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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Mar 22. 2021

헬조선 탈출하면, 진짜 좋을까?

한국만 떠나면 행복할 거라는 기대

2012년, 한국을 떠났다. 

단 한 번도 해외에서의 삶을 꿈꿔보지 않았었다. 돈을 벌고 사는 게 피곤하긴 했지만, 고달프진 않았다. 남들도 모두 그렇게 사는데 뭐.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필요한 것을 사고, 책을 읽고, 쉬는 날엔 여행도 다니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지만, 그걸로 족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니었다. 그는 끊임없이 한국 밖의 삶을 갈망했다. 

그는 대학생 때부터 해외의 삶을 꿈꿨다고 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영어공부를 했고, 해외로 갈 수 있는 회사로만 취직했다. 연애시절, 일 년 동안 인도에서 어학원 선생님으로 일하기도 했고, 돌아와서도 해외영업, 해외 관리 일로만 취직을 했다. 


나는 그의 생각을 비웃었다. 

"우리가 무슨 수로 한국을 떠날 수 있겠어? 집도 없고 전셋값도 빚이 절반이지만, 다들 그렇게 사는 거 아니겠어? 우리가 무슨 특별한 사람들이라고 가족들을 떠나 살아......."

하지만 그의 갈망 때문이었는지,  그의 노력 때문이었는지. 우리는 정말로 한국을 떠나게 되었고, 내년이면 해외생활 10년 차가 된다. 


한국만 떠나면 정말 행복할까?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경쟁이 시작된다. 몇 킬로그램에 태어났는지, 머리 둘레는 얼마였는지, 예정일을 넘겼는지, 안 넘겼는지. 자연분만으로 태어났는지, 수술해서 태어났는지.

모든 신체적 조건과 물리적 환경은 비교의 대상이 되고 만다. 개월 수마다 체크하는 건강검진은 내 아이가 평균보다 얼마나 뒤처지는지에 따라 조바심을 갖게 되고, 상위 1퍼센트라는 말을 들으면 이상하게 우쭐한 마음이 든다. 아이의 성장발달이 유전적, 환경적 영향 때문이라는 기본적인 지식은 엄마의 죄책감을 더욱 부추긴다. 

이렇게 시작된 비교와 경쟁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더 심해진다. 이제 더 이상 유전적,  환경적 이유를 탓하지 않고, 아이의 두뇌와 학습에 의한 결과만 보게 되는 것이다. 

대학만 가면 다 좋을 줄 알았는데, 그때부터 경쟁은 다시 시작된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경쟁, 내 삶과 직결되는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된 경쟁이다. 


결국 경쟁에 지친 사람들은 한국 밖의 삶을 꿈꾼다. 해외에서는 조금 일하고, 많이 놀 수 있을 것 같고, 일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고, 아이들 사이에 경쟁도 없어 보이고, 저녁이 있는 삶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도 이와 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해외에 살아도 회사가 한국 회사라면, 어느 나라에 살건 거긴 그냥 한국사회일 뿐이다. 


처음 3년 동안은 조금 억울한 심정으로 멍하게 지냈다. 그 후 3년은 열심히 적응하며 나만의 바운더리를 만들려 노력하며 살았다. 그리고 그 후 3년은 이제 그만 돌아갈까, 말까? 더 살아야 할까, 말까? 고민하며 보냈다. 그리고 내년이면 10년째가 된다. 

10년 차는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고, 다시 앞 날을 계획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다. 

그래서, 내 해외생활에 대해 복기해 보려고 한다. 

헬조선을 탈출해 해외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누군가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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