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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대기오염 속에서 살아갑니다.

델리는 지금.....

by 선량

한국에 휴가 갔다 돌아온 지 딱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남편은 지난 목요일에 출장을 가서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온다는데, 그것도 정확하진 않습니다. 남편이 주고 간 생활비가 떨어져 가고 있습니다.

심각한 대기오염 해결 방침으로 지난주부터 이부제 차량 운행을 시행했어요. 즉, 홀수인 날엔 차량번호 홀수만 운행해야 하고, 짝수인 날엔 짝수 차량만 운행할 수 있습니다. 주말은 제외,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어린아이 동반 차량은 제외더군요. 벌금은 무려 4천 루피예요. 거의 7만 원 정도 하네요.

저희 차는 짝수 차예요. 그래서 어제는 저희 차를 탈 수 없었습니다. 삭제했던 우버 앱을 다시 다운로드하였어요. 아침에 부산하게 아이들 준비시키고, 마스크를 채우고 택시를 잡아 학교에 갔습니다. 학교에서 집에 올 때도 역시 택시를 이용했어요.

주요 도시별 대기오염 수치순위, 날마다 1등 델리



그런데, 이런 번거로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기오염지수는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침이면 매캐한 냄새가 굳게 닫힌 문 틈으로 들어와요. 온종일 공기청정기를 틀어놓고 살고 있어요. 특히 새벽녘에는 수치가 확 올라갑니다. 희한하죠. 도대체 어두운 밤동안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가난한 사람들이 밤이 되면 추우니까 이것저것 태운다고 해요. 그중 대부분은 쓰레기 겠죠. 우리가 먹고 버린 쓰레기들이 불에 태워져 다시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나 봅니다.


세상이 뿌옇게 변했어요. 이게 안개인지, 먼지인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먼지를 품은 안개이겠죠.


바깥세상이 이러니 저까지 무기력해집니다.

이럴 땐 그냥 내 마음에 몸을 맡겨야겠죠.

한국 드라마를 보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잠깐씩 글을 쓰며 시간을 보냅니다.

컵라면으로 한 끼를 때우고, 믹스커피를 홀짝입니다.

평화로운 일상과 무료한 일상은 한 끗 차이입니다.




무료한 일상이 평화로운 일상이 되길,

내 마음이 다시 이불을 박 차고 일어나길,

남편이 빨리 돌아오길,

아마존으로 주문한 책장이 빨리 도착하길,

오늘은 부디 화분을 살 수 있길,

오늘은 꼭 잊지 않고 우유와 치약을 사길,

무엇보다 어서 빨리 공기가 깨끗해 지길,


샤부작 샤부작 그린 그림._대한민국과 네팔 지도 그림©️so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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