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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ul 30. 2020

캐캐 한 종이책 냄새가 그리운 날

인문학은 모르지만 행복합니다.

요즘 스마트폰과 영상 때문에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고 하죠. 출판업계는 항상 불황이라고 하고, 폐업하는 출판사나 서점도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를 보면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처음  책들, 오래된 책들, 신간 책들, 마케팅 책, 자기 계발 책, 소설책, 동화책   없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책을 읽고 서평을 올립니다. 그중엔 하루에   읽는 분들도 많았어요. 와~ 정말 대단해 보여요. 

저도 인스타 그램에서 북스타 그램을 하는데요,   읽은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기껏해야 일주일에  두권 읽거나 한 달에 한권만 읽기도 해요. 

그걸 보면서 정말  읽는 사람이 없는  사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가을에 한국으로 휴가를 갔을 때, 서점에  기회가 2번이나 있었어요. 책을 잔뜩 사 오려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서점에 진열된 어마어마한 책들을 보니,  골라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표지를 자세히 읽어보고, 목차도 읽어보면서 책을 살폈는데요, 결국 사지 못했어요. 


아이들을 키울 때 이런 말이 있어요. 선택범위가 너무 넓으면 아이들은 오히려 선택을 힘들어한다고요.

“이것과 저것 중에 하나만 골라.”라고 범위를 좁혀주면 그제야 아이들도 고민하지 않고 선택할  있대요. 

제가  그런 아이들 같았어요. 누가   대신 책 좀 골라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결국, 나중에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서 그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만 몇 개 사고 말았습니다.


지금 그게 너무 후회가 돼요.

그때 사온 책은 이미  읽었거든요. 

지금은 전자책을 구매해서 책을 읽고 있어요. 종이책을 구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전자책은 정말 사막의 오아시스 같아요. 


그런데 요즘, 종이책이 너무너무 그리워졌어요. 행드폰 가득 담겨있는  말고, 책장에 가득 담겨있는 책과 오래된 책에서 풍기는 캐캐 한 냄새가 그립습니다. 



책은 읽는 재미도 좋지만, 모아 두고 아껴 두는 재미도 그만이다.
재미있다, 유익하다 주변에서 권해 주는 책을  ,    모아서 
서가에 꽂아 놓으면 드나들 때마다 
 책들이 안부라도 건네는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지.”

인스타그램에 소개된 책과 노니는 집”이라는 책을 보고,  내용이 너무 궁금해 전자책으로 바로 구입을 했어요. 

조선 후기, 책을 필사하는 필사쟁이와 책방에 대한  책은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을 받은 소설인데요,  책을 읽는 내내 종이책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아, 아비는 책방을 꾸미려     모은 돈을 약값으로 헐고 싶지 않다. 책방을 차려 오래된 종이 냄새를 맡고, 새로 들여온 책의 자리를 찾아 주고 싶구나. 단골손님이 오면 이야기책도 소개해 주고…… 그렇게 사는  아비 꿈이다.”

책이 가득 진열된 서점을 거닐며 책을 만지고, 고르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 들었습니다. 

책에 대한 그리움은 서점에 대한 그리움으로, 서점에 대한 그리움은 고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고국에 대란 그리움은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칭칭 감겨있던 실타래를  떨어뜨리니,  안에 숨어있던 그리움이 줄줄줄 풀려버렸어요. 



풀려버린 그리움의 실을 다시 꽁꽁 감았습니다. 

당분간은 실타래를 놓치지 않도록, 저장해 놓은 전자책을 꺼내 읽어야겠어요. 

엄마와 영상통화도 한번 하면, 당분간은 괜찮을  같습니다. 


지금, 

당신 곁에 읽을  있는 종이 책이 쌓여 있다면, 

 책에서 캐캐 한 종이 냄새가 풍긴다면, 

근처에 서점이 있어서 쉽게 들어가 아무 책이나   있다면,

당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소한 일들이 그리운 사람이 

여기, 한 명 있답니다. 


책방거리_by good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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