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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May 01. 2020

당신의 골방은 무엇인가요?

나만의 골방을 찾아서

집에는 여러 방이 있다. 안방, 작은 방, 아이들 방, 주방, 그리고 거실. 하지만 이 방들 중에 내 공간은 없다. 내가 안방에 있으면 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안방으로 쪼르르 들어온다. 거실에서 뭔가 하고 있으면 내 발아래 드러누워 책을 읽는다.

유난히 스킨십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피부와 피부의 마찰을 즐긴다. 냄새나는 발에, 두꺼운 종아리에 , 듬직한 허벅지에 , 거친 손에 또는 뭉친 어깨에 온 몸을 기대고, 손으로 감고, 다리를 걸친다. 사랑하는 아이들이지만 10살 아들, 8살 딸이 한꺼번에 내 사지를 휘감으면 매우 부담스럽다.


“19호실로 가다”라는 책은 한 주부의 비밀스러운 방을 이야기한다. 부족할 것 없는 주부는 왜 자기만의 19호실이 필요했을까?

남편도 아이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의 19호실을 나는 맘속 깊이 이해할 것만 같다. 나에게 필요한 골방이 그녀에겐 19호실이었던 것이다.



장소의 골방은 만들 수가 없었다. 어딜 가나 아이들이 따라다니니까. 그래서 시간의 골방을 만들기로 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그 시간 동안의 나만의 골방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조용히 사색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드라마도 보면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신경 쓰지 않고 그 시간을 즐겼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2달 넘게 격리생활 중인 지금은 그 조차도 힘들게 되었다. 우린 24시간 붙어있다.


활동량이 줄어든 아이들은 늦게까지 자지 않는다.

11시가 넘고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잠을 잔다. 아이들이 자고 나면 나만의 골방 시간을 갖으려 했건만, 이것도 실패했다.  그러니 이제 남는 시간은 아침 시간뿐이다.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먼저 일어나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그렇게 노력해도 되지 않던 미라클 모닝을 요즘 보내고 있다. 나만의 골방 시간이 그만큼 간절했던 모양이다.



남편 홍 군의 골방은 산책이다.

집에서 일을 하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갑자기 일어나 마스크를 쓴다. 손소독제 까지 주머니에 넣고 밖으로 나가 30분 정도 걷고 온다. 나무를 보고, 새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한다. 그럼 다시 일을 할 힘이 생긴다나.


내 아들 아니의 골방은 브롤 스타즈 게임시간이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게임을 할 수 있는데 친구와 스카이프로 대화하며 팀을 이뤄 게임을 한다. 영어가 조금 부족했던 아이였는데 요즘 들어 부쩍 어휘가 늘었다. 친구랑 영어로 수다 떨며 게임하느라 그런 모양이다.


내 딸 으니의 골방은 자기 방이다. 한 번씩 방 문을 닫고 혼자 꼼지락 거리며 논다. 옷장에서 온갖 드레스를 빼서 입으며 놀고, 인형들과 공주 놀이를 한다. 한 번씩 삐지면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혼자 울기도 하고, 10분 즈음 지나 다시 조용히 나오기도 한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와 시간. 그건 특별한 사람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모든 사람에겐 나만의 골방이 필요하다.



며칠 전, 아주 이상한 댓글을 받았다.

내가 쓴 글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댓글이라 생각했다. 이를테면 골방과 n번방을 연결 짓고, 골방에서 글을 쓰는 일을 음란한 일과 연결을 지었다. “유민의 글쓰기 특강”책을 내가 언급했기 때문인지, 정치권과 연결을 시켰고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쳤다.


그 사람이 정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골방이란 음란한 방인가 보다고 생각했다. “방”이라는 단어가 일반적인 방이 아닌가 보다. 그 사람에게는 자신을 돌볼 시간과 공간의 방은 없고, 타인의 공간에 이상한 댓글을 쓰는 애씀만 남았나 보다. 그에겐 이게 골방인가 보다.


내 골방이 무엇인지는 나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다.

골방의 장소에서 골방의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내 가치가 매겨진다.

타인에게 쓰는 애씀을 자기 자신에게 쓴다면 훨씬 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될 텐데....



n번방 , 박사 방 때문에 방이라는 개념이 흐려지고 말았다. 하지만 난 방이라는 개념을 잃고 싶지 않다.

고유한 우리들의 방(room)을 유지하겠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와 개념에 휘둘리지 않겠다.

방은 내가 쉬는 곳, 가족이 모이는 곳, 대화하는

곳일 뿐이다.

그리고 골방은 나를 위한 회복과 치유의 방이다. 조용히 말씀을 읽고 기도하고 글을 쓰고 책을 보면서 내 골방을 지켜나갈 것이다.


당신의 골방은 무엇인가?

골방의 의미와  당신의 가치를 지켰으면 좋겠다.




혼자 조용해  일고, 쓰고, 공부하던 프로 골 방러의 책 #당골쓰(당신도 골방에서 혼자 쓰나요?)를 POD 출간했습니다.

리디북스, 예스 24에서 전자책으로 볼 수 있어요.

종이책은 부크크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프로 골방러 선량이가 요즘 골방 문을 열고 있어요. 온라인 강의도  하나 하게 되었네요.^^

소심한 제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응원해주신 구독자님들, 정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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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ridibooks.com/books/805030604?_s=search&_q=%EB%8B%B9%EC%8B%A0%EB%8F%84%20%EA%B3%A8%EB%B0%A9%EC%97%90%EC%84%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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