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입니다.
출장 간 남편은 아직도 오지 않았습니다. 아주 먼 해외로 출장을 간 것 같지만, 뭄바이로 출장을 간 후 오지 않고 있어요. 저야 뭐, 밥도 대충 해도 되고, 셔츠 다리지 않아도 되고, 신경 쓸 일도 줄어서 괜찮지만, 저녁마다 아빠와 영상 통화하며 울상을 짓는 딸내미 때문에 못 봐주겠습니다.
오늘은 이런 제 딸, 소은이에 대한 에피소드 몇 개 적어볼게요.
에피소드 1.
소은이 같은 반 친구 중에 알샤이니라는 귀여운 친구가 한 명 있어요. 또래보다 키도 작고 항상 웃고 다녀서 소은이가 좋아하는 친구죠. 소은이는 그 아이를 보며 귀엽고 동생 같다고 해요. (원래 동생들을 좋아하는 아이랍니다.)
며칠 전이었어요. 소은이가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려는데 알샤이니가 같이 가자고 따라나섰대요. 그리고 함께 같은 칸 화장실로 들어갔답니다.(우리도 어렸을 때 친한 친구와 함께 화장실 같이 들어가고 했잖아요..... 저만 그랬나요???^^;;;) 암튼, 함께 화장실에 들어가서는 소은이가 먼저 소변을 봤답니다. 그다음 알샤이니가 소변을 볼 차례인데, 이 아이가 갑자기 큰일을 봐 버린 거죠.... 그러고는..... 소은이한테 뒤처리를 부탁했대요..... 당황한 소은이는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답니다. 그래서 휴지를 들고 친구의 뒤를 닦아주다가 그만.....
“우웩~” 하고 화장실 문을 열고 뛰쳐나가 버렸대요. 화장실 문을 열어둔 채로 말이죠.... 홀로 남겨진 그 아이는 울고불고 난리가 났고, 결국 소은이가 선생님을 모시고 와서 뒤처리를 해주었다고 합니다....
응가가 여기저기 묻었다는 사실은 안 비밀.....
에피소드 2.
소은이는 교회에서 유치부 예배를 드리고 있어요. 아이들은 다섯 명 정도 되는데 소은이만 일곱 살이고 나머지는 모두 동생들이죠. 그래서 예배도 어린아이들에게 맞춰져 있어요.
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소은이에게 초등부로 올라가라 권유했지만 싫다고 합니다. 동생들이 더 좋다면서요.....
오늘은 추수감사절 예배였어요. 그래서 유치부, 초등부에서 율동을 준비했죠. 소은이는 2주 동안 동영상을 보면서 정말 열심히 율동 연습을 했어요. 계속 따라 하고, 혼자 해보고 하더니 어느새 다 외웠더라고요. 오늘 드디어 무대에 서는 날이라며 한껏 꾸미고 교회에 갔답니다.
그런데..... 어른들 예배 중간에 초등부가 나와서 율동을 하고 들어갔는데도 유치부 아이들이 나오지 않는 거예요. 예배가 다 끝나가도록 유치부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요. 나중에 소은이를 만나 물어보았죠. “다른 동생들이 하기 싫다고 울고불고 난리였어. 나만 율동을 연습했나 봐. 힝.... 나 진짜 하고 싶었는데.”
결국, 동생들의 강한 거부로 공연은 갑자기 취소되고 말았답니다. 얼마나 아쉬워하던지요.....
에피소드 3.
뭄바이에서 친하게 지낸 친구가 한 명 있어요. 그 친구와 가끔 영상통화를 합니다.
며칠 전에도 그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다가 그 친구에게 바쁜 일이 생겼어요. 그래서 친구의 엄마가 소은이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소은아 이따 8시에 다시 전화할게. 이따 꼭 할게.”
소은이는 친구의 전화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전화가 오지 않은 거예요. 다음날이 지나고 그다음 날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자 소은이는 많이 속상해했어요.
결국, 어제 제가 먼저 전화를 해주었습니다.
한참 대화를 하던 소은이가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이모, 이제부터는 나중에, 몇 시에 전화 다시 한다는 말 하지 마세요.”
그 말을 들은 친구의 엄마는 엄청 당황했어요.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 못했던 거였거든요.
소은이의 단도직입적인 이 말이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결국 이모는 미안하다고 열 번도 넘게 사과를 했답니다.......
집에서는 하루 종일 장난을 칩니다. 엄마가 화를 내도, 오빠가 소리를 질러도 소은이의 장난은 멈추지 않아요.
“네가 장난꾸러기인 거 아니?”라고 물어보면,
“응, 알아.”
라고 말하는 아이.
속이 터지지만 어쩌겠어요. 제 딸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