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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ul 24. 2021

괜찮은 나이는 언제일까?(첫번째 슬로우 리딩을 끝내며)

빠른 세상 속에서 천천히 읽고 씁니다




"시를 창작하는 모든 노력의 목적은 인생의 말년의 헤르만 헤세의 모습처럼 되는 것이다. 작품  인물과 그의 외모가 완벽하게 일치하기 때문에,  그의 삶과 노력을 마음속에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이상 그의 책을 읽을 필요 없이 그냥 그를 쳐다보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읽지 않고서는 그를 진실로 접해볼  없다."

- 에른스트 펜촐트, < 어쩌면 괜찮은 나이 엮은이  중에서>-





마흔둘의 나이는 좋으면서도 힘들다.

30대보다는 안정감이 있어서 좋다. 하지만 이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흔들리고 방황하고 있다 생각하면 아직도 성숙하지 못한 인간이라는 생각에 부담과 자괴감이 든다.

 글에 대한 지식도, 그렇다고 문학에 대한 이해도, 하다못해 재능도 없는 나는 매번 다른 글을 앞에 두 고 비교하며 탓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왜 진작에 내가 하고 싶은 걸 시작하지 못했을까? 왜 좀 더 파고들지 못했을까? 왜 좀 더 공부하지 못했을까?'


들썩거리는 마음에 한숨을 쉬며 하늘을 본다. 하늘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구름의 모양만 바뀔 뿐, 그게 꼭 내 마음 같다. 나는 그대로인데 마음만 계속 오락가락한다.


전형적인 작가의 길을 가지 않는 이유 또는 가지 못하는 이유는 많다.

전공자가 아니고, 소설을 쓰지 못하며, 공모전에 당선되지도 않았고,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 면 내 정체성을 의심한다.

 '날 작가라고 불러도 될까?'

이럴 때 "몰그해" 정신은 큰 도움이 된다.


몰그해 : '몰라, 그냥 해'의 줄임 말로 깊게 생각하거나 고민하지 않고 그냥 할 때 주로 사용하는 말이 다. 단순한 행동이지만, 실행력엔 큰 도움이 된다. (선량)


나는 다시 독자노선을 가겠다고 다짐한다.


혼자 글을 쓰고, 투고도 하고, 안되면 혼자 책을 만들고, 혼자 홍보도 하고, 부담 없는 글 모임을 하고, 천천히 책을 읽고,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하고, 누군가에게 글 좀 써보라고 들쑤시고, 내가 아는 만큼의 조언을 하고, 진심으로 당신이 잘 되기를 바라고, 내 경험을 이용해 도움을 주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돈이 되지 않는 일들을 하고, 그리고 작가라 소개하며 사는 것.


이 다짐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나이기에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나의 진실을 접할 수 있기를 바라며 숨김없이 진실하게 약간의 해학을 쓰는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괜찮은 나이는 언제일까?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모든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결론은 나지 않을지라도 고민했던 시간은 고스란히 남아서 나를 성숙의 길로 인도해 주기를,

성숙의 길에 들어서면 더 이상 헤매지 말고 나만의 길을 걸을 수 있길.

그 길에서 당신들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돌아가는 발걸음은 언제나 가볍지만
돌아가는 마음은 항상 무겁다
삶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무얼 말해야 하나

도대체 이슬이 어떻게 생겼느냐고 아이가 물었다
이른 새벽에 풀숲에 맺힌 물이라고 아무리 말해줘도
책으로 이슬을 배운 아이는 머리만 갸웃거린다

삶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무어라 말해야 하나
아무리 말해줘도 머리만 갸웃거릴 그들에게
어찌 답해야 하나.

- 귀향, <선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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