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을 하다 프로 불만러가 될 뻔했다.

델리 프랑스학교에 다닙니다.

by 선량

2월 26부터 시작된 중간 방학은 2주 후에 끝날 계획이었다.

인도는 카레를 많이 먹기 때문에 면역력이 높다는

둥, 청결하지 못한 환경 때문에 이미 자가 면역이 있을 거라는 둥의 말이 있었다. 다른 나라와 다르게 중국, 일본, 한국인에 대한 입국을 빠르게 금지시켰기 때문에 잘 컨트롤된다고도 했다.

그 말들을 믿고 싶었다. 이곳에서 바이러스가 터지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개학날이 일주일 정도 남았을 때 일은 터지고야 말았다. 여기저기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개학을 간절히 바랬지만 두렵기도 했다.

다른 학교들이 하나 둘 휴교를 하기 시작했다. 인도 정부의 권고에 따라 우리 학교도 3월 말까지 휴교를 결정했다. 그때부터 홈스쿨이 시작되었다.


선생님들은 구글 클래스를 만들어 날마다 과제를 올렸다. 학부모들은 과제를 확인 후 프린트해서 알아서 공부를 시켜야 했다.

비프랑스권 아이들이 많은 소은이 반(초등 1학년) 선생님은 과제를 영어로 번역해 올려 주었고, 목소리를 녹음해 올려주기도 했다. 다행히 과제가 어렵지 않았고 모르면 물어보면서 해 나갈 수 있었다.

수준별로 4명씩 나누어 구글 미팅 앱을 통해 일주일에 2번 온라인 수업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으니는 잘 따라가고 있었다.


문제는 초등 2학년인 지안이 반이었다. 아이의 담임 선생님은 하필 유초등부 director를 함께 맡고 있어 일이 너무 많아져 버린 것이다. 하늘길이 막혀 프랑스로 돌아가지 못한 자국 여행자를 위해 프랑스 대사관과 협력해 잠자리를 마련하고 학교 전반적인 온라인 수업 준비를 하느라 너무 바쁜 나머지 정작 반 아이들에게 신경을 못 쓰게 된 것이다.


다행히도 출산을 위해 프랑스로 귀국했던 한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의 일을 대신해주기로 했다. 이제 겨우 생후 5개월 된 아이를 둔 엄마는 프랑스에서 온라인 선생님이 되었다.


지안이 반은 프랑스권 아이들이 많은 편이다. 동양권 아이도 지안이 뿐이다. 평소엔 그게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집에서 공부를 시키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선생님이 보내 준 과제를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지안이 역시 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그 뜻은 이해하지 못했다. 번역기를 이용해 숙제를 하려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결국 참지 못하고 컴플레인을 했다. 영어로 번역해서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 뒤로 2가지 언어로 과제가 배달되었다.

모든 말을 이해할 순 없었지만 노력했다. 아이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왜 이 말을 모르냐며 다그치기도 하고, 잘할 때는 칭찬도 하면서 그렇게 과제를 하나하나 해 나갔다.

그렇게 홈 스쿨링을 한 지 3주가 되어간다. 과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부정사를 고르고 문장을 만들라는 문제가 나왔다. 주어에 따라 동사 변화를 이해해야 했고 남성형, 여성형, 단수, 복수에 따른 대명사를 쓰라는 문제도 나왔다. 급기야 잉크가 떨어져 프린트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스트레스가 확 밀려왔다. 동사 하나도 모르는데 저걸 어떻게 하나, 소은이네 선생님처럼 알려주면 안 되나, 문제를 해석하기도 힘든데 답은 어찌 적나....



인도 어느 곳에서 정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무슬림 집회를 했다고 한다. 여러 명의 외국인도 참석했다.

거기서 감염된 사람들이 전국으로 흩어졌다. 코로나 청정지역인 줄 알았던 인도에 확진자가 속출하며 비상이 걸렸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 개학을 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다시 학교에 갈 수나 있을까?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들은 친구와 스카이프로 낄낄대며 브롤 스타즈를 하고 있다.


열이 확 올랐다. 비프랑스권 부모를 위한 배려가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부모들은 힘들지도 않은지 아무런 말도 없다. 참다 못해 그룹채팅방에 글을 남기고 말았다.


“집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게 너무 부담이 됩니다. 이해도 안 되고 문제를 풀 수도 없습니다. 영어 과제는 괜찮아요. 제가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프렌치는 도저히 못하겠어요. 그냥 포기하고 싶어요..”


그 글을 쓰고 기대했던 건 선생님들의 응답이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하긴 선생님들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까.....


오히려 다른 엄마들이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 주라고, 프랑스 사람인 자기들도 과제가 쉽지 않다고.


순간 정신이 번쩍 뜨였다.

모두 어려운 환경에 있는 것이었는데 나만 힘들다고

생각하다니.


담임 선생님 대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은 현재 프랑스에 있다. 인도와 시차가 다르다. 그럼에도 새벽에 일어나 아이들과 온라인 수업을 해준다. 게다가 5개월 된 아기도 있다. 프랑스의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은 여기보다 훨씬 심각하다. 거기에 대고 숙제가 어렵다고 불평을 하다니.

부끄러워졌다.



놀고 있는 아이를 불러 책을 펼쳤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해보자고 말했다. 우리가 프랑스 사람이 아니기에 좀 못해도 괜찮다고, 기대하지도 않을 거라고, 그래도 하는데 까지 해보자고 아이에게 말했다.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고 해석하며 문제를 풀었다. 남성형, 여성형, 단수, 복수 문제를 드디어 이해하게 되었다. 부정사 단어가 뭔지 몰라 다른 친구들이 올려놓은 과제를 참고하며 풀었다. 이건 아직도 모르겠다.

받아쓰기 연습을 하면서 스펠링을 암기했다. 다른 건 못해도 받아쓰기는 잘해보자 생각했다.


한참 공부하고 있는데 다른 엄마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도와줄 수 있으니 연락해.”

난 이렇게 답했다.

“응, 괜찮아. 다시 해보고 있어.^^”

“그래. 행운을 빌어!!”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 하되 못하는 건 과감하게 포기하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먹으니 부담감이 스르르 내려갔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 온라인 수업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염려와 걱정이 많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아이들이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온라인 수업이 결코 쉽지 않지만 분명 또 다른 문화가 시작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불평을 하면 끝이 없다. 모든 것들이 불만스럽게 보이게 된다. 프로 불만러가 되기 전에 멈출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놓을 줄 알아야 한다.

나만 힘든 게 결코 아니다.

지금은 모두 다 힘들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이 위기를 지혜롭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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