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
구글 지도로 검색해 봤을 땐 걸어서 20분이면 된다고 했는데, 걸어도 걸어도 학교가 보이지 않는다. 주말에 한 번 더 길을 확인해 보자는 남편의 말을 무시했던 게 후회되었다. 분명히 구글 지도를 보고 따라 걸었는데, 왜 도착 시간은 줄어들지 않는 걸까?
“엄마, 이 길 맞아?”
“아마도? 지도엔 그렇게 나왔는데…. 근데 잘 모르겠어. 엄마가 길치라서…. 미안해 애들아. “
“엄마, 나 너무 힘들어….”
“진짜 미안해 조금만 더 걷자. 이 길로 쭈욱 가면 될 것 같아.”
분명히 이 길이 맞았는데, 분명히 이쪽 길이 맞는데…. 아닌…. 가??
심한 길치, 방향치인 나는 지도를 봐도 방향을 잘 잡지 못한다. 동서남북 방향도 잘 모르고, 지도를 내가 선 방향으로 돌려놓아야만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건물에 들어갔다 나오거나, 낯선 곳과 맞닿으면 모든 방향감각이 리셋되고야 만다.
방향을 잃고 헤매는 엄마를 아이들은 땀을 흘리며 뒤따라 걸었다.
겨우 지각은 면한 시간에 도착했다. 아이들이 숨을 헐떡이며 따라왔다. 첫날이라 모든 교과서와 준비물을 챙겨 오느라 가방도 꽤 무거웠다.
정문에 서 있는 선생님이 보였다.
“저…. 우리 아이들이 오늘 처음 왔어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오, 어서 와요. 무슨 반이죠?”
“네, 3학년, 4학년인데, 무슨 반인지 모르겠어요.”
“네. 걱정 마세요. 애들아, 이리 와. 내가 안내해줄게.”
아이들은 얼결에 선생님 손에 이끌려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에게 포옹 한번 해주지 못하고 멋쩍게 돌아섰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어디로 가야 할까?
분명히 아까 이 신호등을 건넌 것 같은데…. 저 건물이 있었던가? 여긴 어디지? 난 어디로 가야 하지?
핸드폰을 쥔 손바닥이 땀으로 축축해졌다. 아이들을 다시 데리고 오기 위해선 길을 잘 알아둬야 한다. 이쪽저쪽 길을 서너 번 왔다 갔다 했다. 그제야 집으로 가는 방향이 어느 쪽인지 감이 잡혔다.
어? 그런데 이 길로 통하는 거였어?
괜히 핸드폰 믿고 삥~ 돌아갔다.
가는 길에 근처 마트에 들렸다. 생수와 과일과 야채를 골라 계산대에 섰다.
“사께또?”
“쏘리?”
“사께또?”
“쏘리, 아이 캔트 언더스탠드.”
“need a bag?”
“예스, 땡큐!”
말도 하나 못 알아먹는 내가 참 바보 같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거리를 걷느라 분주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내복을 껴입고, 패딩 잠바에 모자까지 쓰고 우산을 들고 걷자니 여간 거추장스러운 게 아니었다.
3번의 신호등을 건너고, 3번의 찻길을 건널 때 우리는 더 이상 뛰지 않는다.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뀔 듯이 깜빡거려도 느긋하게 걷는다.
“엄마, 개똥 밟았어~”
“그래? 못 봤네.”
더럽게만 느껴지던 개똥을 밟고도 그냥 스윽 지나갔다.
“저 강아지 진짜 귀엽다.”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주인과 반려견을 쳐다보며 하트를 날렸다.
“어? 벌써 도착했네?”
어느새 학교 앞이다.
“굿 모닝, 쏘냐!”
“오, 굿 모닝! 하우 알 유?”
“파인, 바이~”
“바이!”
대만계 미국 엄마, 페이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교문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에게 키스를 날리고 포옹을 해주었다. “엄마, 안녕!” 아이들이 뒤돌아 서서 손을 흔들더니 학교로 쏙 들어갔다.
비는 여전히 부슬거리며 내렸다.
왔던 길을 돌아서 걸었다.
아주 오래돼 보이는 트램이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앞사람을 따라 무단횡단을 했다. 익숙한 커피 향에 고개를 돌려 가게 안을 살폈다.
카푸치노 한잔을 마실까 고민하다 그만두었다. 1유로가 더 이상 100원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 근처 작은 슈퍼에 들렸다. 크루아상과 와인, 우유와 베이컨을 골라 계산대에 올려 두었다.
“사께또?” (가방 필요해?”
“씨, 그라찌에!” (네, 고마워요)
“쎄때 유로”
“그라찌에!”
장바구니를 들고 숙소로 들어서는 길, 건물 매니저와 마주쳤다.
“본 조르노!”
“치아오!”
그에게 인사를 하고 숙소로 올라갔다.
크루아상 하나를 접시에 담고, 방금 산 와인을 따서 잔에 따랐다.
“한 달 동안 고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