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량 Apr 18. 2019

우주와 나의 상관관계

알고 보면 쓸데없는 생각

나의 첫째  아이 지안이는 우주를 좋아한다.

우주가 무엇인지도 모를 때부터 그냥 좋아했다.

아마도 외갓집 근처에 있는 나로우주센터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고흥 친정에서 지냈던 8개월 동안 나로우주센터에 다섯 번 정도 다녀왔다. 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곳에 가면 로켓과 우주선, 태양계에 관한 것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지안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우주센터 식당에서 파는 돈가스였다. 그 돈가스가 먹고 싶어 자주 우주센터에 가자고 했다.


그 덕분에 아이는 지금도 우주를 좋아한다. 우주 백과 책을 좋아하고, 아폴로 11호와 아폴로 13호 이야기도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 로켓과 우주선이다.

우주와 관련된  책을 읽을 때마다 우주는, 그리고 태양계는 나와는 관련이 전혀 없는 아주아주 먼, 저 멀리 다른 세계의 이야기였다.

엄마인 난, 우주에 관심도 없고, 로켓을 쏘아 올리든지 말든지, 외계인이 있든지 말든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들이었다.


당연하다. 난 그저 지구에 살고 있을 뿐이고, 지구에서도 아주 작은 나라 대한민국의 국민일 뿐이고,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한갓 연약한 인간일 뿐인 것을.

우주는 과학자들에게나 맡겨두면 되는 일이다.

Galaxy whale ©️sonya

그런데,

불현듯 의문이 든다.

정말로 우주와 내가 아무 상관이 없을까?


지안이와 함께 비주얼 백과 “우주”를 읽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곳은 “지구”, 지구는 “태양계”, 태양계는 “우리 은하”에 속해있다.

지구는 태양을 돌고 있다. 달은 지구를 돌고 있다. 지구는 스스로 돌고 있다.

지구가 스스로 한 바퀴 돌면 하루가 지나간다.

지구가 일곱 바퀴 돌면 일주일이 지나간다.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돌면 한 달이 지나간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면 일 년이 지나간다.

내가 마흔인 이유는 내가 태어난 후 지구가 태양을 39번 돌았기 때문이다.

내가 나이 드는 이유가 지구의 공전 때문이라는 말?

그렇다면 저 우주는 직접적으로 나에게 영향을 마치고 있는 것이다.

하루하루 새치가 심해지고, 주름이 늘어나고, 내가 나이 들어가는 것은 지구와 달과 태양이 계속 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 의심 없이 지내왔던 내 모든 시간들이 알고 보면 우주의 어느 한 곳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것은 아닐까?


저 드넓은 우주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가 또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연 내 삶이 나만의 삶이라고 할 수 있는가?

알고 보니 내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째깍째깍 흘러가는 시간, 하루, 일주일, 한 달, 두 달, 그리고 일 년......

이 모든 것이 우주의 정확한 규칙 안에 존재하고 있다.


고로, 난 우주와 아주 많이 연결되어 있는 것!!!



에고, 뭔 헛소리인지......

쓸데없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는 동안 지구가 돌고 돌아 어두운 밤이 되었다.

집앞 바다







작가의 이전글 한국이 가장 그리울 때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