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평범한 일상 속 행복찾기
어느 날, 큰아이가 저를 부르며 말했습니다.
“엄마, 이거 뭐야? 냉장고에 뭐가 붙어있어.”
“그게 뭔데?”
“그…냥..쉽..게..살..자..????”
“그게 무슨 말이야?’
“몰라, 냉장고에 붙어 있어.”
연달아 둘째가 말했습니다.
“엄마~ 베란다에도 붙어 있어.”
“엥?? 뭐라고 써 있는데?”
“ 그..냥..쉽..게..살자.”
“때 버릴까?”
“내버려 둬. 아빠가 써서 붙여 두었나 보다.”
“이런 말을 왜 써?”
“그냥 쉽게 살고 싶나 보지.”
첫째 아이가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말을 했습니다.
“나는 쉽게 살기 싫은데.”
“왜?”
“난 항상 어렵고 힘들어. 공부도 힘들고. 하지만 쉽게 살고 싶진 않아.”
“엄마 생각엔, 넌 이미 충분히 쉽게 살고 있는 것 같다. 어제도 하루 종일 놀았고, 2시간 넘게 게임도 했고, 뒹굴거렸고, 학교도 안 가고, 학원도 안 가고…. 더 이상 쉽게 살 수가 없을 것 같은데. 더 쉽게 살려면 밥 먹고, 싸고, 자고, 숨만 쉬어야 하지 않을까?”
“그럼 아빠는?”
“아빠는 회사일 하느라 힘들잖아.”
“아닌데. 내 생각에는 아빠도 이미 쉽게 사는 것 같은데.”
“왜?”
“맨날 우리한테 심부름 시키지. 맨날 안마 시키지, 맨날 혼자 유튜브 보지. 아빠 하고 싶을 때 게임하지, 우린 집 밖에 못 나가게 하면서 아빤 맨날 산책하러 나가지.”
“듣고 보니 그러네. 그래도 회사 일 하는 건 힘들겠지.”
“다른 아빠들은 회사 안 가?”
“가는 사람도 있고, 엄마가 가는 사람도 있고. 그러니까 다들 힘들겠지?”
“난 어른이 되기 싫어. 힘들게 회사 다녀야 하잖아.”
“헐……. 그러니까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 힘들다는 생각 안 드는 일.”
“그게 뭔지 모르겠어.”
“엄마도 그걸 몰랐고, 아빠도 몰랐어. 그래서 이제 알아가는 중이야. 좀 늦었지만 말이야.”
“그래서 아빤 쉽게 살고 싶은 거야?”
“엄마 생각엔, 우린 이미 쉽게 살고 있는 것 같아. 빚도 없고(집도 없긴 하지만), 가족들 아프지 않고(가끔 아프긴 하지만), 싸우지도 않고(가끔 다투긴 하지만), 아빠가 돈도 벌고(그러느라 스트레스 받지만). 이보다 더 쉽게 살 수 있을까?
남들이 보기엔 우리가 엄청 치열하게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일 거야. 사실 절대 아닌데. 엄마가 글 쓴다고 청소를 잘 안 한다나는 걸 모르겠지? 너희들이 공부도 안 하고 온종일 뒹굴거린다는 것도 모를 거야. 하지만 쉽게 사는 것과 대충 사는 건 많이 달라. 삶의 의미도 모른 체 바쁘게만 살아가는 걸 거부하는 건 쉽게 사는 거고, 집안일도 대충, 일도 대충 하면서 책임지지 않는 건 대충 사는 일이고. 생명에 지장이 없고, 남에게 피해주는 일이 아니라면 좀 대충해도 될 것 같아.
그런데 엄마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니까 더 열심히 하고 싶어 지던걸?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땐 어렵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 그냥 하면 되는 거야. 실패할까 걱정하지 말고, 남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일단 하는 거. 그게 쉽게 사는 거 아닐까?
아빠도 아마 대충 사는게 아니라 아빠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어서 그런 걸 거야. 그런데 또 아빠는 우리집 가장이니까 엄마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아빠에게 쉽게 사는 일이란 과연 무엇일까? 정말 궁금하다. 아빠가 그걸 찾으면 알아서 때겠지?"
3개월이 지난 지금, 베란다와 화장실 앞, 냉장고 앞엔 여전히 “그냥 쉽게 살자.”가 붙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