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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un 29. 2020

헤어짐의 이유

바람이 머물다간 자리에서

 

“걔 결혼한대.”

“누구?”

“걔 있잖아, 너랑 잠깐 만나기도 했었잖아.”

“아……. 걔…….”

“응. 다음 달에 결혼한데. 근데 넌 걔랑 왜 헤어졌냐? 얼굴도 이쁘고, 성격도 좋은 얘였던 거 같은데? 걔가 너 엄청 좋아했잖아.”

“내가 차였지 뭐.”

“헐……. 진짜? 왜? 네가 왜 차였어? 네가 잘 못해줬구먼. 나 같으면 엄청 잘해줬을 텐데.”

“사실, 잘 모르겠어. 왜 헤어졌는지……. 난 꽤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잘 맞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걔가 헤어지자고 하더라.”

“왜? 이유는 뭐래?”

“그게…… 자기를 너무 모른다나……

 



사실은 말이야. 오늘처럼 엄청 더운 날이었어. 둘이 맛있는 점심도 먹었지. 소화시키느라 공원을 좀 걸었는데, 너무 더운 거야. 그래서 근처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어. 걔 좀 지쳐 보여서 자리에 가 앉아있으라고 했어. 내가 주문하겠다고.

“오빠, 난 아메리카노.”

걔가 말했어. 그래서 난 내가 마실 아이스 라테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지. 나중에 시원한 커피를 들고 왔더니, 걔 표정이 갑자 싹 바뀌는 거야.

“오빠, 난 아메리카노 라니까……”

“응, 이거 아메리카노야. 잘 봐봐.”

“오빤, 정말 나한테 관심이 없구나. 매번 내가 같은 거 마시는데, 그걸 아직도 모르다니.”

“아니, 뭐르긴 뭘 몰라. 이거 아메리카노 맞잖아. 왜 그래? 뭐가 문제야?”

“이건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아이스 아메리카노잖아.”

“그게 왜? 이렇게 더운데 얼음 들어간 시원한 거 마시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난 아이스 안 마신다고. 난 차가운 거 싫어하는데. 항상 내가 뜨거운 커피만 시킨 거 전혀 몰랐어? 정말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거야?

“아니, 난 너무 더우니까, 너 위해서 시원한 거 마시라고 아이스로 시킨 거지.”

“그건 오빠 생각인 거지. 난 분명히 아메리카노라고 말했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그냥 오빤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거야. 오빠 마음대로 생각한 거야.”

 

 

그 뒤로 걔가 날 대하는 태도가 변했어. 난 이해가 안 되더라. 뭐가 이렇게 어렵나 싶었지. 이게 화 낼 일이야? 그래서 나도 좀 고집을 부렸어. 미안하다는 말은 진짜 하기 싫은 거야. 내가 왜 미안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리곤 걔가 헤어지자고 하더라.

 

난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뭘 잘못한 건지. 난 그냥 배려한 것뿐인데…….”

 


매우 사소한 것이,

때론,

가장 중요한 것.


누군가에게 당연한 것이,

나에겐,

당연하지 않는 것.


넌 배려지만,

나에겐 서운함일 수도

있는 것.


헤어짐의 진짜 이유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


- 한 여름에도 뜨거운 것만 마시는,

선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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