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프랑스학교 이야기
한국 나이로 11살.
하지만 생일은 12월 27일인 아이.
한국에서 살았다면, 4학년.
하지만 뉴델리 프랑스 학교에서는 아직 3학년(grade 3).
아이의 담임은 올해 17년 차 경력의 여자 선생님이다. 뉴델리에서 15년이 넘게 살았다고 하니, 프랑스 사람이지만 거의 인도 사람이나 다름없다.
선생님의 첫인상은... 뭐랄까... 깐깐한 중년 여성 같았다고나 할까?
지방은 찾아볼 수 없는 깡 마른 몸매, 염색하지 않아 하얗게 샌 머리카락. 하얀색 뿔테 안경은 그녀의 비범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말은 또 어찌나 빠른지. 프렌치는 말할 것도 없고 영어도 너무 빨리 말하는 바람에, 안 그래도 잘 못하는 영어 대화를 눈치껏 알아차려야 했다.
아이 또한 선생님의 말을 잘 못 알아듣는 눈치였다. 마스크까지 쓰고 다다다다~ 말을 하니.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힘들어 보이는 건 마찬가지였다.
새 학기가 시작할 때마다 제발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특히 지안이는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학생이다. 무서운 선생님을 만나면 한없이 주눅 들었고, 자기를 잘 챙겨주는 선생님을 만나면 날개를 단 듯 날아다닌다.
선생님이 다른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경우조차도 자기가 스트레스를 받는,
이름하여 “과도한 환경 스트레스 증후군” 이라고나 할까.. 그게 심해지면 강박증이 올 수도 있는 법.
이번엔 망했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말이 많았고, 좀 무서웠고, 나이 많은 여자 선생님이었고, 친절한 것 같지도 않았다.
아이에 대해 물어보면 좋은 말만 해주었다. 좀 더 객관적인 대답을 원했지만, 특별한 말이 없었다.
첫 번째 성적표가 나왔을 때, 진짜 망한 걸 알았다.
어쩌겠나... 나도 못하는 걸, 아이에게 강요할 수도 없고.
그런데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망한 줄 알았던 아이의 학습이 다른 방식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건 공부나 성적이 아닌 삶에 대한 자세였다.
그녀는 채식주의자이다. 육식을 전혀 하지 않으며 집에서 직접 가꾼 채소로 요리를 한다.
환경을 위해 가루비누를 사용하지 않는다. 비누를 직접 만들어서 빨래를 한다고 한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에어컨을 틀지 않고, 종이를 아낀다. 아이들이 가위로 종이를 자를 때, 조금이라도 낭비하는 구석이 보이면 잔소리를 한다.
환경을 위해 비행기를 잘 타지 않고 기차를 이용한다.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환경오염에 대해 설파하고, 동물들이 인간 때문에 어떤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사진과 영상을 보여준다.
환경 관련 연극을 하고 준비하고, 유엔에서 일하고 있는 학부모를 초청해 환경 변화에 따른 지구의 위기에 대해 알려준다.
이 모든 영향으로 지금 내 아이는 거~진 환경 운동가가 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조금 더우면 바로 에어컨을 틀던 아이가 이제 틀지 못하게 한다. 인도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어 엄청 더운데 말이다.
또 음식을 버리지 못하게 하고, 꼭 나중에 다시 달라고 한다. 플라스틱을 못 버리고 집에 쌓아 놓기도 한다. 친구들과 환경 관련 연극을 준비하면서 계속 대사를 중얼거린다.
아직까지는 고기를 좋아해 채식주의자가 되진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어른이 되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
아이는 자기 선생님이 정말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매번 말한다. 환경을 가장 생각하는 사람이고, 자기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한다.
담임 선생님에 대해 존경심을 드러내는 아이를 보니, 그저 부러웠다.
“ 넌 정말 축복받았구나!"
나는 학창 시절에 좋은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
그렇게 뛰어난 학생도 아니었고, 잘 사는 집도 아니었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학교만 다니던 아이였다. 반항은커녕 질문도 잘하지 않았다. 조용히 공부나 하면 되는 일이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면, 내 인생이 조금 변했을까?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도, 나쁜 영향을 주는 사람도 선생님이니까.
공부를 잘하면 좋겠지만, 모든 사람이 공부를 잘할 수는 없는 법.
그 아이가 가진 고유한 특성을 알아봐 주는 선생님이 많았으면 좋겠다. 좋은 점수받는 방법 보다도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선생님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어른들의 생각과 사고가 바뀌어야 하고,
교육 환경이 바뀌어야 할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