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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Apr 29. 2020

왜 엄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걸까...

엄마와 넷째 딸


지난주부터 엄마에게 전화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독립 출간이긴 하지만 책도 나왔고, 곧 엄마 생신이기도 하고, 수술한 허리는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다.


온종일 네 가족이 집안에 머물며 지내다 보니, 아침이 금방 오후가 되고, 오후가 금방 저녁이 되어버린다. 인도보다 3시간 30분 빠른 한국은 여기보다 더 빨리 밤이 찾아온다. 문득 정신 차리고 보면 매번 엄마가 주무실 시간이다.


‘오늘도 연락을 못 드렸네. 내일은 해야지.’

정말 연락할 시간을 놓친 건지, 일부러 연락을 안 한 건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시간이 가버린다. 그리고 또 습관처럼 내일은 꼭...이라고 다짐한다. 마치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라고 결심하는 것처럼.


사실은,

이번 책의 첫 번째 장에 엄마, 아빠 이야기를 실었다. 내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설정이었다. 나쁜 말을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염려가 되었다.


나에게 힘들었던 어린 시절이었다고 뭉뚱그려 말할 수 있지만, 엄마, 아빠에겐 그 시간이 어떻게 남아 있는지 모른다. 허락도 없이 가족 이야기를 썼다고 책망할까 봐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난 그 이야기를 꼭 쓰고 싶었다. 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시기가 바로 내가 태어날 때부터이니까.



드디어 오늘, 미뤄두었던 연락을 했다. 휴대전화로 엄마 얼굴을 보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선량아~ 어떻게 지내니?”

엄마는 활짝 웃고 있었다. 나도 애써 웃으며 근황을 전했다. 아이들 얼굴을 보여주며 인사도 시켰다.


“엄마, 나 두 번째 책 나왔어. 출판사에서 한건 아니고, 내가 그냥 만들었어.”

“그래. 들었어. 우리 딸 장하네. 인도에서 어떻게 그런 걸 했어.”

“응, 인터넷으로 다 할 수 있어. 근데 엄마...”

“응, 왜?”

“이번 책에 엄마 이야기를 조금 썼어. 내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까...”

“응, 그래. 가족인데 당연히 써야지. 쓸만하니까 썼겠지.”

“응, 나쁜 말은 아닌데.....”

“그래, 괜찮아.”




난 엄마에게 어떤 딸일까?

딸 넷 중에 내가 엄마 성격을 가장 많이 닮았다. 그래서 내가 떠올리는 이 감정을 엄마가 느끼고 있을까 봐, 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봐 많이 미안해진다.


전화를 끊고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꾸욱 눌러 참았다. 엄마도 지금 날 생각하며 눈시울을 적시고 있을까?

아마도 엄마는, 먼 타국에 있는 넷째 딸과 사위, 손주 , 손녀를 위해 기도하고 있을 것이다. 아주 간절하게.


엄마의 어렸을 적 꿈이 작가였다고 했다. 집에는 세로로 써진 아주 오래된 책이 있었다. 엄마가 읽던 책을 한 번씩 꺼내 읽었었다.

농사꾼의 아내로 사느라 이루지 못한 꿈을 넷째 딸이 이룬 걸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엄마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엄마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난 펑펑 울게 될 테지만, 엄마의 삶을 함께 쓰고 싶다.




엄마를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차오른다.

내가 엄마가 되었기 때문인지,

엄마가 너무 할머니가 돼 버려서인지,

내가 엄마에게 미안해서인지,

엄마가 나에게 미안해하는 게 너무 느껴져서인지,


그냥 엄마가 보고 싶어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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