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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un 27. 2020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

바람이 머물다간 자리에서

특별히 기다릴 소식도,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자꾸만 무언가를  기다린다.


 


어제와 같은 시간, 같은 방법으로 왼손 엄지 손가락을 들고 메일 어플을 누른다.

메일함을 열었다가 익숙한 이름이 보낸 메일이 왔음을 확인했다.  


누구였더라? 어디서 만난 사람이었더라? 분명, 아는 이름인데…….


고민하다 메일을 열었다.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당신의 자신감 되찾아 드릴게요.”

 

 

메일을 보낸 사람의 이름은 김정오.

내가 아는 사람의 이름은 김정호.

 

어떤 자신감을 찾고 싶긴 하지만,

그가 말한 자신감은 그다지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조용히 스팸메일로 이동시켰다.



 

다음 주면 김정후 이름으로 메일이 오지 않을까?


그러면 또 난, 아는 사람인가? 하고 메일을 열어보겠지.

 

오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난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


평소와는 다른 공기의

한줄기 바람을 기다리는 것인지도.


김정호의 이름을 닮은 김정오의 스팸 메일이라도 괜히 반가우면 어쩌란 말인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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