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작가가 되던 날

3장. 매일 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by 선량


“작가님, 오래 기다리셨죠? 드디어 책이 나왔어요. 실물을 직접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지만, 사진으로 보내 드려요.”

골방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와 수첩과 노트북,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쓴지 약 2년 만에 내가 쓴 책이 출간되었다.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출간작가가 된 것이다. 책을 출간하기까지 여러 번의 투고와 거절의 답변이 있었고, 감격스러운 계약과 끝없는 퇴고. 그리고 지루한 기다림이 있었다. 이런 과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벌써 책이 나왔느냐 말하기도 하고, 이렇게 빨리 꿈을 이루었느냐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2년 만에 이룬 일이기에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글을 썼던 지난날들을 생각하면, 속 모르는 사람들의 말이 서운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낳고 엄마가 된 후 사회생활과는 아주 먼 사람이 되었다.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계속 살았기에 빠르게 변해가는 한국의 출판 트렌드를 알 리 만무했다. 처음 내가 썼던 지리멸렬한 글들은 편집자의 손을 거쳐 새롭게 재탄생하게 되었다. 그런데 출간의 기쁨이 넘쳐 행복하기보다는 뭔가 불안한 마음이 자꾸만 엄습했다. 분명 그렇게도 바라던 일이었는데,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이었는데. 알 수 없는 불안함과 초조함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물론 사람들의 축하를 받는 것이 기뻤고 인터넷에 내 책을 검색하면 나온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다. 알 수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지를.

여러 매체에 글을 쓰는 일과 내가 쓴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는 일은 엄청나게 달랐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은 아무런 제약 없이 쓸 수 있는 일이었고 아무런 이해관계도 필요 없었다.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다양하게 쓸 수 있었고, 바로바로 독자의 반응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책은 달랐다. 출판사에서는 그 책을 만들기 위해 비용을 지불했고, 노동을 했다. 각 서점에 내 책을 보내고 관리해주는 직접적인 일을 해준다. 바로 그게 내내 마음에 걸렸던 것 같다. 물론 표면적으로 작가는 글을 쓰는 일까지만 책임지면 되지만, 내 책이 독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어두움 속에 웅크리고 있다가 빛처럼 사라져버릴까 봐 겁이 났다. 내 원고를 선택해 책으로 만들어준 출판사에게 손해를 입힐까 봐 걱정되었다. 또, 그 책이 누군가에게 불편한 글이 되지는 않을지 염려되었다. 바로 소심한 성격 때문이었다. 이런 소심함을 가지고 계속 글을 쓸 수 있을까? 과연 두 번째 책, 세 번째 책을 출간할 수 있을까?

첫 책을 쓸 당시 출판사에서 나를 “작가님”이라고 불러주었을 때, 온 몸이 간질거렸다. 난 아직 진짜 작가가 아닌데, 난 아직도 작가스럽지 못한데……. 이런 생각을 하며 내 스스로를 깎아 내렸다. 책을 출간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원하고 원한 일을 이루었지만, 온라인 서점의 판매지수를 확인할 때 마다 심장이 쪼그라 들었다. 판매부수가 기대했던 것보다 낮은 수치를 보일 때, 애쓴 보람이 모두 사라져 버린 것만 같았다.

“엄마가 필요해”의 저자 은수 작가님은 책이 출간되기 전, 책을 내고 싶지 않다고 모두 취소하고 싶다고 출판사에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첫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얼마전엔 두 번째 책도 출간했다. 작가님의 이 글을 읽고 나만 불안해하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루고 싶은 꿈이 눈앞에 있지만 불안함도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것을 이겨내야만 비로소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것이었다.

예비 작가로서 글을 쓰고 투고하고 계약을 하고 출간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몸소 체험하면서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나의 꿈은 책 한 권 출간하고 마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로든 글을 계속 쓸 생각이고, 여러 주제의 책을 출간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안함을 가장한 소심함’을 스스로 이겨내야 했다.

집에는 두 권의 오래된 노트가 있다. 하나는 큰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써 온 태교 노트이고 다른 하나는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써 온 태교 노트이다. 오래된 노트 속에는 아이들이 배 속에 있을 때 찍은 초음파 사진과 배가 점점 남산만 해지는 내 모습이 담겨 있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들의 모습과 처음 이가 난 날의 모습, 처음 앉은 날, 처음 잡고 선 날들의 모습도 있었다. 지금 바로 내 옆에 그 두 아이가 있다. 종일 부산하게 움직이고, 떠들고, 싸우고, 울고, 웃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아이들은 저절로 자라고 성장했다. 오래된 노트를 넘기며 예전 모습을 떠올렸다. 아이들을 키울 때 얼마나 울었던지, 얼마나 힘들었던지, 얼마나 졸렸던지……. 지금 내 모습을 생각해본다. 아이들이 자란 만큼 나이 들고 늙기만 했는가? 아니다. 나 역시 마음이 한층 성장했다. 이제는 힘든 일이 생겨도 이겨낼 힘이 생겼다.

잘 모르는 일은 직접 부딪혀 보고 경험할 것이다. 불안한 마음과 대면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책이 독자의 선택을 많이 받지 못하더라도 조급해하지 않는 법을 배울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나만의 글쓰기 노하우를 가르쳐줄 수 있는 작가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작가스러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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