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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인간 작가님, 진아 작가님과 공동저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원고를 70퍼센트 정도 준비해둔 상태였지요. (고백하자면 전 겨우 50 퍼센트 정도 써 놓은 상태였....)
지난달, 출판사 대표님과 줌 미팅 후 저희는 따로 남아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어요. 기존에 나와있는 책과의 차별성을 위해, 그리고 독자에게 정말 필요한 책을 만들기 위해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 보니 어느새 새벽 2시를 향하고 있었지요. 출간 일정은 넉넉했지만, 고등학교 선생님이신 진아 작가님께서 5년 동안의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귀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3월 안에 대략적인 초고를 끝내고 싶었습니다.
공동저서는 말 그대로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여러 저자가 함께 쓰는 책입니다. 여러 사람이 쓰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지만, 문체가 제각각이거나 주제는 하나지만 사공이 많아서 자칫하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지요. 이런 이유로 출판사에서 가장 꺼려하는 출판 형태라고 해요.
그런 애로사항을 알고 있었기에 저희는 최대한 문체를 통일하되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써 놓고 보니 참 어렵네요...)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다."는 주제는 그대로 두고, 제목과 목차, 글체까지 모두 수정해야 했습니다. 시중에 나온 글쓰기 책과의 차별성을 위해 그동안 우리 세 사람이 줌에서 만나 나눈 대화들, 카톡으로 나눈 글과 삶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아는 언니들이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콘셉트로 써보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카톡 대화 창을 열고 하나하나 찾아봤는데... 내용이 너무 많더라고요. ( 가족들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눈 사이라니....^^;;;)
그렇게 다시 수정한 원고를 하나로 모아 중간 점검을 위해 대표님께 보냈습니다. 수정된 원고를 보내면서 저희 세 사람은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마치 숙제 검사를 맡는 학생 같았지요. 수정한 원고의 콘셉트를 보고 대표님께서 뭐라고 하실지.... 혹시나 별로여서 다시 재수정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했습니다.
그 와중에 진아 작가님은 길었던 육아휴직을 끝내고 학교로 복귀하셨고, 저는 쓰담쓰담 글쓰기 2기를 시작했고, 읽는인간 작가님은 언제나처럼 바쁘게 워킹맘의 자리를 지키셨습니다.
대표님과의 미팅을 통해 피드백을 받으면 아직 쓰지 못한 나머지 글을 쓰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미팅이 있기 일주일 전, 대표님께서 코로나에 확진되고 말았습니다. 증상이 심각한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푹 쉬셔야 하셨지요. 예정되어 있던 미팅을 일주일 미루었습니다. 저희 세 사람은 피드백 후에 다시 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기대치 못한 휴가를 맞이한 것처럼 가열된 마음의 불을 확 꺼버렸습니다.
진아 작가님은 오랜만의 사회생활로 녹초가 되어 저녁에 아이들을 재우다 잠들어버린다고 하셨어요.
읽는인간 작가님은 원래 바쁘셨고요.
저는…. 글이 너~무 안 써져서 짧은 글쓰기와 독서만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조급한 마음이 순간순간 들었습니다. 계속 쓰다 안 쓰니까 뭔가 잘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다못해 브런치에 뭐라도 내어 놓아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렸습니다. 더욱이 저는 두 작가님과 다르게 단순한 생활을 하고 있으니.... 쓸 말이 없어서 못 쓰는 게 슬프기까지 했습니다.
“작가님들, 우리 공동 저서가 출간된 이후엔 어떤 책을 쓰고 싶으세요?”
읽는인간 작가님이 무심코 던진 질문이 제 마음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서로 어떤 책을 쓰고 싶다, 어떤 책을 쓰면 참 좋겠다~ 이런 류의 카톡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저는 펜을 들고 노트에 쓰고 싶은 책에 대한 주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때 깨달았어요.
'아, 우리는 책을 쓰기 위해 만난 게 아니었구나…. 우리는 서로 가장 좋아하는 글을 쓰다 만났고, 함께 책 한 권 만들고 나면 끝나는 사이도 아니구나. 우리는 서로의 삶을 견인해주는 사이구나….'
“친구와 함께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결코 아니야. 그렇지?”
소년이 물었습니다.
“물론 아니지.” 두더지가 대답했어요.
아무것도 쓰지 못했지만, 카톡으로 대화하며 나누는 마음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결코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각자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그 삶을 살아내고, 다시 만나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공동저서였습니다.
우리의 이 뜨끈한 우정이 저희 책에 잘 담길 수 있을까요?
저희의 진심이 잘 전달될 수 있을까요?
저희 세 사람이 나누었던 그 마음을 한 권의 책에 담아 세상에 내놓았을 때, 많은 독자들이 공감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쓸 말이 있어서 쓰는 게 아니라,
쓰고 싶은 게 있어서 그렇게 살아내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