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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un 10. 2021

천천히 읽고 쓰기 위해서는 미라클 타임이 필요하다.

빠른 세상 속에서 천천히 읽고 씁니다.


슬로우 리딩을 함께 시작한 멤버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천천히 읽으면 쉬울 줄 알았는데, 어려워요. 시간이 없어요.”


내가 계획한 슬로우 리딩은 한 달 동안 책 한 권을 겨우 읽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만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문장을 고르고, 필사를 하고, 자신의 생각을 짧게라도 적어야 했다.


첫 책으로 고른 “어쩌면 괜찮은 나이”는 헤르만 헤세의 시와 산문을 엮어 놓은 책이다. 어른들의 데미안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책에는 나이 듦과 삶 그리고 죽음에 대한 헤세의 고찰이 담겨있다. 그래서 한 챕터의 분량은 적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었다.


한 챕터를 읽는데 드는 시간은 짧았다. 하지만 필사를 하고 생각을 하고 쓰기 위해서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그건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없어서, 너무 바빠서, 아이들 재우느라, 직장에서 일하느라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부족했다.


나 역시 인도 코로나 사태로 온 식구가 집안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해외에 살기 때문에 전자책으로 책을 읽어야 하는데, 아침부터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을 위해 노트북도 태블릿도 양보해야 했다.

하루 세 번 식사를 준비하고, 집안을 하고, 수업을 도와주고, 숙제를 도와주다 보면 저녁이 되었고,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계속 이렇게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꾸준히 슬로우 리딩을   없을  같았다.


그때 슬딩 멤버 중 한 명인 서주님의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그동안 계속 실패했던 새벽 기상을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 시간, 책에 집중하고 글도 쓸 수 있는 시간, 바로 미라클 타임을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새벽 기상을 계속 유지하고 있으니, 슬로우 리딩 덕분에 나만의 시간을 확보할  있었다.



사람들마다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모두 다르다.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맞는 독서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듯 자신에 맞는 시간  미라클 타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 선생님인 혜정 님은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기 전에 책을 읽고 필사를 했다. 집에 가면 세 명의 아이가 엄마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의사인 지혜님은 진료가 없는 시간을 이용해 미라클 타임을 활용했다. 그 시간은 아침일 때도 있었고, 점심시간일 때도 있었다.

하루를 매우 바쁘게 보내시는 나님은 늦은 밤에 책을 읽고 글을 쓰셨다. 너무나 고단한 나머지 필사를 하시다 잠이 들기도 하셨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슬로우 리딩을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나 혼자였다면 절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쟁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부담 없이 자신만의 속도로 읽고 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너무나도 빨리빨리 해야 하는 세상,

특별한 결과물과 성과를 내야 하는 업무,

남보다 더 잘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더 많이 해야 하는 삶에서,

책 하나 정도는 그런 것 필요 없이 오로지 나를 위해서 읽어도 되지 않을까?





네가 행복을 좇고 있는 
 행복하기에 달해 있다.
가장 사랑스런 것들이   것일지라도

네가 잃어버린 것들을 애석해하고
목표에 매달리고 안달하는  
 아직 모른다. 평안이 뭔지. 

너의 모든 욕심  내려놓고,
더 이상 어떤 목표도 멸망하지 않을 
더 이상 행복의 이름을 부르지 않을 때,

그때 비로소 만사의 밀물도 더 이상  가슴에 닿지 않고
그리하여  영호은 쉬게 되리니....

-행복, 헤르만 헤세 <1907>




오늘도 행복하기 위해 살지만 
애써 행복만 좇아가진 말아야지
행복의 의미를 
눈에 보이는 것에만 국한시키지 말아야지
행복의 이름을 부르는 대신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야지
목표는 없지만 
꾸준히 길을  가야지

그렇게 너를 만나야지

-행복, 선량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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