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량 Mar 24. 2021

1. 해외살이의 다섯 가지 유형

헬조선 탈출하면, 진짜 좋을까?

지금껏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에 살면서 느낀 점은,  나라는 다르지만 살아가는 모습은 대부분 비슷하다는 점이다. 세 나라의 지역적 위치가 비슷하기 때문 일 수도 있겠지만, 여러 나라에 사는 한인들 사정을 듣다 보면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미국에 사는 사람도 유럽에 사는 사람도, 베트남, 하와이에 사는 사람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삶의 범위는 비슷해 보인다.


고국을 떠나 낯선 해외에 살게 된 경우는 크게 다섯 가지이다.


첫째, 정부기관 또는 대기업 주재원인  경우

둘째, 중소기업 주재원 또는 현지 채용인 경우

셋째, 봉사활동 및 유학의 경우

넷째, 해외 이민을 왔거나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경우

다섯째, 현지인과 결혼해 가정을 이룬 경우


위의 경우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그 삶의 질은 곧 "돈"과 관련되어 있다.




정부기관이나 대기업 주재원으로 나온 유형은 해외에서 가장 풍족한 삶을 산다.

집값, 학교 등의 지원이 빠방 해서 가장 안전한 지역의 좋은 집에서 살고, 가장 좋은 학교에 자녀를 보낼 수 있다. 분기별로 식품지원 또는 컨테이너 지원을 해주어 그들의 집에 가면 한국 식재료가 넘친다. 가장 부러운 유형이라고나 할까?

후진국에 파견된 주재원일수록 지원범위가 더 넓다고 한다. 하지만 임기가 정해져 있어서 적응할만하면 한국으로 귀국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대기업을 퇴사하고 사업을 시작한다거나, 다른 중소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소기업 주재원으로 나온 경우에도 집과 학비 지원이 있다. 하지만 대기업에 비해 적은 편이고, 식재료나 컨테이너 지원 등은 없다.

해외에 있는 한국의 중소기업 직원은 두 부류로 나누어지는데 본사 채용 직원과 현지 채용 직원으로 나누어진다. 이에 따라 연봉과 지원 범위가 또 달라지는데, 현지 채용은 계약직과 비슷하다 할 수 있다. 중소기업 주재원은 대부분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 이직을 하거나 그만두지 않는 한, 계속 체류할 수 있다.


봉사활동이나 유학을 온 사람들은 자유롭다.

나와 남편도 봉사활동으로 네팔에 가서 2년을 살았고, 그때 경험했던 해외생활이 지금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싱글로 와서 봉사활동이나 유학을 한 경우와 아이를 데리고 해외생활을 하는 경우는 천지차이라는 것을 당시에는 몰랐다.  싱글인 청년들의 삶은 자유롭다. 책임져야 할 가족이 없으니, 무엇을 해도 괜찮다. 그리고 다른 부류에 비해 해외 체류기간이 짧은 편이어서 대부분 좋은 면만 보고 귀국하게 된다. 우리처럼 그 자유를 잊지 못해 다시 해외의 삶을 꿈꾸게 된다.


네 번째 유형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주재원으로 나온 사람들과는 또 다른 삶을 산다. 그들은 현지에 깊숙이 적응해 산다.

회사를 다니며 월급을 받는 사람과 현지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의 책임감은 다르다. 사업이 잘 되는 경우에는 좋은 집에 살면서 아이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한인 식당이나 한인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현지인과 결혼해 가정을 이룬 경우도 꽤 많다. 

이들 중에는 한국 사람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인들과의 만남을 자제하고 현지 가족중심의 삶을 사는 사람도 많다.


다섯 가지 유형 아무 곳에도 해당되지 않는 부류는 선교를 위해 해외로 나온 경우 또는 NGO 활동을 하고 있는 가족이다. 이들은 최저 생계비용을 지원받아 봉사를 하거나 헌신하며 지낸다.




우리 가족은 두 번째 유형에 해당된다. 즉,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중소기업 주재원이다.

대기업 주재원에 비해 지원은 부족하지만, 집값과 학비를 어느 정도 지원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매달 나가는 월세와 국제학교 학비를 개인이 감당할 수는 없다.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매번 이제 돌아갈까? 고민하면서도 조금만 더를 선택했다.



딱 한번 중소기업에서 조금 더 큰 중소기업으로 이직을 했다. 그때도 한국으로 돌아갈까 고민을 하다 좋은 기회가 되어 이직을 할 수 있었고, 계속 해외에 머무를 수 있었다.

가끔, 그때 한국에 돌아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그랬다면 내가 이렇게 글을 쓰지도, 그림을 그리지도 않았을 것 같다. 해외의 삶이 힘들긴 했지만, 나 자신을 발전시키는 데는 가장 최적화된 환경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대기업 주재원들의 삶이 부러웠다가도, 임기가 다 되어 아이들의 학교를 걱정하며 부산하게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오히려 임기가 없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부러워 우리도 뭐 좀 해볼까 하다가도, 코로나가 터져 사업이 어려움에 처한 모습을 보며,  그래도 따박따박 월급 나오는 회사원이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나저러나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삶이 비교되고 부러워 눈을 돌렸다가,

현실을 인정하고 다시 고개를 박고 글을 쓴다.

그리고 여전히 언제 돌아갈지 모르는 삶을 살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헬조선 탈출하면, 진짜 좋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