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프랑스학교 초등 고학년

밀라노 프랑스 학교에 다닙니다.

by 선량

영어도, 프랑스어도 못한 채 덜컥 프랑스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던 두 아이가 어느새 초등 고학년이 되었다. 지난 9월, 첫째 아이는 CM2(grade5), 둘째 아이는 CM1(grade 4)이 되었다. 내년이면 첫째가 중학생이 되는 것이다.


프랑스학교에서는 primaire(초등교육) 5년을 3개의 사이클로 나누어 구분한다.

cycle 1 : PS, MS, GS(유치원 과정)

cycle 2 : CP, CE1, CE2 (초등 저학년 과정)

cycle 3 : CM1, CM2, 6e(초등 고학년 과정 + 중등 기초 과정)

프랑스학교 학년

각 사이클 별로 반복심화 학습을 한다.

반복심화 학습이란 말 그대로 지난해에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복습하면서 조금 더 확장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이 새 학년이 되어도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배운다기보다는 작년에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학습한다고 생각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조금씩 어려워지긴 하지만, 그만큼 아이들의 문제 해결 능력과 집중력도 함께 성장하므로 크게 어려움은 없는 것 같다.

좋은 것은 아이들이 초등 고학년이 되니, 내가 좀 더 편해졌다는 점이다. 숙제도 시험공부도 알아서 할 뿐만 아니라, 엄마에게 물어봤자 아무런 답도 구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애초에 물어보지도 않는다.

단지 매주 금요일에 '데일리 학습 노트(Cahier de jour)'를 가지고 오는데, 일주일 동안 본 쪽지 시험 결과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내 아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인할 수 있다.

쪽지시험은 프랑스어 문장 받아쓰기부터 수학 연산, 숫자를 프랑스어로 쓰기 등 다양하다.


한국의 초등학교에서도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이 가장 중요한 시기일 것이다. 우리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 모양새는 많이 다른 것 같다.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때 중학교 학습 내용을 선행해야만 따라잡을 수 있다. 중학생이 되면 고등학교 내용을 선행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 프랑스 학교에서는 선행학습을 하면 안 된다. 만약 선행학습을 해서 다른 아이들에 비해 월등하게 잘한다면? 월반을 시킨다.... 프랑스학교에 다니면서 가장 놀라운 부분이 이것이다. 너무 평준화를 지향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지만, 내 아이들은 월반할 일이 결코 없으므로.... 염려는 넣어 두었다.





밀라노 프랑스학교는 규모가 조금 큰 편이다. 한 학년에 4개의 학급이 있고, 한 반에 26명의 학생이 있다. 그만큼 다양한 나라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지만, 프랑스인과 이탈리아인이 가장 많다. (동양인은 극소수이며 양쪽 부모가 동양인인 경우는 우리 가족뿐이다!!)


학기 초에 담임선생님과 부모님들의 미팅이 있었다. 각반 교실에 모여 교과목 선생님 소개부터 1년 동안 진행하게 될 학습 내용까지 소개하는 시간이었는데, 1시간 내내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로만 말하는 것이 아닌가?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못하는 나는 눈치껏 알아 들어야 했다. 아무도 영어로 말해주지 않았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선생님의 말을 모두 녹음을 했고, 집으로 돌아가 큰아이에게 틀어 준 후 통역을 부탁했다.


다행히도 둘째 아이의 이번 학년 담임선생이 지난해 첫째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었다. 이미 나에 대해(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못한다는 사실) 모두 알고 있기도 했고, 영어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엄마와 함께 교과서 읽기" 숙제 앞에서

"우리 엄마는 프랑스어 못하는데요."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엄마에게 프랑스어 좀 가르치렴~"이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프랑스학교에 아이들을 계속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부모의 결정에 따라 프랑스학교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더 프랑스학교에 다니길 희망한다.

언제까지 이 학교를 다닐 수 있을지, 과연 프랑스 학교에 다닌 경험이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지 알 수 없지만 부모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자신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공부하는 모든 경험이 아이들을 좀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안녕하세요.

밀라노에서 프랑스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키우며 글 쓰는 선량 작가입니다.

아이들이 밀라노 프랑스학교에 다니며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모두 쓰지 못하고 놓쳐버렸습니다. 요즘 한국의 교육이 어떤지 뉴스와 지인들부터 간접적으로 경험하다 보니, 이곳에서의 교육과 얼마큼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또한 저희의 교육 방식이 다른 분들과 많이 다를 수 있기에 쓰는 것이 매우 조심스러웠습니다.


단지, 세상은 넓고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있으며, 조금 다른 환경에서 교육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교육의 맞고, 틀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소신대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교육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색다른 교육을 선택한 저희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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