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프랑스학교의 영어교육

아이들의 영어는 실력보다 자존감

by 선량

밀라노 프랑스 학교는 이전에 경험했던 방글라데시, 뭄바이, 뉴델리 프랑스 학교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학교 규모도 크고 학생 수도 많다. 하지만 다양성 면에서는 조금 떨어진다. 즉, 동양인이 많지 않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바로 "영어"이다.

다른 학교에서는 프랑스어와 영어가 기본 언어였다면, 밀라노 프랑스 학교는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가 기본 언어이다. 초등학교부터 영어 수업이 있긴 하지만 아주 기초적인 수준이다. 그것도 일주일에 2시간이 전부이다.

영어를 할 수 있는 교사도 많지 않을뿐더러 학부모 중에서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영어 환경은 이곳이 이탈리아이기 때문이다. 즉, 이탈리아에서는 영어를 많이 가르치지 않는다. 또한 프랑스 국립학교에서도 영어 비중이 높지 않다고 한다. 밀라노 프랑스학교는 이탈리아의 지역적 특성과 프랑스 국립학교의 특성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매년 여러 학부모들이 영어교육 수준을 높여주거나, 수준별 학습을 해달라고 항의하지만 학교는 요지부동이다. 결국, 영어 교육에 좀 더 힘쓰고 싶은 부모들은 과외를 한다.


우리 집 두 아이는 뉴델리 프랑스학교에서 꽤 수준 높은 영어 교육을 받았다. 인도는 영어를 꽤 중요하게 생각하며, 힌디어 보다도 영어 교육을 더 시키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이들의 영어실력도 성장했다.

그렇다 보니 밀라노 프랑스학교의 영어 수준과 꽤 차이가 났다. 너무 쉬운 영어 수업 때문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영어가 되긴 했지만. 프랑스인이 아닌 우리의 입장에선 염려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도 학교 밖에서 영어 공부를 선택했다. “italki"라는 앱을 이용해 원하는 선생님을 선택하고, 시간을 선택해 온라인으로 학습을 한다.

Danny라는 미국 선생님과 일주일에 두 번 줌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데, 1년 가까이하다 보니 꽤나 친해졌다.

문제는 영어 수업이 공부인 듯 공부 아닌 공부라는 사실이다. 45분 수업 동안 수다만 잔뜩 하는 듯한 모습이랄까.

더욱이 Danny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온라인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노마드” 선생님이다. 스페인에 있다던 사람이 어느 날엔 멕시코에서, 지난달엔 네팔에서, 지금은 인도에서 접속을 한다.

이런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내 두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다른 국제학교 아이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영어 실력이다. 더욱이 한국 아이들에 비하면 문법도 부족하다.

그런데 딱 하나, 누구보다도 높은 게 있다.

그건 바로 자존감이다.

아이들은 영어에 대한 자존감이 꽤나 높다.

반에서는 미국이나 영국 아이 다음으로 영어를 잘한다고 인정받고, 영어 시험도 너무 쉬워서 백점을 받고(This is an apple 정도의 수준), 대니 선생님이 남발하는

“great!!”, “cool!”, “perfect!”

때문이기도 하다.



언젠간 현타가 올 것이다. 한국에 돌아가 영어 시험을 본다면 절반도 못 맞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은 영어를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에 더욱 노출시키고 싶다. 좀 틀려도 겁 없이 영어로 말하는 자존감을 지금은 지켜주고 싶다.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부족함을 알고 영어 공부를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서른여덟 살에 생존을 위해 영어공부를 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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