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 프랑스학교 초등학생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2월 말부터 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확진자가 줄어들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전 세계가 그렇듯 인도 역시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요. 오히려 확진자 수는 점점 늘어나 어느덧 세계 2위가 되었습니다.
현재 뉴델리의 모습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워 이긴다기보다는 공존을 선택한 모습입니다. 학교를 제외한 곳에 조금씩 경계를 풀더니, 쇼핑몰에도 관광지에도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아는 지인 중에서도 양성반응이 나와 자가격리를 하기도 했고, 특별한 증상 없이 가볍게 넘어갔다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감기보다 조금 더 지독했다는 사람부터 그저 냄새를 맡지 못하는 증상만 있었다는 사람까지. 다양했습니다.
저희도 집안에서만 생활하다 조금씩 외출을 하기 시작했어요. 코로나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은 이 지구에서 세균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지독한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았습니다.
나가기 전에는 두려운 마음이 있었지만 오랜만에 쇼핑몰에 가서 쇼핑을 하니,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동안 우울했던 이유는 쇼핑을 못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저희 아이들이 다니고 있은 델리프랑스학교((Lycée Français International de Delhi)는 지속적으로 학교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어요. 비 프랑스어권 학생들이 많이 다니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으로는 한계가 많았거든요.
저 역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프랑스어도 모르는데 어려운 문법 숙제를 해야 했거든요. 아이가 스스로 하면 참 좋으련만, 제 아이는 아직 프랑스어 문법을 어려워했습니다.
특히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고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아니라 스트레스와의 싸움이었어요. 어른들은 그나마 자기 할 일도 하고 가끔 외출도 하지만 아이들은 그조차 하기 힘드니까요. 유튜브, 게임, 책 읽기 아니면 정말 할 게 없는 일상이었습니다.
학교는 9월부터 인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청을 하면서 관련 서류를 만들어 제출하고, 학교 시설을 보수공사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학교 정상화를 원하는 부모들이 직접 이메일을 써서 인도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어요.
이렇게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학생 수가 적기 때문입니다 각 학년에 한 반뿐이고, 그것도 20명이 넘지 않거든요.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혀 인도에 오지 못한 아이들도 있으니 총 학생수는 더 적어졌지요.
이런 적극적인 노력 덕분인지 드디어 학교 재오픈 허가가 났습니다.
하지만 모든 학부모들의 의견이 같진 않았습니다.
현재 인도 전체 확진자 수는 줄었지만, 뉴델리의 확진자 수는 하루 4천 명 이상이고, 오늘은 5천 명으로 최대치를 찍었습니다. 당연히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어요. 특히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가정에서는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본국에 갔다가 아직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병행해야 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저는 고민 끝에 아이들을 등교시키기로 했습니다. 몇 시간이라도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길 바랐습니다.
이처럼 학교 가는 평범한 일이 가슴 떨리는 일이 되었습니다.
8개월 만에 학교에 간 오늘,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2시간씩 수업을 하고 왔습니다. 저는 두 아이의 시간표가 달라 여러 번 왔다 갔다 해야 했어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난 아이들의 표정은 마스크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손짓과 발짓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백배 더 좋았어.”
“학교가 훨씬 좋아.”
집을 좋아하던 아이들인데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그동안 많이 힘들긴 했나 봅니다.
온라인 수업을 선택한 아이들도 많이 있어서 학교에 등교한 아이 수는 10명 남짓이었어요. 쉬는 시간에는 학년별로 분리된 공간에서만 놀아야 하고, 친구에게 물건을 빌려주면 안 되고, 마스크는 절대 벗으면 안 되고.....
이렇게 제한된 규칙 안에서 부디 건강하고 안전하게 학교 다닐 수 있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랍니다.
내일부터는 4시간씩 수업을 합니다.
마스크를 쓰고 공부해야 하는 아이들이 너무너무 안쓰러워요. 당연한 일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된 현실이 너무 슬프지만,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