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
지난해 10월, 밀라노로 떠났다.
무비자 입국 후 워킹 퍼밋이 나오면 다시 한국으로 와서 비자를 신청할 예정이었다.
지난해 12월 말,
워킹 퍼밋 서류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알았다.
지난 1월,
무비자 입국 일 90일 중에 10일을 남겨놓고 귀국했다.
이때부터 기나긴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다시 서류를 준비해서 워킹 퍼밋을 처음부터 신청해야 했다. 한 달이면 나올 거라 했는데 아무 소식이 없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했다….
친지들의 집을 돌아다니며 지냈다. 그런데 가족들이 코로나에 걸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코로나에 걸리면 비행기를 탈 수 없기 때문에 숙소를 잡아 우리끼리 지내기 시작했다.
워킹 퍼밋은 여전히 소식이 없었고, 우리는 삶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것인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가?
이게 맞는 방향인가?
우리가 애를 써도 되지 않는다면 포기해야 하나?
아니면 인내와 연단을 배우는 시기인가?
무엇을 더 내려놓아야 하나?
이 시간을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건 무엇인가?
그 와중에 짧은 글쓰기 모임을 했다. 1기를 마치고, 바로 2기를 연달아 시작했다.
그 와중에 새벽 영어 원서 읽기 모임에 계속 참여했다. The little prince를 두 달 내내 읽었다.
그 와중에 슬로리딩을 혼자 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를 한 달 동안 읽고 필사하고 단상을 적었다.
그 와중에 책 계약을 하고 초고를 쓰고 있다.
그 와중에 전자책 쓰기 일대일 코칭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주에 드디어 워킹 퍼밋이 나왔다. 나오자마자 이탈리아 대사관에 달려가 비자 신청을 했다. 하지만 비자 발급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했다. 빨라도 4월이 지나야 나온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할 말 있으세요?”
“저… 사실은 아이들이 학교를 계속 못 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좀 더 빨리 안 될까요….”
“아… 잠시만 기다리세요. 다시 여쭤 볼게요.”
접수 담당자는 안으로 들어가 비자 담당자를 설득시킨 모양이다.
“일단, 다음 주에 오세요. 원래는 이렇게 빨리 안 되는 일인데요….”
일주일 만에 비자를 받고, 비행기표 예약을 했다.
며칠 전, 어린 왕자 원서 읽기가 끝났다.
다음엔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원서를 읽기로 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홀로 슬로리딩이 끝났다.
다음엔 “월든”을 함께 슬로리딩 할 계획이다.
오늘, 쓰담쓰담 글쓰기 2기가 끝난다. 곧 3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어제, 아이들 PCR 검사를 했다. 다행히 음성이다.
오후에 비행기를 탄다. 내일 밀라노에 도착한다.
오늘은 만우절이다.
내일은 십일 주년 결혼기념일이다.
한국에서의 여행을 끝내고
밀라노의 새로운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지만,
여전히 집은 아니다.
한 챕터의 여행을 끝나고,
새로운 챕터의 여행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