아이가 기저귀를 때고 변기를 사용하면서부터 시작된,

“엄마, 다 쌌어~”


가끔 남편과 누가 갈 것인지 가위바위보를 하기도 하고, 집안일하느라 아이의 목소리를 못 들은 척하기도 했다. 기저귀만 때면 다 되는 줄 알았더니......

“아빠가 닦아주는데 엉덩이 찢어지는 줄 알았어.”

“난 앞으로 튕겨 나갈 뻔했어.”

아빠는 매번 힘 조절을 잘하지 못해 아이들의 원성을 샀다. 그래서 매번 아이들은 엄마를 부른다.

(혹시, 고도의 작전이었나?)



아이들이 자라니 많이 먹는다. 먹는 만큼 싼다. 냄새는..... 아마 다들 아실 것이다.


큰아이는 예민하고 비위가 약해 본인이 만들어낸 결과물 냄새에도 구역질을 했다. 그러니 스스로 뒤처리도 하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도 엄마를 계속 불렀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천근만근 다리를 질질 끌고 들어가 잔소리를 했다.

정해진 기간은 없지만, 이제 9살이면 스스로 해야 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 갑자기 2주 전부터 엄마를 안 부르기 시작했다. 화장실 간다는 말도 없이 알아서 볼일을 보고 나온다.

그게 뭐라고 이렇게 감격스러운지......


그리고 며칠 전, 7살 둘째가 혼자 뒤처리를 하고 나왔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일이다.

이렇게 아이들은 독립적인 사람이 되었고, 난 아이들의 뒤처리에서 해방되었다.




여러 아시아의  화장실에는 수동 비데가 있다. 작은 호스로 연결되어있는 밸브를 누르면 물이 나온다. 밸브를 누르는 손가락의 힘으로 물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칙칙이라고 부른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낯선 이 칙칙이가 우리 아이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물건이다. 한국에 잠시 머무는 동안, 아이들은 칙칙이가 없어서 너무 불편하다고 말한다. 자동 비데가 있지만 아이들은 만족하지 못한다.

“한국에도 칙칙이가 있었으면 좋겠어.”

“한국사람들은 자동 비데를 더 좋아해. 한국 가서 칙칙이 찾지 마라. 창피하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먹고 싸는 것일 것이다. 먹고살기 위해 공부를 하고,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번다. 먹기만 하고 싸지 않으면 그것도 큰 일이다. 먹은 만큼 나와 줘야 가장 건강한 몸이다.



“왜 학교를 다녀야 해?”

“학교를 다녀야 배울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고, 그래야 먹고살 수 있거든.”

“왜 꼭 일을 해야 해?”

“엄마, 아빠가 언제까지나 너희들과 함께 살 순 없어. 언젠간 하늘나라에 가겠지. 그럼 너희들 스스로 돈을 벌어 살아야 해. 그게 어른이야.”



그런데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적당히 먹고 살만큼의 돈을 벌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학 학자금을 위해, 집을 사기 위해, 내 노후를 위해,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해......

모으고 모아도 항상 부족하기만 하다.


재벌들의 입으로 들어간 돈은 다시 나오지 않고,

서민들에게서는 입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나오는 게 많은 현실.




먹고살 수 있는 만큼만 벌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아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먹고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먹고사는 일,

먹고 싸는 일,


싸는 것으로부터 독립했으니

언젠가는, 사는 것도 독립하겠지.


내 아이들이 부모 품에서 독립하는 날에는, 좋은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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