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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19. 2019

뭄바이 사는 사람의 델리 방문기

호캉스를 생각했으나 호갱스가 되었다.

지난 10월,

“나 델리로 출장가.”
“언제?”
“다음주 초에....”
“헐.... 애들 방학인데...... 따라갈까?”
그냥 해본 말이었는데 남편이 덥썩 물었다. 우리의 델리 여행은 이렇게 갑자기 시작 되었다.


우리 가족이 사는 곳은 남서쪽에 위치한 뭄바이, 아라비안해가 만나는 지점이다. 인도 제2의 경제도시로 불린다. 델리는 인도의 수도로 북쪽에 있다. 델리에 대한 여러가지 말들이 있다. 대부분 위험하다, 공기가 나쁘다, 하지만 한국식당이 많고 먹을거리가 많다.......  궁금했던 찰나에 기회는 이때다 싶어 남편의 출장을 따라 나섰다.



뭄바이에 처음 왔을 때, 한밤중에 혼자서 두 아이를 양손에 붙잡고, 많은 짐을 찾아 나오느라 공항 구경을 전혀 못했었다. 이번에 가서 보니 뭄바이 공항이 생각보다 많이 좋아보였다.

뭄바이 공항 국내선 내부

 국내선 대기실에는 여러 가게와 아이들을 위한 플레이존이 있었다.



농아인이 일하는 costa coffee

커피가 마시고 싶어 들린 “costa coffee”에는 농아인이 일하고 있었다. 그 사람과 손짓으로 이야기를 하고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기분이 괜히 좋았다.



기내식

드디어 델리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큰아이가 가장 기다리던 시간, 바로 기내식이 나오는 시간이다. 역시나 기내식은 인도 음식이었다. 큰아이와 나는 인도 음식을 꽤 좋아한다. 치킨 커리를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남편과 둘째 아이는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드디어 델리에 도착했다.

델리 공항을 나서자 매캐한 냄새가 났다. 눈 앞은 안개가 자욱하게 낀 느낌 이었다.

‘이게 델리의 모습이구나.’


우리는 회사에서 보내 준 택시를 타고 바로 한인식당으로 향했다. (뭄바이에는 그럴듯한 한인식당이 없다.)

우리가 간 곳은 구르가온에 위치한 ‘미소’라는 한인 식당이었다. 뭄바이에서는 볼 수 없는 식당의 모습에 우리 모두 눈이 휘둥그래 졌다.(시골 사람 티를 좀 냈다.)

그렇게 우리는 배부르게 먹고 잔뜩 기분이 좋아져 미리 잡아 놓은 숙소로 향했다.


이제 호텔에서 즐겁게 즐길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호캉스를 생각했다.


남편이 일을 하러 가면, 나와 아이들은 여유롭게 침대에서 뒹굴 거리고, 수영장도 가고, 점심은 룸서비스를 시켜먹고, 남편이 퇴근을 하면 근처를 산책 하거나, 한인 식당에가서 한식을 배불리 먹을 생각이었다.  이게 바로 남편의 출장을 따라온 이유였다.



아고다 사이트에서 확인한 객실은 분명 깨끗하고 넓어 보였다. 하지만 호텔 직원이 안내해준 룸에 들어가 보니, 매우 좁은 방에 좀 지저분해 보였다.
엑스트라 배드를 요청했는데, 엄청 지저분한 매트리스와 담요를 들고 오는 것을 보고 그냥 취소시켰다.
아이들을 씻기려 물을 트니 세면대에서는 뜨거운 물만 콸콸 나왔다. 차가운 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이미 밤이 되었으니 오늘 밤은 참고 자야했다.


겨우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욕실쪽 벽에서 물이 새어나와 바닦에 흥건이 고여있었다.


‘그래도 수영장은 괜찮겠지? 수영장만 괜찮으면
애들이랑 놀 수 있으니까.......’

남편을 출근 시키고 두 아이를 데리고 루프탑으로 올라가 보았다. 분명히 인터넷 사이트에는 멋진 수영장 사진이 있었다. 하지만.......
루프탑의 수영장은, 안쓴지 너무 오래 되었는지 먼지만 수북했다. 수영하면 왠지 피부병이 생길 것만 같다.

그래도 룸서비스는 괜찮겠지, 하고 시킨 피자와 파스타는 내가 이제껏 먹어본 룸서비스 중 최악이었다. 차라리 내가 집에서 대충 만든 피자와 파스타가 훨씬 맛있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컴플레인을 했다. 당장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갈 수는 있지만 이미 결재된 금액은 환불이 안된다고 한다.

결론은,  다행히 좀 더 넓고 물이 새지 않는 방으로 바꿔주었다. 그리고 수영장좀 청소해 달라고 말을 하고 그냥 머물기로했다. (하지만 수영장에 다시 올라가진 않았다. 청소 하겠다는 그들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루종일 호텔에서 신나게 티비를 보고,  저녁을 먹으러 우버를 타고 한인식당에 갔다. 일찍 나온다는 남편은 오는데 한시간 넘게 걸린다고 했다.
이미 밥을 다 먹은 아이들은 식당에서 완전 난리
법석이었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그냥 우리끼리 호텔로 가려고 하니 남편이 위험하다고 그냥 기다리란다. 남은 음식을 싸 들고 식당을 나와 건물 1층에서 남편이 빨리 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남편이 도착해 함께 호텔로 향했다.


호캉스가 아닌, 호갱스가 되었다.

그럼에도 이 호텔, 뭐가 이리 당당한지 5 star 라고 광고를 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그 호텔에서 이틀을 더 머물렀다. 낮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키즈카페에 가서 놀았다.

저녁에는 근처 한인식당에서 먹고 싶었던 음식을 사 먹고, 한인마트에 가서 간식거리를 사들고 호텔로 들어갔다.

이렇게 우리의 첫, 델리 방문은 어이없게 끝이났다.




“엄마, 델리 또 가고 싶어.”

“왜?”

“델리에 있는 키즈카페가 너무 좋아. 거기 또 가고 싶어.”


아이들의 기억엔 키즈카페만 남아있다. 내 기억속엔 그 호텔 이름도 남아있지 않다.


그래도 한가지 얻은 교훈이 있다면,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은 절대 믿지 말것!! 후기를 꼭 읽어볼 것!!


우리가 간과한 것은 ‘좋다’는 후기가 올라와 있었는데, 그게 5년 전 후기였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영어공부는 평소에 해야 한다는 것!!


영어도 못했으면 한마디 컴플레인도 못하고 그저 속 앓이만 했을 것이다. 영어공부를 조금이라도 해 두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역시 집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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