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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Apr 07. 2019

마흔에 시작한 초보 아티스트 이야기

나의 그림 열정기


쏘냐, 부탁이 있어.
그림 하나 그려줄 수 있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약 1년,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작년 8월,



뭄바이에 온 후, 할 일이 없어서 무작정 그림을 그렸다. 젠 탱글 그림을 시작으로 젠지아(zenzia), 풍경, 사물 그림을 그렸다.

내 그림 선생님은 유튜브 속의 수많은 그림 실력자들이었다. 그들의 그림을 따라 그리고, 블로그, 핀터레스트의 그림을 따라 그렸다.


생각해보면, 학교 다닐 때 미술을 제일 못했다. 미술 이론도, 실기도 흥미가 전혀 없었다. 그랬던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원래 그림 잘 그렸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물어본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그림의 일도 모르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그림의 느낌이 좋다는 말이 듣기 좋아서 계속 그렸다. 그림의 스킬도, 테크닉도 없는 초보자의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인물화만큼은 아무리 연습해도 늘지 않았다. 사물이나 풍경과는 다르게 사람의 얼굴은 입체적이었다. 눈에 보이는 데로 그렸을 뿐인데, 결과물은 전혀 다른 사람의 얼굴이었다.

“사람의 얼굴은 그리는 방법이 있어요. 비율에 맞춰서 그려야 해요.”

어느 분의 조언에 다시 유튜브를 보며 공부했지만, 연습부족인지 인물화만큼은 자신이 없었다.



내가 주로 그리는 그림은 젠 탱글을 이용한 젠지아 이다. 여러 다양한 그림에 패턴을 넣어서 완성하는 작품이다.

최근에 핀터레스트를 참고하여 그린 작품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몽환적이기도 하고 단아한 이 그림에 반응이 꽤 좋았다.

그리고 학교 친구 나뚤이 부탁을 했다.

“이 그림에 내 얼굴을 넣어서 그려줄 수 있어?”


얼굴.....

가장 자신 없는 분야인데.....

그런데 선뜻 승낙을 하고야 말았다.

그저 부탁해준 게 고마워서.....


6월에 인도를 떠나 프랑스로 가는 그녀는 기념이 될만한 것을 가져가고 싶어 했다.

“6월에 여기 떠나기 전까지만 그려줘. 시간은 충분해.”


하지만 난 마음이 급하다. 뭔가 그럴듯한 결과물을 보여주고 싶다.


1차시도. 실패.

흑인인 그녀와 전혀 닮지 않았다.

“아시아 사람 같아.”

남편이 한마디 덧붙였다. 나도 알거든!!



2차 시도. 실패.

아시아 사람 같진 않지만, 그녀와 닮지 않았다.

입도 크고 코도 큰 그녀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녀의 얼굴을 보고, 또 보고, 또 본다.

흑인인 그녀의 눈은 매력적이다. 코는 오똑하고 입은 크다. 시원하게 웃는 모습이 꽤 이쁘고 매력적이다.



이런 그녀의 매력적인 얼굴을 담고 싶은데,

좀채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점점 더 이상해 진다. 여기서 전문적으로 배운자와 못 배운자의  차이가 나는구나....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이제 겨우 10번 그렸으니.....

몇 번을 더 그려야 비슷한 그림이 나오려나?


이것은 하나의 도전이다. 그림을 모르던 사람도 계속 연습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나의 무모한 열망이요, 아집이다.


노력으로 재능을 이길 수 있을까?

내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솔직히 자신이 없다. 나이, 실력, 환경 어느 것 하나 뚜렷하게 나은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도전을 한다.

1년 전보다 나아졌다.

6개월 전보다 실력이 향상되었다.

2달 전보다 얼굴이 사람 같아졌다.


그녀의 얼굴을 잘 그려낼 수 있을까?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다크 초콜릿 같은 그녀의 얼굴과 몽환적인 패턴의 조화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


성공하는 그 날,

그녀의 얼굴과 내가 그린 그림을 공개하기로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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