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학교 초등학생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럽 대륙으로 입성하기 전, 우리 학교는 봄방학을 시작했다. 프랑스 학교는 워낙에 방학이 많다. 2달 공부하고 2주 쉬고 또 2달 공부하고 2주 쉬고.
선생님들은 방학 숙제도 많이 내주지 않는다. 방학은 쉬어야 한다면서. 이때 다른 가족들은 여행을 가거나 본국으로 돌아가지만, 우린 대부분 집에 머문다. 그래도 이번엔 동물원도 가고 박물관도 가고 영화관도 다니면서 방학을 알차게 보낼 계획이었다.
방학이 일주일 정도 남았을 때 일이 터지고 말았다. 델리에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탈리아에서 온 여행객 여러 명이 확진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즈음 이탈리아와 이란에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델리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그 가족의 아이가 다니던 학교와 그 가족이 방문했던 호텔이 폐쇄되었다. 확진자가 10명도 되지 않는데 왜 저러나 싶었지만, 인도의 인구와 환경, 열악한 보건시설을 생각하면 강력한 대응이 맞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전부터 인도 정부에서는 중국, 일본 , 한국인의 입국을 막았다. 비자발급 역시 잠정 중단되었다. 정말 다행히도 남편이 한국에 출장 갔다 온 지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 시작되었다. 하마터면 집에 못 돌아올 뻔했다.
지금은 더욱 강력한 대응을 하고 있는데, 모든 외국인의 입국이 금지되었다.(대사관 직원, 유엔 직원 등 몇 가지 예외사항은 존재합니다.) 인도 자체를 스스로 자가격리시킨 것이다.
이런 분위기와 함께 델리 내의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2주의 방학이 끝나갈 무렵 드디어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인도 국가의 방침에 따라 3월 31일까지 방학을 연장하겠다고...
안심이 되다가도 이 강아지 같은 두 녀석을 데리고 3주를 더 버텨야 한다니,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모든 어머니들, 비슷한 심정이실 듯)
학교에서는 휴교 동안 아이들의 학습을 걱정했고 선생님들끼리 따로 모여 회의를 한 결과, 집에서 엄마와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로 했다.
이렇게 홈스쿨링이 시작되었다.
일단 학교에 가서 아이들의 교과서와 노트를 가져와야 했다. 선생님들은 미리 아이들 책을 각각 봉투에 담아 학교 밖 담벼락 밑에 학년별로 진열해 놓았다. 아침 일찍 마스크를 쓰고 달려가 아이들 책을 수거했다.
그날 오후, 단체 채팅방에 선생님의 공지사항과 숙제가 올라왔다. 읽기, 쓰기, 수학, 영어 등.
선생님은 프랑스어를 모르는 엄마들을 위해 친절하게 영어로도 설명을 해주었는데, 하나하나 동영상을 찍어 보내주었다. 프랑스어 숙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학습량은 많지 않았지만, 집에서 공부를 시키는 일이 쉽지 않다. 이것저것 방해 요소도 많고, 특히 내가 프랑스어를 모르기에 계속 사전을 찾아봐야 했다.
주말 숙제는 한 가지가 더 추가되었는데, 바로 방학 동안 무엇을 했는지 그림 그리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설명을 하는 것이었다.
대충 그림을 그려 설명하는 아이의 모습을 동영상에 담아 단톡 방에 보냈다. 이로써 주말 숙제를 끝낼 수 있었다.
다음 주부터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준비해 준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선생님들의 노력과 관심이 있기에 감사함을 느낀다.
한국에서는 새 학기가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학원도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 하는 아이들이 제발 학교와 학원 좀 가게 해달라고 아우성이란다.
분명 힘든 시기이지만, 우리의 아주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특별한 날들이었는지 깨닫는 시간이기도 한 것 같다.
인도에서는 조금씩 확진자 수가 늘어 80명이 넘었다. 나라 전체를 격리시키는 초강수를 든 이 나라가 과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이러다 여름휴가도 한국으로 못 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이미 평균 기온이 20도가 넘어 따뜻한 봄이 된 나라. 코로나 바이러스가 따뜻한 기온에 영향을 받아 저절로 사그라들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 어제는 갑자기 이 따뜻한 나라에 우박이 내렸다. 뭔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