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네 번째 학교, 밀라노 프랑스 학교

프랑스학교 초등학생입니다.

by 선량

내 두 아이는 한국에서 학교를 다녀보지 못했다.

큰아이는 다섯 살 무렵에 약 다섯 달 동안 시골 어린이집에 다녀본 적이 있지만, 둘째 아이는 전무하다.


어쩌다 보니 내년이면 해외 살이 10년 차!

첫 해외생활을 시작했을 때 큰아이는 고작 10개월이었고, 둘째는 방글라데시에 살 때 생겨서, 한국에서 낳고 생후 90일에 해외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어렸던 아이들이 한 달 뒤면 12살, 10살이 된다.


큰 아이가 7살, 둘째가 5살일 때 방글라데시에서 프랑스 학교에 입학했다. 첫 학교에 적응하기까지 약 3개월이 걸렸다.

두 번째 학교는 인도 뭄바이 프랑스 학교. 적응하는 데 한 달 정도 걸린 듯하다.

세 번째 학교는 뉴델리 프랑스 학교. 이 때는 일주일 만에 학교에 적응해 친구가 생겼다.

그리고 이번에 입학하게 된 네 번째 학교는 밀라노 프랑스 학교. 아이들은 하루 만에 적응했다.


밀라노 행을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가족회의를 했다. 날마다 아이들의 의견을 물었고, 매일 밤 기도를 했다.

또다시 새로운 곳에 던져져 살아내야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닌지, 이제 우리 둘 다 사십 대인데 적응할 수나 있을는지. 유럽살이는 처음인데 우리가 과연 잘 지낼 수나 있을는지. 더욱이 코로나 시국에….


이 모든 고민과 불안은 내려놓고 밀라노 행을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아이들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프랑스 학교에 계속 다니고 싶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다.”

“프랑스어를 계속 배우고 싶다.” 고 했다.


프랑스학교는 전 세계에 있는데, 자국민의 아동들을 위해 학교를 세워서 프랑스 교육과정을 가르친다. 그래서 입학 우선순위도 학교 교직원 자녀와 자국민 자녀가 먼저이다.

우리는 교직원 자녀도 아니고, 프랑스 사람도 아니고, 프랑스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최하위 순위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프랑스 외교부 산하의 “해외 프랑스어 교육기관( AEFE)”을 다녔고, 전 학교에서 추천서를 잘 써주었기에 밀라노 프랑스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여러 프랑스 국제 학교의 커리큘럼이나 학습 시스템은 모두 같지만, 나라의 특성에 따라 세세한 부분은 많이 다르다.

방글라데시의 다카 프랑스 학교는 초등학생 학생수가 아주 적고, 유치원생 수가 많았다. 가족 같은 분위기와 중국과 일본 아이들이 꽤 많아서 다들 친근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뭄바이 프랑스학교는 학생수는 적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프랑스 아이들이었다. 공부를 많이 시키는 편이었고, 아이들이 다들 프랑스어로 의사소통했다.

뉴델리는 분위기가 또 달랐다. 여러 나라,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었고 인도 아이들이 꽤 많았다. 그렇다 보니 다들 영어로 의사소통했다.


이번 밀라노 프랑스학교는 프랑스어 비중이 가장 크다. 그리고 영어보다 이탈리아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영어 선생님이 영국 원어민 선생님이긴 하지만, 수준이 너무 낮아 깜짝 놀랐다. 학생 수도 많다. 한 학년에 세, 네 개의 반이 있고, 전교생이 천 명이 넘는다. 지금까지 다닌 학교 중에 가장 큰 학교이다.


뉴델리 프랑스학교에서는 영어로 대화하던 아이들이 지금은 친구들과 프랑스어로 말하며 논다. 큰아이는 이미 친한 친구 무리가 생겼고, BTS를 좋아하는 여자 아이에게 고백까지 받았다.

예민한 둘째 딸아이는 이미 형성된 친구들 무리에서 고민을 하기도 하고, 친구들이 말을 너무 빨리

해서 못 알아듣겠다고 짜증도 냈다. 지금은 여러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지낸다.



이제 새로운 학교에 다닌 지 한 달.

학교가 너무 좋다고 하는 아이들이 조금은 이해가 안 되지만,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프랑스어를 못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한다.

영어를 잘 못하는 담임 선생님과 면담할 때는 아이가 통역을 해준다.

부모가 한 걸음 뒤에서 따라갈 때, 아이는 좀 더 앞서 걷는다. 아이의 자존감도 그렇게 조금씩 자라는 것 같다.


내 아이들은 프랑스 학교 초등학생이다.



아이들의 프랑스학교 이야기가 담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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