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나. 7
책에는 여러 장르가 있다. 소설, 시, 자기 계발, 가정 살림 노하우, 육아, 여행, 참고서.
여러 장르 중에 가장 써 보고 싶은 분야는 소설이다. 감성이 풍부했던 청소년 시절에 읽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어린 제제가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 걸었고, 밍기뉴(소설 속에 나오는 라임 오렌지 나무의 이름)를 타고 놀았고, 루씨아누(소설 속에 나오는 박쥐 이름)가 이사 간 제제의 집으로 잘 찾아오기를 바랐다. 그리고 뽀르뚜까……. 지금도 뽀르뚜까의 이름을 떠올리면 두 눈에 눈물이 맺힌다.
제제의 나이를 훨씬 넘어 뽀르뚜까 아저씨의 나이가 된 지금도 한 번씩 이 소설을 꺼내 읽는다. 특히 지독한 감성이 필요할 때, 그냥 이유 없이 울고 싶을 때 꺼내어 읽는데, 그때마다 두 눈이 퉁퉁 부어 다음 날 눈 뜨기가 힘들다.
이 책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일까? 지금도 아이들이 주인공인 책만 보면 다른 책을 뒤로 물리고 먼저 읽는다. 최근에 읽은 소설 중, 이한칸 작가님의 “흰 눈은 모든 것을 덮는다” 소설도 꺼억꺼억 소리 내 울며 읽었다. 나도 이런 소설을 꼭 한번 써 보고 싶은데, 마음처럼 쉽지 않다. 세상을 너무 잘 아는 어른이 되어버려서인지, 소설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인지.
글쓰기 장르 중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에세이다. 카카오 브런치 인기 글에 올라오는 글만 보더라도 대부분 에세이다. 매일 새로운 에세이가 출간되고, 서점 매대에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에세이끼리 경쟁한다. 베스트셀러 분야만 보더라도 소설보다는 에세이가 대세이고 감성 에세이, 공감 에세이, 일상 에세이, 그림 에세이, 여행 에세이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렇게 에세이가 많은 이유는 아무래도 가장 쓰기 쉽기 때문일 것이다. 경험과 기억, 지식에 의존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 되니까.
하지만 에세이를 쓰다 보면 한계가 찾아온다. 내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쓰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사실만 나열하니 진술서 같기만 하다. 거기에 내 주관적인 느낌을 첨가하니 꼭 다시마 육수 같은 맛이다. 뭔가 깊은 맛을 원했는데 싱거운 맛이라고나 할까?
이때 더 추가해야 할 양념은 시적인 감성과 소설적인 허구라고 생각한다.
시에서 주로 사용하는 은유, 비교, 대조, 운율을 적절히 사용하면 글에 생동감이 넘친다. 소설에서 사용하는 허구나 과장을 조금 첨가하면 글이 좀 더 극적이거나 감동적일 수 있다. 그래서 가끔 사실적인 내 이야기에 약간의 허구를 첨가한다. 남편은 그런 내 글을 보며 뻥 좀 그만 치라고 하지만, 다시마 육수에 뒤포리 몇 개 더 넣으면 진한 국물이 만들어지듯, 내 글도 좀 더 진한 감동이 우러나오길 바라면서 쓴다.
이것도 적절한 은유가 들어가거나 적당한 허구가 들어가면 그럴듯한 맛이 나지만,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면 다시다 한 스푼 넣은 맛이 돼버린다. 맛있긴 하지만 어디선가 먹어본 맛이랄까? 에세이가 글쓰기 분야에서 가장 쉬운 줄 알았는데 글을 쓰다 보면 이것 또한 쉽지 않다.
해 아래 새로운 문장은 없다. 세상엔 수천, 수만 권의 책이 있고, 뼈를 때리는 문장도 수없이 많다. 이런 세상에서 나까지 굳이 글을 써야 할까?
새로운 문장은 없지만, 똑같은 삶을 산 사람은 없기에 모든 에세이에 담긴 문장은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하지만 좀 더 공감 가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고, 문장에 대한 감각을 키워야 하는 것 같다.
잘 읽히는 글이라는 건 결국 공감 가는 글이다. 간결하지만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글, 평이한 글이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글. 이런 글이 좋은 글 아닐까?
읽히는 글을 쓴다는 것은 에세이든, 시든, 소설이든 다 어렵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많이 읽고 많이 쓴다는 기본을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