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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ul 19. 2020

빗소리는 노란색, 행복은 파란색

바람이 머물다 간 자리에서

이른 아침, 빗소리에 잠을 깼다.

전날 밤, 갑작스러운 두통으로 빨리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인지 이른 시간에 눈이 떠졌다. 두 아이와 남편은 이불을 돌돌 말고 자고 있었다. 꿉꿉함이 느껴져 리모컨을 찾아 에어컨을 약하게 틀었다.

토도독 토도독 떨어지는 빗소리가 위이잉 돌아가는 에어컨 소리에 묻혀버렸다.

 두통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고민하다 진통제를 찾아 두 알을 물과 함께 삼켰다.


 

거친 빗줄기가 창문을 타고 내려왔다.

베란다 문을 여니, 뜨겁고 습한 개구쟁이 같은 바람이 가지런히 정돈된 집안 공기를 비집고 들어왔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져 나와 함께 놀자며 유혹한다.

가만히 왼 손을 내밀어 내리는 비를 잡아 보았다.

투둑 투둑 투두둑.


손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장난을 치며 내 손목을 타고 미끄럼을 탄다.


노란색 장화를 신고, 노란색 우산을 들고,

첨벙첨벙 뛰어다니던 강아지 같은 내 아이들은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는데,

빗방울들은 함께 놀자며 자꾸만 내려와 손등을 적신다.

 


“자기는 날 왜 좋아했어?”

머리가 아파 누워있는 나를 조물조물 안마해주는 그를 향해 물었다.

삶이 해변가의 모래알처럼 지루해질 때, 나는 한 번씩 그에게 과거를 질문한다.

그의 대답은 한결같지만, 그 한결같은 대답은 파란 물감이 되어 모래알을 뒤덮는다.

 


넘실대는 바다 같은 파랑은,

멀리 밀려갔나 싶으면, 다시 후루룩 달려든다.


이제 그만,

문을 열고 들어가,

병아리 같은 아이들을 품에 안고

떨어지는 빗소리나 들어야겠다.

by good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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