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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Sep 28. 2020

18. 8살 아이가 말하는 행복

4장. 나는 오늘도 행복을 선택했다.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온라인 책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 가입한 그룹은 아니고, 3년 전부터 활동하던 책아이책엄마 밴드의 소그룹이다. 12주 동안 아티스트 웨이 책을 함께 읽으며 삶을 나누는 활동인데, 10명 내외의 엄마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다들 엄마들이기에 아이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 모임을 합니다. 한국 시간으로 10시부터 자정까지에요. 좀 늦은 시간이지만 다들 그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일주일의 시간 중, “00 엄마”가  아닌 “00님”으로 불리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시간으론 늦은 시간이지만, 3시간 30분이 늦은 인도에서는 딱 저녁 시간입니다. 그래서 화요일 오후가 되면 손과 마음이 바빠진다. 2시부터 저녁 메뉴를 생각하고 3시부터 재료를 준비하고 5시부터 준비를 합니다.  6시가 되기 전에 저녁을 차리고 후다닥 먹습니다. 그리고 노트북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습니다. 

이 시간만큼은 아이들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아요. 모임에 집중하고 싶고, 함께 읽는 책 내용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내 마음과 무관하게 아이들은 안방을 들락거립니다.  안방 침대에 누워 엄마가 뭘 하는지 쳐다보고, 참견을 합니다. 화면을 음소거로 해놓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발 좀 혼자 조용히 듣고 싶다고 생각할 때 즈음, 아이들과 남편이 집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 우리 옥상 가. 엄마도 끝나면 꼭 와야 해. 알았지? 꼭 와~”

아이의 말에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가라고 손을 흔들었습니다.. 

아이들과 남편이 모두 나가고 없는 시간은 나에게 황금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모임이 끝난 후,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옥상으로 갈 것인가, 혼자만의 시간을 더 보낼 것인가?  “엄마, 꼭 와~”라는 아이의 마지막 말이 자꾸 맴돌아 무거운 몸을 일으켰습니다.

옥상 한편 화단엔 잔디가 깔려 있는데 거기에 돗자리를 깔고 세 사람 앉아 있었어요. 신발도 벗어 놓고 맨발로 걸어 다니고 있었어요. 뭐가 그리 좋은지 깔깔 거리며 웃고 있었습니다. 시큰둥한 날 보며 남편이 한마디 했습니다.

“엄마는 시골에서 자랐다면서 낭만이 없어, 낭만이”

옥상에 오자마자 모기에 네 방을 물렸다. 다리를 벅벅 긁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래, 그런 게 없지. 난 모기가 너무 싫어.” 

다 같이 있어도 매번 저만 모기에 물립니다.  남편은 제 덕분에 물리지 않아요. 이래서 낭만을 즐길 수가 없다고 중얼거렸습니다. 매일 저녁 9시는 가족의 대화 시간입니다.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이야기하고, 감사한 일에 대해 나눕니다. 마지막으로 기도를 하고 끝냅니다. 오늘의 진행자는 큰아이 지안이었어요

“오늘 하루 어땠는지 말해 보세요. 소은이부터~”

“나는, 오늘 우리 가족이 다 함께 옥상에서 놀 수 있어서 좋았어. 아까 엄마가 온라인 모임하고 있었을 때, 세 명뿐이었잖아? 나중에 엄마가 옥상에 와주어서 네 명에 되었잖아. 난 그게 너무 감사해. 난 우리 가족이 다 같이 있는 게 정말 좋아.”

“나도 그 말하려고 했는데, 난 다 같이 밤에 옥상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좋고, 감사해.” 


두 아이가 낄낄 대며 대화를 했습니다. 

나에겐 별거 아닌 이 시간이, 아이에겐 행복의 순간이었습니다.  아이에게 완전한 숫자는 3도 아니고 10도 아니고 100도 아닌, 바로 4라는 것을 알 수 있었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하는 이 시간, 이 시간이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하는 8살짜리 아이에게서 인생을 배웠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잠시 접어두고 가족에게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복은 공기와도 같습니다.

공기의 존재를 보통은 의식하지 않듯이,

행복하면서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마흔에게, 기미시 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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