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매일 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가장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플랫폼은 바로 카카오 브런치이다. 브런치는 카카오에서 야심 차게 내놓은 글쓰기 플랫폼인데 얼마 전까지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꾸준히 사용자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브런치는 다른 매체와 조금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아무나 글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이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합격을 해야 글을 쓸 수 있다. 물론 작가 신청을 할 때도 양질의 글 한 편을 써 놓아야 한다. 이런 문턱 때문에 아무나 글을 쓸 수 없지만, 진짜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몰려들기도 한다. 원래 제한된 자리가 더 탐나는 법이니까. 브런치 작가 합격 후기라던지 브런치 작가 합격 노하우 등의 글을 볼 수 있는데, 그 문턱이 점점 높아지는 것 같다.
브런치는 다른 SNS와 다르게 글로 승부를 건다. 광고 수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글 쓰는 작가 지망생들과 출판사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데, 이것을 통해 신인 작가로 데뷔한 경우가 꽤 있다. 물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특별한 혜택도 없고 수익도 없는데도 많은 사람이 브런치에 글을 쓴다. 그 이유는 바로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가장 고마운 순간은 독자가 생기는 순간이 아닐까? 작가의 꿈을 가지고 브런치에 글을 쓰면 누군가가 내 글을 보고 구독을 누른다. 그 순간 그 사람은 나의 독자가 된다. 블로그 이웃이나 인스타그램 팔로워와 비슷하지만 느낌은 많이 다르다. 전적으로 내 글을 읽고 싶어 구독을 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아직 작가가 되지 못한 예비작가들은 바로 여기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다른 하나는 나도 혹시? 라는 기대심이 있다. 많은 작가가 브런치를 통해 데뷔했고 그 중엔 꽤 인기 있는 책들도 있다. 이를테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최근에 인기를 끈 ‘90년생이 온다.’ 역시 브런치 출신이다. 이런 경우를 보면서 혹시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모든 브런치 작가들이 가지고 있다. 가끔은 이게 희망 고문처럼 보이기도 한다. 매일 쏟아지는 글 중에 내가 쓴 글이 어느 출판사의 눈에 띄는 경우가 로또의 확률보다는 높겠지만, 백화점 경품에 당첨될 확률과 비슷하지 않을까?
작가로 지금 당장 데뷔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브런치는 글 쓰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이다. 골방에 갇혀 있던 나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준다. 내가 독자가 되어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내가 잘 알지 못하던 세계의 삶을 구경할 수도 있다. 직장이나 다른 나라의 삶에 대한 글을 읽으며 견문을 넓힐 수 있고, 육아나 살림에 대한 글을 읽으며 공감을 할 수 있다. 특히 글쓰기에 대한 글을 읽으면 꼭 구독하는데, 혼자서 글을 쓰는 나 같은 사람에게 매우 유익하다.
반면 예상하지 못했던 악플도 가끔 만날 수 있다. 내 생에 처음 악플을 만났을 때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손이 떨렸다. 내가 뭔가 잘 못 썼나? 생각하며 내 글을 의심했다. 나중에 그 악플러가 브런치에서 유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쓴 글에 돌아가며 악플을 달고 있었다. 내가 쓴 글을 모든 사람이 공감해 줄거라는 생각을 내려 놓기로 했다. 여성의 입장에서 쓴 글은 남성에게 불편할 수 있고, 며느리의 입장에서 쓴 글은 시어머니들에게 불편할 수 있다. 불편한 글이 꼭 나쁜 글은 아니다. 뭔가 생각할 겨를을 던져줄 수 있다면, 나를 불편하게 하는 글도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 요즘도 종종 악플을 만난다. 하지만 예전처럼 당황스럽지는 않다. 글을 쓰는 동안 두부 같던 마음이 단단한 바위가 되었다.
난 좀 내성적인 성향의 사람이다. 장소에 따라 적극적인 모습도 나타나긴 하지만,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나길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그래서 타인에게 나를 소개하거나 나를 자랑하거나 나를 알리는 일이 속옷만 입고 있는 것처럼 부끄럽고 민망하다. 하지만 SNS 속에서 나는 관심종자가 된다. 내가 쓰는 글은 글쓴이와 다르게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다. 내 일상을 쓰고, 내 과거를 쓰고, 내 가족 이야기를 쓴다. 실제의 나는 지킬이지만 내 글은 하이드가 된다. 정반대의 성격이지만 하이드가 되어 글을 쓸 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요즘은 글 속의 하이드가 현실 속의 지킬을 점점 잠식해 간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분명 내성적인 사람이었는데 자꾸만 나를 더 들어내고 싶고,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진다. 이러다 완전히 적극적인 사람이 되어 여기저기에서 관심종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관심종자의 끝은 유튜버인데, 자꾸만 유튜브 언저리에서 발을 넣었다 뺐다 하는 것이다. 이게 다 날마다 글 쓰는 사람이 돼 버렸기 때문이라고 변명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