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 프랑스 학교 이야기
이주 전, 봄방학을 하면서 학교에서는 설문조사를 했다. 두 달간의 온라인 수업이 어땠는지, 6월에 학교가 오픈하길 원하는지.
나는 솔직한 답변을 썼다. 집에서 가르치는 게
너무나 힘들고, 숙제하는 것도 부담이 된다고, 6월부터라도 학교에 꼭 갔으면 좋겠다고.
이렇게 쓰면서도 과연 갈 수 있을까? 싶었다.
어제 일자 인도 코로나 바이러스 총확진자는 62,939명, 전일 대비 3,277명 증가했다. 유럽과 두바이 등에 머물던 자국민이 대거 입국하면서 더 많이 늘어난 것 같다. 이들 중 델리에서만 224명 증가했다. 날마다 확진자가 200~400명 사이를 오가며 늘어나고 있는데 학교를 다닐 수 있을까 싶었다.
봄 방학 2주 동안엔 온라인 수업도 없고 학교 과제도 없어 신나게 놀기만 했다. 나도 아이들도 공부가 너무너무 하기 싫었다.
이 와중에 학교에서는 몇 가지 챌린지를 진행했다. 집에서 심심해할 아이들을 위한 챌린지였다.
한참 방구석 놀이로 유명해진 챌린지다. 유명한 명화를 따라 하는 것인데,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기발하고 재밌다.
두 번째 챌린지는 일상 용품과 그림을 접목시키는 활동이다. 이 활동을 보며 아이들의 창의성을 엿볼 수 있었다.
세 번째는 다양한 것으로 무지개를 만드는 활동이다. 무지개는 희망을 상징하는데,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원하는 마음을 담아 무지개를 표현했다.
네 번째는 영화 따라 하기 챌린지였다.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빵빵 터졌다. 기발하고 웃기고 재밌다.
다들 왜 이렇게 열심히 참여하는 거야?
여러 챌린지에 동참하고, 놀고먹었더니 2주 방학이 지나가 버렸다. 개학을 하루 앞두고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온라인 미팅을 했다.
결국, 이번 학기가 끝날 때까지 학교는 문을 열지 않기로 했다. 다음 학기엔 아이들이 한 학년 올라간다. 학교에서 배운 것도 없는데, 큰 아이는 3학년이 되고 둘째는 2학년이 되어야 한다.
프랑스 학교는 예습은 없고 복습만 있다. 전 학년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조금씩 학습을 더한다. 그런데 이번엔 완전히 무너지게 생겼다.
학교를 안 가니 아이들의 프랑스어는 점점 쇠퇴하고 있다. 엄마가 가르치지도 못한다. 영상을 찾아서 보여주는 게 전부이다.
그럼에도 학부모 모두 학교의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의 공부보다 건강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을 선생님께 토로해봤자 소용이 없다. 선생님도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이다. 부디 다음 학기엔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인도 전 국가 봉쇄령이 길어졌다.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인도 정부에서는 확진자 수에 따라 그린존, 옐로 존, 레드 존을 만들었다. 그린존은 격리가 해제되고 경제 활동을 재기할 수 있는 반면, 레드존은 모든 통행과 활동이 금지된다.
문제는 델리 대부분의 지역이 레드 존이라는 거다.
우린 여전히 밖에 나가지 못한다. 남편은 여전히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아이들은 더 이상 학교에 가지 않는다. 프린터기 잉크는 진작에 끝나버렸고, 학교 과제 노트는 두 장 남았다. 학교라도 가까우면 받으려 가련만, 그마저도 어렵다. 아마존으로 잉크를 주문하고 싶지만, 지금은 배달도 안 된다. 식당도 문을 열지 않았고 배달도 시킬 수 없다. 한인마트에서 배달해주는 야채와 식재료가 있어서 그나마 굶지 않고 먹고살고 있다.
과연 우리에게 일상이 찾아올까?
출구가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걷는 기분이 이것일까?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남편이 회사에 가고,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 시간이 빨리 오기를.
이 평범한 하루가 큰 희망의 나날이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는 온라인 수업을 위해 일단, 정신부터 차려야겠다.
프랑스 학교 이야기는 “프랑스 학교에 보내길 잘했어”책에서 더 자세히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