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진심인 사람들

삶은 여행

by 선량

지난 크리스마스이브, 이른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갔다. 반짝이는 밀라노의 크리스마스를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고민하다 지하철을 타고 두오모 성당으로 향했다. 일곱 정거장만 가면 볼 때마다 입이 떡 벌어지는 두오모 성당이 있다.


성당 앞에 세워진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 여기저기 반짝이는 전구, 반짝이는 노점상과 반짝이는 명품관까지. 모든 것이 화려했다.


스노우 볼 앞에서 한참을 서 있던 딸 아이가 간절한 눈빛을 보냈지만, 모른 척하며 손을 잡아끌었다. 이미 지하철역 앞에서 5유로짜리 장갑을 샀기 때문이었다. 낮에는 하나에 1유로 하는 손가락 인형을 6개 샀으며, 서점에 가서 해리포터 책도 샀고, 젤라또 가게에서 아이스크림도 잔뜩 먹은 상태였다.

사실은 나도 스노우 볼을 사고 싶었지만, 작은 숙소에 점점 늘어나는 우리 짐을 보니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

화려한 두오모 거리를 한 시간 동안 걸어 다닌 후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핫초코를 마셨다. 내일 점심때는 식당에서 외식을 해야지, 생각하면서 잠을 청했다.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 외식을 하러 밖으로 나가봤지만 가게가 모두 문을 닫았다. 집 근처 마트도, 피자집도, 그 옆에 일식집도 문을 닫았다. 두 달 내내 문을 닫지 않았던 수선집도 오늘은 문을 닫았다.

아.... 여긴 크리스마스가 정말 휴일이구나....


알고 보니, 크리스마스에 이탈리아 사람들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가게도 마트도 상점도 모두 문을 닫고 고향으로 간다고....



그러고 보니 홍군 회사도 연말 내내 쉰다고 했다. 한국 사람인 홍군은 그것과 상관없이 출근을 해야 하지만 말이다.

이들은 정말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것 같다.


고픈 배를 부여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도 이집트 사람이 하는 케밥 집은 문을 닫지 않았다. 그게 어디냐며 감사한 마음으로 케밥을 시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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