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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Dec 23. 2019

5. 착하기만 한 글은 재미가 없어서...

나도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지만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책이 무엇이냐 물어본다면 난 “일간 이슬아 수필집”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을 읽는 내내 여러 가지의 감정을 느꼈었고,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다. 마지막 결론은 “내 글은 정말 재미가 없구나……”라는 것이었다.



이슬아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은 리디북스라는 온라인 서점이었다. 리디북스는 전자책만을 취급하는 곳으로 해외에 살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겐 꽤나 유용한 서점이다. 매달 월정액을 내면 “리디 셀렉트” 코너의 책을 무제한으로 다운로드하여 마음껏 볼 수도 있다. 나 역시 월정액을 내고 무제한으로 책을 읽어볼까 고민했었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읽고 싶은 책은 리디 셀렉트 코너에 없었다.  할 수 없이 한 권의 전자책값을 지불하면서 읽고 싶은 책들을 사서 읽었다.


그런 책들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책이 한 권 있었다. 바로 이슬아 작가님의 수필집이었다.

책을 사기 전에 독자평을 꼼꼼히 읽어보는 습관이 있는데, 이 책의 독자평은 하나같이 칭찬 일색이었다. 이 책을 만들게 된 계기 또한 평범하지가 않았다. 본인 스스로를 연재 노동자라 부르며 자신의 글을 연재할 구독자를 직접 구하고, 직접 글을 써서 직접 이메일로 글을 보내다니.

한마디로 중간 유통업자를 제외시키고 직거래를 하는 작가님의 모습을 보며, 시골에 살고 있는 내 부모님이 생각났다.

유정란을 사다가 부화기에 넣고 병아리를 부화시켜 농장에 데려가 무기농 토종닭으로 키우신 후, 더운 복 날 직접 닭을 잡아다가 직거래로 팔고 있는 내 부모님.  

중간 유통업자가 없기에 이문은 남겠지만, 그 일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인지 알고 있었다.


한참을 망설였다. 이 책을 이북으로 사서 볼 것인지, 말 것인지. 너무 궁금하긴 한데 이북으로 사서 보기에는 뭔가 망설여졌다.

은유 작가님의 “글쓰기의 최전선”책이 딱 그랬다. 전자책으로 읽었었는데, 이건 꼭 종이책으로 읽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이 생겼었다. 그래서 다시 종이책으로 구입하고야 만 책이다.

글자 하나하나를 눈으로 꾹꾹 눌러 담아야 하는 책들이 있다. 4B연필로 밑줄도 긋고, 책 한 귀퉁이를 작게 접어 표시도 하고, 다 읽은 후 접어진 부분을 다시 펼쳐 내 작은 노트에 다시 옮겨 적어야 직성이 풀리는 책들이 있다.

이상하게도 이슬아 수필집이 왠지 그런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자책을 사지 않고, 종이책을 주문했다. 한국에 휴가를 가 그 책의 실물을 봤을 때 사실 놀랐다. 책 두께 때문이었다. 너무 두꺼워서 이걸 어떻게 들고 다니지? 이걸 어떻게 다 읽지? 싶었다.

그런데 그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어딜 가나 들고 다니며 읽었다. 2주 내내 그 책을 읽었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읽었다. 밑줄을 긋거나 책 한 귀퉁이를 접어 놓지도 못했다. 그냥 읽다 보니 웃겼고, 눈물이 났고, 씁쓸했고, 화가 났고, 울먹였다.


글은 글 쓴 사람을 닮는 모양이다. 작가님의 글은 무척이나 섹시하게 느껴졌고, 도발적으로 느껴졌다. 인스타그램의 그녀를 보았을 때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착하고 선량하게만 살아온 나 같은 사람에겐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작가님의 삶에선 평범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난, 망했구나 생각했다. 그저 착하고 성실하게만 살아온 나에겐 일탈의 경험도 없고, 섹시했던 모습도 없다. 더욱이 착하기만 했던 내 삶 때문에 착한 글만 쓰고 있으니.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섹시하지도 않는구나.....




재미있게 읽었던 그 책을 한 친구에게 추천해 주었다. 그 친구는 두꺼운 이슬아 수필집을  들고 훑어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난 이런 책 안 좋아해요.”

“어.... 이게 읽으면 진짜 재밌어요. 한번 읽어 봐요.”

“인기가 있으니 뭔가 있긴 한 것 같은데, 내 취향은 아니라서요.”

결국 그녀는 내가 빌려주겠다는 책을 그냥 놓고 갔다.


그녀가 말한 “이런 책”은 뭘까? 난 이런 책을 좋아하는데, 그녀는 이런 책은 싫다고 한다.

나에게도 한줄기 희망이 생겼다.  재미는 없지만, 착한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도 있겠지?



 마디로 감동적인 글을 쓰려면 역시나 좋은 문장을 구사해야 한다. 어떤 것이 좋은 문장이고 좋은 문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사실 왕도가 따로 없다…....
무조건 정확한 문장부터 쓰는 훈련을  다음 기교를 부리라고 한다. 아름다운 문장도 비문이 없는 깔끔하고 정확한 문장에서 나온다. 그러려면 책을 많이 읽어서 어휘력을 늘리고 감정과 생각을 최대한 내가 원하는 만큼 근사치로 표현할  있어야 한다. 사유가 깊어져야 스스로 만족할  있는 여운이 남는 글을   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쓰는 , 귀가 닳도록 들은  단순한 방법 말고 다른 비법은 없다.
퇴근길 인문학수업  전진,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지금 내가 할 일은 열심히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 보는 일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섹시한 글은 못 쓸지라도, 감동적인 문장 하나는 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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