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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Sep 28. 2020

17. 지진속에서도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

4장. 나는 오늘도 행복을 선택했다. 

 

얼마 전, 잠자리를 준비하려 일어서려는 찰나였습니다. 갑자기 바닥이 심하게 흔들리면서 우르릉 소리가 들렸습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지진이다.”

갑작스운 지진에 모두 얼음이 되었습니다. 심장이 몹시 두근거렸어요. 2달 전에도 한번 지진이 있었는데 또 생기니, 무슨 일인가 싶었어요. 인도는 원래 지진 지대가 아니라고 했었거든요. 5초 후 흔들림이 멈추자 제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가스 밸브를 잠그는 일이었습니다. 제 두 아이 그러니까 10살 지안이, 8살 소은이는 갑자기 방으로 뛰어 들어가 베개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러고는 머리에 감싸는 것이었어요. 지안이는 심지어 식탁 아래로 들어가서는,

“엄마 이제 안전해.”

라고 말하며 해맑게 웃고 있는 게 아닙니까?

“야, 너희들만 살려고? 엄마, 아빠꺼는 없어?”

“오빠 우리 이걸로 놀자~깔깔깔, 낄낄낄~~”

가슴이 두근거려 휴대폰을 붙들고 진앙지가 어디인지, 진도 몇 인지 확인하고 있는 저와 다르게 아이들은 이미 지나간 지진 생각은 잊은 채 깔깔거리며 놀고 있었습니다. 뭐가 저렇게 좋을까요?


인도의 확진자 수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젠 뉴델리에만 천명이 넘게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어요. 그럼에도 경제적인 이유로 봉쇄를 조금씩 푼다고 합니다. 이미 거리엔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어요. 40도가 넘는 뜨거운 날, 마스크를 쓰고 다니 자니 여간 답답한 게 아닙니다. 웬만하면 밖에 나가지 않으려고 해요. 

제 아이들은 밖에 나가지 않은 지 세 달이 넘었습니다. 가끔 옥상에 올라가 뛰어다니는 게 전부예요. 지진이 나기 전, 두 아이는 옥상에 가서 비를 맞고 놀았습니다. 흠뻑 젖은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와 욕실로 들어가서 ‘빨래 놀이’를 한다며 왁자지껄 떠들어 댔어요. 나중에 들어가 보니, 젖은 옷을 물에 담가 비누로 빨고는 욕실 여기저기에 널어놓았더군요.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습니다.

2시간쯤 지난 후에 지안이가 하는 말,

“이제 빨래 다 말랐을까?”

“세탁기에 다시 넣었어. 거기다 널어 놓으면 어떡하냐. 물도 뚝뚝 떨어지고 있던데.”

“어, 그거 진짜 빨래 한게 아니라 그냥 논거야.”

그리곤 또 깔깔깔........ 뭐가 저렇게 좋을까요?

저희는 저녁 9시에 가족과의 대화 시간을 갖고 있어요.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감사한 건 뭔지 서로 나누고 기도하고 끝냅니다. 이제 습관이 되었는지 아이들도 제법 그 시간을 잘 지키고 있어요. 그 중에 지안이의 감사 내용이 너무 인상깊었어요.

“내가 하나님께 날 만나주시라고 기도 했었어. 날 만나고 싶으시면 우박을 내려 주시고, 만나기 싫으시면 비를 내려 달라고 기도했거든. 그런데 진짜 비가 온 거야. 하나님이 내 기도를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

“.......”

“그러니까 어떤 기도를 들어주신 거지?”

“비를 내려 주셨잖아. 날 만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해 주셨잖아. 그게 감사해.”

“아...... 우리 지안이 기도 때문에 비가 왔구나...”

너무 진지하게 말하는 아이의 순수한 표정에 웃음이 났습니다. 


어른이 되어 세상을 많이 알게 되는 건 좋은 일일까요? 내 눈에 보이는 그대로, 떠오르는 생각 그대로를 믿지 못하고 그 속에 숨어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만 속이 시원해지는 게 어른일까요? 시의 숨은 뜻을 찾아야 하고, 미술작품에 숨겨진 작가의 뜻을 찾아야 하고, 사회 현상의 뜻과 자연 현상의 뜻을 찾고 있는 어른이 똑똑해 보이긴 하겠지만. 그게 꼭 행복한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행복이 뭔진 모르겠지만, 둘이 나란히 앉아서 게임을 하며 깔깔 웃고 있는 아이들이 정말 행복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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