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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04. 2022

내 글의 성격을 찾아라!

[글쓰기를 글쓰기] 선량 이야기

인터넷에서 꽤 유명한 성격유형 검사인 MBTI  검사가 있다. 다양한 질문에 체크를 하면 열여섯 가지 성격 유형 중에 나와 가장 잘 맞는 유형이 딱 나오는 검사이다. 어쩜 그렇게 귀신같이 잘 맞추는지, 검사 결과를 읽다 보면 연신 “”어머, 맞네. 맞아!" 하며 손뼉을 친다.



MBTI  검사를 처음 했던  대학생 때였다. 심리학 수업시간이었는데,  종이로  질문지에 체크를 하고 점수를 환산하여  성격을 맞추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이었다. 당시에 나왔던  성격 유형은 ISFJ(용감한 수호자) 였다. 어울리는 직업에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있었는데 간호대학생이었던 나는 괜히 뿌듯했다. 성격과  맞는 학과를 선택한  같았고, 정말 멋진 간호사가   같았기 때문이었다. 정작 병원에서 일할 때는 성격이고 나발이고 아무 소용없다는  알게 되었지만....

MBTI 성격 유형 중 ISFJ



그때부터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 내 성격유형은 변하지 않았다. 검사를 할 때마다 언제나 ISFJ였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이고, 뒤에서 조용히 있는 걸 좋아하는. 한마디로 있는 듯 없는 듯한 사람. 하지만 맡겨진 일은 또 열심히 하는 노력파!!


그런데, 몇 달 전에 다시 한 MBTI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결과가 바뀐 것이다. ISFJ가 아닌 ENFJ가 나온 것이다!! 그동안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지?

MBTI 성격 유형 중 ENFJ



곰곰이 생각해보니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고, 북 토크를 하고 강의도 하고, 모임의 리더 역할을 하는 동안 내성적이던 성격이 조금씩 변하게 된 것 같다. 성격은 환경에 의해 변한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내 성격 유형이 이렇게 변한 것을 직접 경험하니 많이 신기했다. 더욱이 "사회운동가형"으로써 카리스마와 충만한 열정을 지닌 타고난 리더형이라는 설명에 살짝 설레기까지 했다.

크게 의미를 부여할 것 까진 없겠지만, 그래도 글을 쓰고 난 후부터 성격 유형이 바뀌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고무되었다.




성격이란 각 개인의 특징을 나타내는 선천적, 후천적 행동특성을 말하는데, 그 사람의 주위 환경과 사회집단의 관계 속에서 관찰할 수 있다. [참고 : 다음 백과]


한 사람의 특징을 품고 있는 성격이 존재하는 것처럼 글에는 글을 쓴 사람의 특징을 품고 있다. 그것을 글체라고 한다.


나만의 글체를 만드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실 사람의 성격은 내가 만들고 싶은데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렸을 적에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정환경과 학교 생활에 영향을 받아 성격이 조금씩 바뀌게 되고, 사회생활을 하고 부모 역할을 하면서 한번 더 다듬어져서 쉽게 변하지 않는 견고한 자신만의 성격이 된다.


글체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완벽한 글체의 문장을 쓰겠지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게 없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 같은 사람들이 처음 쓴 글은 특별할 것 없는 아주 평범한 문장일 것이다.

글을 많이 쓴다면 나만의 문체가 생길까?

많이 써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것과 함께 다른 사람이 써 놓은 글을 읽어보면서 내 글체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환경의 영향이 될 테니까.


내 글체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독자들과 소통하는 방법일 테다. 내 글에 대한 피드백을 직접 들으면 좀 더 객관적으로 내 글을 바라보게 된다.


함께 공동 매거진을 쓰고 있는 작가님의 글들을 읽다 보면, 작가님들의 글체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어 선생님이신 진아 작가님의 글체는 간결한 문장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확실하게 집어주는 확신 있는 글체이다. 오랜 시간 직접 가르치고 직접 쓰면서 갈고닦은 내공이 보인다고나 할까.

일본에 살고 있는 읽는 인간 작가님의 글체는 단어 하나, 에피소드 하나까지 고심하며 쓴 흔적이 보이면서 유머러스한 문장을 곧곧에 배치하는 치밀함까지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내 글의 글체는?

사실 남의 것은 잘 보이지만, 내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내 글에도 나만의 글체가 있긴 하겠지만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누군가가 알려주신다면 감사하겠어요.)


선호하는 작가를 모델로 삼아 글체를 연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는 이슬아 작가님을 좋아하는데, 심각한 내용이지만 유쾌하게, 민망한 에피소드지만 덤덤하게, 확신은 없지만 확신이 가득 찬 문장을 좋아한다.

그런 문장에 영향을 받아 나 역시 그렇게 쓰려고 노력은 하지만, 역시나 확신은 없다.

나는 이런 노력을 사회적 영향이라고 말하고 싶다.



즉, 내 글의 글체를 갖기 위해서는

1. 선천적인 영향 : 평범한 글을 일단 쓰기

2. 환경적 영향 : 많이 쓰면서 내 글체를 고민해보기

3. 사회적 영향 : 다른 사람의 피드백과 선호하는 작가의 글을 모델 삼아 끊임없이 써보기


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글체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할수록 좋지만, 결론은 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이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알게 된 분을 직접 만났다.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분이 하시는 말씀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글로 봤을 때는 많이 차분해 보였는데 직접 만나보니 아니네요. 더 활발하고 더 밝으세요.”


글 속의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나를 너무 꾸며놓은 것은 아니었을까?

글체와 함께 글 속의 나에 대한 고민이 함께 깊어졌다.




글쓰기를 글쓰기 공동 매거진은 읽는인간, 진아 ,선량 세 명의 작가가 글쓰기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쓰는 공간입니다.

서로 출발한 항구가 다르다 보니 다양한 글쓰기의 항해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드넓은 활자의 바다를 건너 글쓰기라는 같은 곳을 향하게 될 거라 생각해요.

모든 사람들이 쓰는 삶을 살길 바라며 쓰는 글쓰기를 글쓰기, 세 작가의  글이 궁금하시다면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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