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량 Jul 05. 2021

삶의 방향을 결정할 때 필요한 것

빠른 세상 속에서 천천히 읽고 씁니다.

근심이 많은 새, 그대 영혼이여
그대는 언제나 같은 질문을 한다.
그렇게 험한 세월을 많이 보냈는데
이제 평화가 오고, 편하게 쉴 날이 올까?

아, 나는 알고 있다.
모처럼 평화로운 날이 찾아오면
새로운 것에 대한 욕망으로
하루하루가 괴로움이 되리

그대는 편히 쉴 겨를도 없이
새로운 고통에 시달리게 되리
그리고 샛별이 밝게 빛날 때
초조함에 감싸이게 되리라

- 쉼 없음, 헤르만 헤세 -



인도의 코로나 상황이 너무나 심각해졌을 때였다.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으며 안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여러 곳에서 연락이 왔고, 나는 괜찮다고 언론에 보도된 만큼은 아니라고 그들을 안심시켰다. 그건 나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한 말이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가자"

며칠 동안 고민하던 말을 꺼냈다. 그는 놀라는 눈치였다. 인도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다고 말하던 나였기 때문이었다. 지난 일 년 동안 코로나로 힘들었지만, 잘 견뎠고 코로나와 공존하며 지내는 삶에 어느 정도 적응한 상태였다. 그랬던 내가 먼저 들어가자고 말하니 적잖게 놀라는 것 같았다.


갑작스럽게 꺼낸 말은 아니었다. 며칠 동안 고심하며 내린 결론이었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나는 인도가 좋았다. 인도에 대한 여러 말들이 있지만, 내가 만난 인도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했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가족이 언제 어디서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될지 알 수 없는 불안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근심이 많은 새, 그대 영혼이여 그대는 언제나 같은 질문을 한다."


헤르만 헤세의 책 "어쩌면 괜찮은 나이"를 천천히 읽으며 필사하는 중에 이 문장이 살아나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랬다. 나는 매번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질문하고 스스로 답했지만 마음에 평화는 없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평안을 지연시키다간 결국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

 이제는 그만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모름지기 한 계단 한 계단씩 오르면서 전진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라고 나는 마음속에 그렸었다. 음악이 한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한 리듬에서 다른 리듬으로 옮겨가면서 연주되고, 완성되며, 절대로 지치거나 사그라들지 않고 언제나 깨어 있으면서 완벽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그렇게 인생을 통과하면서 전진해야 한다."

[어쩌면 괜찮은 나이, 헤르만 헤세]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 이유가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해도, 너무 오랫동안 다음 주제로 넘어가지 못하고 똑같은 구간만 반복해서 연주했다. 나는 앞으로, 이왕이면 한 계단 앞으로 전진하고 싶었다.



새로운 곳으로 가야 할 때마다 항상 두렵다.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가서 낯선 것들을 접하며 살아야 하는 삶.

하지만 낯설기만 하던 장소, 사람, 길거리, 공기가 익숙해지면 희열을 느낀다.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던 존재가 조금씩 친밀해져 가는 그 느낌은 정말 짜릿하다. 이 친밀감이 너무 익숙해지면 무기력감이 오기도 한다. 그러면 다시 눈을 들어 저 멀리 지평선을 바라본다.


"비열한 인생을 살지 않기 위한 최고의 무기는 용기와 고집 그리고 인내다. 용기는 강하게 만들고, 고집은 흥미롭게 하며, 인내는 휴식을 준다." [어쩌면 괜찮은 나이, 헤르만 헤세]



노트에 꾹꾹 눌러 필사한 책 속의 문장이 살아나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내민 그 손을 꼭 붙잡고 그동안 숨겨두었던 용기를 꺼냈다.


쉽지 않은 결정과 쉽지 않은 결론, 아무리 생각해도 뭐가 가장 좋은 방향인지 모를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와 고집과 인내"가 아닐까.

이별을 고하고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한 계단 앞으로 나가기 위해 용기를 내본다.






작가의 이전글 천천히 읽고 쓰기 위해서는 미라클 타임이 필요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