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중요한 이유 feat 코코넛

코로나 시대, 뉴델리 현실 가족 스토리

by 선량

인도의 코로나 확진자 수가 심상치 않다.

한 달 전만 해도 뉴델리 확진자 수는 200명 안팎이었다. 그걸 두고 집단 면역이 형성되었다는 둥, 인도가 워낙 더러워 오히려 면역력이 높다는 둥 말들이 많았다. 인도 사람들도 카레의 주 성분인 튜매릭(tumeric) 덕분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강하다고 자화자찬했다.



너무 오만했던 것일까?

코로나 바이러스를 감기 즈음으로 생각한 일반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기 시작했다. 시장과 마트엔 사람들이 넘쳐났고, 급기야 수영장과 스포츠 센터까지 문을 열기 시작했다. 저러다 무슨 일 터지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했는데, 역시나였다.



줄어들던 확진자 수는 다시 늘었다. 그것도 아주 가파른 속도로 쏟아져 나왔다. 인도 전 지역에서 골고루 증가했고 그중에서도 뭄바이가 포함되어 있는 마하라스타(Maharatsta) 지역이 가장 많다.





넓은 인도 땅의 확진자 수는 헤아리기 힘들고, 내가 살고 있는 뉴델리의 상황이나 지켜보자 싶었는데.

웬걸, 뉴델리도 마찬가지이다. 점점 늘더니 최근에는 8천 명까지 치솟았고, 며칠 전에는 하루 확진자 수 만 명을 넘어섰다.



당연히 학부모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왔고, 아이들, 선생님들 중에서도 확진이 되기 시작했다.

학교는 다시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었다.



작년에 온라인 수업을 해봐서 그런지 준비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아이들도 금세 적응했고, 시간에 맞춰 온라인 교실에 들어가 수업에 참여했다.

노트북과 태블릿을 아이들에게 양보하고 나니, 나에 게 남은 건 작은 핸드폰과 노트뿐이다. 이거라도 있어서 다행인 건가?



둘째 아이의 반 친구 한 명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지난주까지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했다. 아이는 밀접 접촉자로 분리되었고, 우리 가족은 간접 접촉자가 되었다.

물론 이렇게 분리하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다. 인도 정부에서 알려주지 않는다. 학교에서 정보를 주면 알아서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다.

특별한 감염 증상은 없었지만 일주일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그런데.... 첫째 아이와 내가 복통과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증상을 찾아보니, 복통과 설사 증상도 있네?

하지만 호흡기 증상은 전혀 없고, 열도 없으니 지켜보기로 했다. 왠지 검사를 받으러 가는 것이 더 위험할 것 같았다. 검사받으러 오는 사람이 워낙 많으니까.....




잠시 나갔다 들어온 남편이 코코넛 세 개를 사 왔다. 아는 분이 설사하거나 몸이 안 좋을 때 코코넛 워터를 마시면 좋다고 했다나. 문제는 해외생활 10년 차인 이 양반이 코코넛을 사본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가 사 온 코코넛은 아주 잘 익은 코코넛이었다. 잘 익은 코코넛은 사실, 물이 별로 많지 않은데.....

설마 하고 칼로 찔러보니, 칼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이런.....



코코넛 세 개와 사투를 벌였다.

칼을 꽂아 구멍을 뚫으려는데 칼이 들어가지 않는다. 망치로 칼을 쑤셔 넣었는데 박힌 칼이 다시 빠지질 않는다.

내가 애정 하는 칼 하나는 이가 비틀어져버렸고, 칼 하나는 코코넛에 꽂혀 뽑히지 않고....

코코넛에 꽂힌 칼


이 어설픈 남자를 어찌해야 할까???


이 칼을 뽑는 자, 이 세상의 왕이 될지어다.


결국, 그 칼은 내가 뽑았고, 난 이 집의 왕이 되었다.





세 개의 코코넛에서 나온 물은 겨우 컵 한잔!!

사이좋게 넷이서 나눠마셨다.

남편의 정성 덕분이었을까? 복통과 설사가 사라졌다.



다음 날, 조용히 나간 남편 손에 코코넛 세 개가 또 들려있다. 집 앞을 돌아다니는 코코넛 아저씨한테서 산 모양이다.


전날 소중한 경험을 한 남편은 이번엔 아주 여린 코코넛을 사 왔다. 안에는 찰랑찰랑 코코넛 물이 가득 들었고, 칼로 살짝 찌르니 폭~ 하고 물이 터져 나왔다.


역시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코코넛 워터




경험은 글을 쓸 때도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풍부한 글감을 가지고 있어도 직접 써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내 글에 문제가 있는지, 부족한지, 좋아지고 있는지, 진정성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일단 쓰고 경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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