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트리거

글과 삶. 18

by 선량

트리거(trigger)는 총의 방아쇠를 뜻하는 사격 용어로 어느 특정한 행동에 자동으로 반응해 나타나는 동작이나 현상을 의미한다. 드라마에서 최초의 살인이 트리거가 되어 연쇄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다는 대사를 들을 수 있다. 즉 트리거는 그전에는 없었던 행동 패턴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며칠 전 네이버 블로그에 댓글이 하나 달렸다.

“작가의 꿈에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는 것 같아 보여요. 선량님 글 덕분에 생각에 잠기는 밤입니다.”

댓글이 달린 글은 2018년 3월에 쓴 내용이었고 제목은 “나의 꿈”이었다. 그런데 무슨 내용을 썼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3년 전에 나는 어떤 글을 썼을까?



“작가의 꿈은 내 마음 깊이깊이, 고이고이 간직한 꿈이 되었다. 이제 그 꿈은 멀리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꿈은 지켜주고 싶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잘 찾아갔으면 좋겠다.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 즐거운지 알아갔으면 좋겠다. 비록 세상 사는 게 쉽지 않고, 항상 즐거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꿈을 마음껏 꿨으면 좋겠다. 지금은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이 내 꿈이고, 아이들이 내 꿈이다.”



3년 전에 쓴 글의 결말과 내 삶은 완전히 달랐다. 멀리 날아가 버린 꿈을 붙잡았다.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지만, 아이들만 바라보며 살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의 꿈보다 내 꿈에 더 관심이 많다. 도대체 저 글을 쓴 이후, 나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찬찬히 그 후에 쓴 글들을 읽어 보았다. 2018년 봄부터 겨울까지 정말 많은 글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1년 후, 첫 책의 출간 계약을 했다.

과거의 내 흔적들을 점검하다 깨달은 것은 글쓰기의 트리거가 된 사건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그건 바로, 블로그에서 우연히 알게 된 작가님과의 만남이었다.


모든 사건에는 사람이 존재한다. 끔찍한 범죄의 현장에도,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커플에게도,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순간에도 그리고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그 찰나의 순간에도.

사람의 말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기도 한다. “너는 글러 먹었어”, “니까짓 게 뭘 해?”, “네가 그럴 줄 알았어”, “그럼 그렇지”, 이런 말과 “네가 잘 해낼 줄 알았어.”, “힘내, 파이팅.”, “넌 할 수 있어”, “잘할 거야.”, “걱정 마, 내가 도와줄게.” 이런 말을 듣는 사람의 삶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나는 “할 수 있어요. 저도 했는 걸요. 힘내요. 내가 도와줄게요.”라는 말을 들었고, 이 말은 내 글쓰기의 트리거가 되어 주었다.




“나 글을 좀 써 보고 싶은데…….”

글을 좀 써보라고 아무리 말해도 내가 무슨 글을 쓰냐며 손사래를 치던 남편이 어느 날 나에게 말했다.

“뭘 써야 할까?”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뭐지? 그걸 먼저 써보는 게 어떨까?”

“난 나무를 좋아하는데, 자연을 좋아하고.”

“그럼 그걸 써봐.”

“근데 쓸 말이 없어.”

“음…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자기가 뭘 했는지 떠올려봐. 얼마 전에 꽃씨를 사서 심었잖아. 그때 마음이 어땠어? 난 자기가 그걸 직접 주문해서 화분에 심는 게 너무 신기했거든. 무척 신나 보였어. 꽃씨를 왜 사려고 했고, 어떻게 주문했고 어떻게 심었는지를 한번 써 보는 게 어때?”

그는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키보드를 치기 시작했다.

그가 무슨 글을 썼는지는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글에 관해 물어본 사실 자체가 무척이나 기뻤다. 나는 그의 글쓰기 트리거가 되고 싶었다.


내가 한 사람의 말 덕분에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처럼, 나의 말과 내 글이 누군가에게 긍정의 트리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로 인해 꼭꼭 숨겨두었던 꿈을 찾고, 날아가 버린 줄만 알았던 그것을 붙잡았으면 좋겠다. 이게 바로, 내가 계속 글을 쓰는 이유이다.

꿈은 꾸는 자의 것이고 글은 쓰는 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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