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당신. 11
“글을 어떻게 써야 해요?”
글 쓰는 사람이 된 후 자주 이런 질문을 받는다. 그때마다 매번 비슷한 대답을 한다.
몇 가지를 고르자면,
"저도 잘 몰라요, 호호호!", "글쎄요.... 허허허!", "그냥 쓰는 거죠 뭐, 하하하!"
"글쓰기 책에 다 나와요. 헤헤헤!"
이렇게 말하고 나면 상대방은 글쓰기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거나, 다른 화제로 말을 돌린다. 이번에도 아주 잘 넘어갔군! 하며 안심한다.
며칠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요? 내 이야기를 쓰면 정말 책 여러 권 나올 거예요."
"글쎄요.... 허허허"
"그럼, 글을 쓸 때 가장 유의해야 할 게 뭐예요? 딱 한 가지만 말해주세요."
헉!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 나왔다. 그냥 두루뭉술 넘어가려 했는데, 딱 한 가지만 말해 달라니. 너무 디테일하고 정중한 부탁에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질문한 상대방은 목사님이다.
인도를 떠나기 전, 목사님 댁에서 점심을 먹는 자리였다. 내 오른쪽엔 남편이, 왼쪽엔 딸이, 맞은편엔 아들이 앉아 있었다. 식탁의 상석에 앉아 계시던 목사님과 남편의 맞은편에 앉아 계시던 사모님이 눈을 크게 뜨고 날 쳐다보고 있었다. 인도에 산지 20년이 넘은 분들이다.
책으로 쓰기를 공부한 나는 글을 매일 쓰긴 하지만, 내가 쓴 문장에 자신감이 부족하다. 가끔 "내가 이런 문장을 쓰다니!" 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곧 다른 책에서 비슷한 문장들을 만난다.
그럼 그렇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의 문장은 다른 사람들도 생각할 수 있는 범위의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자신감과는 별개로 타인은 나를 글을 엄청 잘 쓰는 사람으로 간주해버린다. 대부분 내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이고, 그저 책을 출간한 것 자체만 아는 사람들이며 진짜 내 모습은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실망시킬 권한이 내겐 없다.
"엄마, 엄청 유명해졌어? 팔로워가 많아졌는데?"
이천 명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없는 아이들은 백 명도 많고, 오백 명은 더 많으며, 천 명이면 연예인이고 이천 명이면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파괴할 권한이 내겐 없다.
목을 빳빳이 쳐들고 아이들을 향해 말한다.
"거봐, 너네들 조용히 놀아, 엄마 글 써야 해."
아이들은 글 쓰느라 바쁜, 엄청 유명한 엄마를 위해 티브이 볼륨을 낮춘다. 재택근무하는 아빠보다 글 쓴다고 맨날 앉아있는 엄마가 돈을 더 많이 버는 줄 안다. 왜냐하면 아빠의 팔로워 수는 고작 열 명이니까!
목사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고기를 오물오물 씹으며 글쓰기에 대해 생각했다.
'접속사? 전치사? 아니면 주술 호응? 동사형 문장?? 뭐지? 뭐가 제일 중요할까? 딱 하나만 고르라면 뭘 골라야 할까?'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은 너무 많다.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글 쓰는 방법이 주르륵 나온다.
검색만 해보고 직접 적용해보지 않은 사람은 여전히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즉, 좋은 글을 쓰는 최고의 방법은 일단 쓰고 많이 쓰는 일이다. 하지만 목사님께
"일단 쓰세요. 꾸준히 그리고 많이 쓰세요. 쓰면서 익히세요!"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법.
글을 쓸 때 유의해야 할 점들이 울퉁불퉁 뇌를 헤집고 떠다닌다. 너무 많아서 딱 한 가지만 고르려니 더 어렵다.
고민하며 양고기를 뜯어먹었다. 사모님이 직접 만든 양고기 스테이크였다. 인도에서 양고기라니.... 게다가 이렇게 부드럽다니. 20년 정도 살면 이 정도의 내공이 쌓이는 것일까? 앞니와 송곳니 사이에 낀 양 고기를 몰래몰래 빼내며 이제 글쓰기 4년 차가 쓰기에 대해 말해도 괜찮은지 고민했다. 적어도 20년은 써 봐야 사모님처럼 내공이 쌓이는 것은 아닐까? 20년 후면 환갑인데, 그때는 사람들 앞에서 "글은 말이죠, 이렇게 써야 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에 낀 양고기를 모두 빼낸 후 환갑의 나를 상상하며 비장하게 입을 열었다.
"여러 방법이 있지만 딱 하나만 고르라면 저는 '단문'을 고르겠어요. 문장을 길게 쓰지 말고 짧게 쓰는 건데요, 한 문장에 하나의 주어와 동사가 들어가게 쓰는 거지요. 단문으로 쓸 때 의미 전달이 가장 잘 되고요, 읽는 사람의 호흡에도 리듬감이 생겨서 술술 잘 읽힌다고 해요. 아무리 좋은 문장이라도 읽는 사람이 이해를 못 한다면 아무 소용없잖아요."
단문을 선포하고 나니, 내가 쓴 장~~~ 문의 문장들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는 어떻게 썼더라?
여기저기 싸질러 쓴 글들이 떠올라 마음이 빨개졌다.
말과 문장이 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