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학교의 스쿨 트립
내 첫째 아이는 지난 8월에 프랑스 학교의 2학년이 되었다. 한국 나이로는 올해 10살이 되었지만 12월생이기도 하고 7살에 프랑스 교육을 시작했기에 한 학년 내려 시작했다. 둘째는 한국보다 6개월이 빠른, 첫째는 한국보다 6개월 느린 교육을 받고 있는 셈이다.
2학년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메일이 하나 왔다. 1월 말에 2박 3일로 스쿨 트립을 갈 계획이라는 내용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초등 고학년은 돼야 수학여행을 갈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메일을 받은 후, 학부모 채팅방은 시끌시끌해졌다. 다들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아이들에게 독립심과 자립심을 키워줄 수 있는 기회이고,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대화가 오고 갔다. 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내가 찬물을 끼언고 말았다.
“내 아이는 차멀미도 하고, 밤에 자주 깨기도 하고, 아직 엄마가 없으면 무서워해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내 말에 다른 엄마들이 댓글을 달았다.
“걱정 마. 차가 아니라 기차로 갈 거야.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일 거야. 아이들끼리 얼마나 신나게 놀 수 있겠어? 친구들과 좋은 추억이 될 거야.”
이 엄마들은 어쩜 이렇게 긍정적일까? 걱정을 한 아름 안고 있는 사람은 정말 나뿐이란 말인가? 이곳은 프랑스도 유럽도 아닌 바로 인도인데 말이다.
프랑스 본국에서는 초등 1학년 때부터 스쿨 트립을 간다고 한다. 이곳 델리 프랑스 학교 1학년들은 3월 중에 1박 2일 동안 학교에서 슬립오버(sleep over)를 계획하고 있다. 정말이지 프랑스라는 나라는 아이들을 강하게 교육하는 듯하다.
약 20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인솔해서 스쿨 트립을 떠나는 선생님도, 학교를 전적으로 믿고 학생들을 보내는 엄마들도, 엄마 품을 떠나 함께 여행을 떠나는 아이들도 왜 이렇게 대단해 보이는지...
고심 끝에 우리는 아이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큰아이가 10살이지만 아직 잠자리 분리도 하지 못했다. 한 방에서 네 식구가 함께 잔다. 8살이 된 둘째 딸아이는 이제 혼자 자겠다고 선언했지만, 밤이 되면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전기장판 없이 혼자 재우긴 무리일 것 같아 날이 좀 풀리면 독립시키기로 했다.
동생이 잠자리 독립을 선언했지만 큰아이는 꿋꿋하게 엄마와 자겠다고 하고 있다. 동생 방을 예쁘게
꾸며주면서,
“지안아, 네 방도 만들어 줄까?”
여러 번 물어보았지만 필요 없다고만 한다.
첫째 지안이는 잠이 드는걸 힘들어한다. 소은이는 책을 읽어주면 스르륵 자는 반면, 지안이는 자지 못한다. 책을 다 읽고도 한참이 지나야 겨우 잔다. 자다가 새벽에 꼭 한번 깬다. 그러곤 갑자기 벌떡 일어나 돌아다니기도 하고, 아빠가 안 보이면 아빠를 찾아 거실로 나가기도 한다. 엄마나 아빠가 옆에 있으면 다시 잘 자는데, 옆에 아무도 없으면 다시 잠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기 때부터 낮잠을 싫어하고, 밤에 자는 것도 싫어한 아이였는데 여전히 그렇다. 사춘기가 되면 자지 말라고 해도 자려나?
이런 내 아이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국민 mc 유재석의 일화를 듣고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유재석 씨가 6학년 시절, 혼자 잠을 자는 게 너무 무서워서 여동생 방에 몰래 가서 자고 나왔다는 일화였다.
유독 어둠을 무서워하고, 잠을 싫어하는 아이. 내 아이만 그런 건 아니라는 사실과 어른이 되면 변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지금은 그냥 아이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 주려고 한다.
드디어 오늘, 다른 친구들은 모두 수학여행을 떠났다. 한참 코로나 바이러스 이슈로 전 세계가 시끄러운데 수학여행은 취소되지 않았다. 이건 무모함인지, 강한 믿음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수학여행을 가지 않은 지안이 포함 네 명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정규수업을 받는다. 다행인 것은 아무도 수군거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담임 선생님조차도 왜 보내지 않느냐 물어보지 않고, 꼭 보내라 푸시하지 않았다. 단지 가장 친한 친구가 지안이가 가지 않아 너무 슬프다며 말했을 뿐이다.
어떨 땐 쿨내 진동하고, 어떨 땐 무모하고, 또 어떨 땐 무심한 듯하고.
나 혼자만의 호들갑과 염려와 걱정을 마음속으로 꿀꺽 삼키고 저들처럼 침묵을 유지해본다.
“지안아, 내년엔 11살인데, 그땐 너도 가야 하지 않을까? 3학년이 되면 안 가는 친구가 없을 것이고, 무서워서 또 안 간다고 하면 조금 창피할 것 같기도 한데.”
“생각 좀 해 보고.......”
1년 동안 잠자리 분리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