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량 Sep 28. 2020

3. 신경 끄기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1장. 평범한 일상 속 행복찾기

무더운 날씨가 되면 코로나 바이러스도 힘을 못 쓸거라던 예상은 보기좋게 빚나갔습니다. 어느덧  인도는 일년 중 가장 더운 망고의 계절이 되고 말았습니다. 뜨거운 햇살에 당도가 잔뜩 농축된 망고를 먹고있으면 온 집안에 달콤함이 배이게 됩니다. 바닥에 망고 국물이라도 떨어지는 날엔 끈적한 달콤함까지 추가됩니다. 외출은 하지도 못하고 방구석에서 망고를 잔뜩 먹고있으니, 다들 그럿듯 확 찐자가 되었습니다.


 망고를 먹으면 딱딱한 망고 씨가 나옵니다. 예전에 여러 번 망고 씨 발아(띄어쓰기 꼭 해서 읽어주세요.)를 시켜보았는데, 매번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번엔 욕심이 좀 생겼습니다.  얼마전에 시도했던 멜론, 귤, 오렌지, 사과 등…. 모든 씨 발아에 실패했거든요.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해보았습니다. 이런 저런 방법들이 나와 있었어요. 먼저, 딱딱한 망고의 겉 씨를 벗겨내야 했어요. 어찌나 딱딱한지, 가위로는 절대 잘라지지 않았습니다. 과일 칼을 들고 한쪽 면을 긁고 긁고 또 긁어 내어 속씨를 꺼냈습니다.  망고 속 씨는 콩 모양으로 생기긴 했지만, 두꺼비 같이 보이기도 했어요. 엄마 뱃속에 이제 막 자리를 잡은 태아의 모습 같기도 했어요. 그 씨에 이쑤시개를 꽂아서 반신욕을 시켜 주었습니다. 절반 정도만 물에 담가 두는 거죠.

  어, 그런데 하루가 지나니 뿌리가 나오는거에요. 진짜 신기했어요. 지난번엔 뿌리조차 나오지 않았거든요. 너무 신기해서 쓰레기통에 버린 망고 씨를 모두 꺼냈습니다. 맨손으로 쓰레기통을 뒤져 2개를 더 찾아내어 겉씨를 벗겨 반식욕을 시켜주었지요.

  며칠이 지나니 정말 신기하게도 뿌리가 쑥쑥 나오는 겁니다. 뿌리가 제법 길어진 망고씨를 흙에 심어주었어요. 잘 자리기를 정말 정말 빌었습니다.


 그 후부터가 문제였습니다. 싹이 잘 자라는지 너무너무 너무 궁금한 것입니다. 혹시나 뿌리가 말라버리는 것은 아닌지, 싹이 나오다 너무 뜨거워 죽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너무 걱정이 되었습니다.

  일어나자 마자 베란다에 가서 보고, 괜히 한번 흙에 손가락을 넣어도 보고, 점심때 또 나가서 잘 있는지 보고, 오후에 또 나가서 괜찮은지 보고…….

그런데 아무런 낌새가 없었습니다. 혹시나 하고 흙을 털어내고 망고씨를 쑥 뽑아보았어요.  그러다 뿌리가 꺽이고 말았네요. 그 아이는 저 때문에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어느 블로거의 글을 보니, 망고씨를 심고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래요. 너무 자주 들여다보고 신경 쓰고 물을 주면 오히려 잘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그 글을 읽고 이번엔 정말 정말 망고씨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엄청나게 신경을 썼습니다.

  지금은 뿌리가 나온 망고 씨 2개를 흙에 심어 두었고, 3개를 더 반신욕 시켜주고 있습니다. 일부러 베란다 구석에 두었는데, 그럼에도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것입니다. 오늘 즈음이면 싹이 나와야 하는데, 무슨 소식이 있어야 하는데 조바심이 났어요. 도대체 망고씨가 뭐라고 이렇게 조바심이 나는 걸까요?


  조바심.

  전 성격이 좀 급해서 그런지 항상 모든 일에 조바심이 났습니다. 글을 쓸 때도 이 조바심 때문에 매번 오타를 남기고요, 뭔가 좀 더 기다리며 결정해도 되는데, 답답함과 조바심 때문에 빨리빨리 하라고 재촉을 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이틀에 한번 글을 쓰고 하루에 한번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오늘은 글 좀 써야 하는데……. 생각을 하고 글을 쓰고 있을 땐, 그림 좀 더 그려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글을 쓰는 이유도, 그림을 그리는 이유도, 지금보다 후퇴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성장하고 싶어서 하는 일들인데요, 자꾸 조바심이 납니다. 뭔가 더 좋은 글을 떡 하니 써야 할 것 같고, 그림도 더 좋은 그림을 그려야 할 것 같아요.

 

  아이들을 키울 때는 제 조바심이 통하지 않았어요. 전 급한데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속도로 성장하더라고요.  신경 쓰면 쓸수록 튕겨져 나간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적당히 도와주고 뒤로 빠지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것도 마음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망고씨도 아이들도 제 맘대로 되지가 않아요. 눈에 보일정도로 쑥쑥 성장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말 신경 끄기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틀 동안 절대절대 절대 모른척하겠다고 결심해보았습니다. 잠시 신경을 끄고 지내다 보면, 망고 씨도 제 마음도 쑤욱 자라나 있겠죠?




 




신경을 끈다는 것은 관심이 없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신경을 쓰는 것 만큼, 신경을 끄는 것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신경을 쓰면 쓸수록 뿌리가 병들거나

관계가 병든다면

관심 스위치를 잠시 꺼 놓아도 좋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2.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