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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Dec 20. 2021

실행이 친구 수정이를 소개합니다.(나만의 글을 쓰는일)

“글쓰기를 글쓰기” 선량 이야기

10여 년 전, 그러니까 출산을 하고 전업주부가 되기 전엔 나도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었다. 메디컬 NGO 단체였는데 서울의 가산디지털단지역 과 독산역 사이에 위치해 있었다.

안산에 신혼집을 차린 후 4호선과 1호선을 타고 출퇴근을 했다. 독산역에서 내려 회사까지 걸어가는 그 길에는 사방이 유리로 덮인 높은 빌딩과 함께 공장처럼 보이는 곳도 있었다. 그중에 유독 눈에 띄는 플래카드 하나가 어느 건물 입구에 붙어있었다.

“생각 즉시 행동”


다들 웃었지만, 나는 그 문구가 낯설지 않았다. 바로 나를 가리키는 말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플래카드는 내가 그 회사를 다녔던 3년 내내 붙어있었다.



생각이 나면 바로 행동하는 사람.

좋은 말로 하면 실행력이 좋은 사람이지만, 사실은 디테일이 없고 깊이가 부족하며 계회적이지 못한 사람이다. 바로 나처럼!!!


어려서부터 성격이 급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을 하면서부터 많이 급한 사람이 되었다. 생각나는 일을 바로바로 처리하지 않으면 뒤로 일이 밀리고, 듀티 안에 끝내지 못하는 일이 생기고 만다. 내가 끝내지 못한 일은 곧 다음 듀티의 간호사에게로 넘어가게 되고, 줄줄이 비엔나소시지처럼 부담이 부담으로 이어진다.

나중으로 넘기지 않고 생각날 때 바로 해치우는 일은 습관이 되었고, 행동에서 뿐만 아니라 글 쓰는 습관에도 영향을 끼쳤다.



머릿속에 글감이 떠오르면 바로바로 써버리는 습관은 “글쓰기 초기” 단계에 많이 나타났다. 특히 브런치 작가가 된 후 일 년 동안 가장 심했는데, 하루에도 두세 편의 글을 발행했다.(지금 그 글들을 보면 너무 창피해, 조용히 삭제 버튼을 누르기도 한다)


사실, 좋은 글을 쓰려면 일단 많이 써야 한다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탓도 있었지만, 혼자서 몰래 쓰던 글을 브런치에 공개적으로 쓰기 시작한 후 나타난 “브런치 작가 신드롬” 때문이기도 했다.


브런치 작가 신드롬 증상은

1. 내 글을 구독해주는 독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2. 나를 작가라고 불러주면 몸 둘 바를 모르겠지만 너무 좋다.

3. 다음 포털에 내 글이 올라가기라도 하면 가족들에게 공유한다.

4. 조회수라도 폭발하는 날엔 내가 곧 진짜 작가가 될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5. 브런치 메인에 내 글이 있는지 호시탐탐 살핀다.


이중에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당신은 바로 “브런치 작가 신드롬”이 있는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브런치 작가들이 그럴 테지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되는 것은, 생각 즉시 글을 쓰는 실행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떠오르는 글감을 어떻게 잘 표현해서 쓰느냐라는 것이었다.


사람마다 생각을 글로 표현해내는 속도와 방법이 모두 다르다.

함께 “글쓰기를 글쓰기” 공동 매거진을 쓰고 있는 진아 작가님은, 국어 선생님답게 주제가 떠오르면 바로 써 내려가는 “속도감 있는 글”을 쓰신다. 게다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매일 글을 쓰신다.

일본에서 워킹맘으로 일을 하시는 읽는 인간 작가님은, 노트에 펜으로 “글의 지도”를 꼼꼼하게 그린 후 설계에 따라 글을 쓰신다. 그래서 발행한 글은 많지 않지만 글의 완성도는 어느 에세이 못지않게 재미있다.


이 두 작가님의 중간 즈음에서 글을 쓰는 나는, 실행이와 수정이를 가까이에 두고 글을 쓴다.


주제와 관련돼 저 기억 속의 에피소드를 떠올린다. 에피소드와 함께 내 의견이나 생각을 막 쓴다. 결론을 맺지 못한 미완의 글을 일단 저장해 둔다.

며칠 동안 다시 한번 어떻게 글을 이어갈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린다. (적지 않고 생각만 하는 게 문제)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온 날, 저장해 둔 글을 꺼내 수정을 한다. 아예 글을 가라 엎을 때도 있고, 이미 써 둔 글에 다른 글을 덧붙일 때도 있다.

그렇게 글의 결말까지 모두 쓴 후, 뒤돌아보지 않고 발행을 누른다!!!


몇 시간 후, 수정하기를 누른다.

며칠 뒤에 한번 더 수정하기를 누른다.

여전히 남아있은 오타와 비문을 보며

“역시 나는 완벽한 글쓰기와는  거리가 멀구나!” 하고 생각한다.



글을 많이 쓰는 사람, 글을 적게 쓰지만 잘 쓰는 사람, 글을 적당히 쓰지만 오타와 비문을 계속 수정하는 사람. 얼굴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글쓰기의 생김새도 모루 다르다.


절세미인이나 조각남이 존재하지만,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외모를 비교해봤자 무엇할까?

베스트셀러와 스터디셀러가 존재하지만, 우리가 쓰는 평범한 글 또한 비교해봤자 아무 의미 없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내가 처음 썼던 글과 지금 썼던 글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글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내 글은 나에게 가장 완벽한 글이 아닐까?



글쓰기에 대한 실행력이란, 당신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이미지를 눈으로 읽을 수 있는 활자로 시각화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단어 몇 개, 문장 몇 줄이라도 써보는 일이 중요하다.


지금 당신의 생각 속에 있는 글은 무엇인가?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이를,

실행한 글을   보기 좋게 해주는 수정이를 러들여 당신만의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란다.




글쓰기를 글쓰기 공동 매거진은 읽는인간​, 진아​ ,선량 세 명의 작가가 글쓰기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쓰는 공간입니다. 서로 출발한 항구가 다르다 보니 다양한 글쓰기의 항해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드넓은 활자의 바다를 건너 글쓰기라는 같은 곳을 향하게 될 거라 생각해요. 모든 사람들이 쓰는 삶을 살길 바라며 쓰는 글쓰기를 글쓰기, 세 작가의  글이 궁금하시다면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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