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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Apr 23. 2022

나만의 월든을 찾아서

프롤로그

인터넷에 '월든'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민음사, 은행나무, 더스토리, 현대지성, 펭귄클래식코리아, 길벗어린이, 다연, 열림원, 더스토리, 단한권의책, 파란자전거, 수문출판사, 돋을새김, 황금알북스, 더클래식, 현대문학, 소담출판사.....

원본은 하나인데 번역본은 여러 개라는 게 참 인상 깊었어요.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책이길래 이토록 많은 번역 책이 있는 걸까요?

도대체 월든에는 무엇이 숨어 있길래 사람들의 입에서 그렇게 회자되는 걸까요?

그것이 너무 궁금했습니다.


밀리의 서재에서 수많은 월든 중 하나를 다운로드하였습니다. 그런데 몇 문장 읽지 못하고 덮었습니다. 도대체 뭘 말하고 있는 건지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지요.

얼마 후 다른 번역 책을 다운로드하였습니다. 이번엔 기필코 읽어보리라, 다짐했지요. 그런데 이번에도 몇 장 넘기지 못했어요. 매끄럽지 않은 번역 문장이 신경 쓰여 덜컥 덜컥거리다 덮었습니다. 월든은 나와 인연이 아닌가 보다, 소로의 사상을 이해하기엔 내 지식이 너무 부족한가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성공하기 위해선 새벽 네시 반에 일어나야 하고, 아무것도 없는 흙수저 출신이 유럽에 가서 성공한 것처럼 실패와 도전을 해봐야 하고, 메타버스를 배우고, 알고리즘을 익히고, 블랙 체인을 공부해야 하지요. 공동구매를 하고 구매 대행을 하고, 스마트 스토어를 만들고 쿠팡파트너스를 해야 돈을 벌 수 있지요.

하루에 네 시간만 일하고 먹고살 수 있는 삶을 꿈꿉니다. 부동산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주식?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일은 뭘까요?

아무것도 저에게 해당되는 게 없네요. 그래서 성공을 못하는 가 봐요.



이렇게 빨리 변해가는 세상에서 철학이 무슨 도움이나 될까요?


철학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습니다.

아니, 우리의 삶이 결국 철학이라는 걸 모르고 살았습니다. 철학은 그저 몸이 게으른 자들이 앉아서 머리를 바쁘게 굴려 입으로 나온 말들을 주어 담아 놓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철학을 교과서로만 배운 폐해이자 시험을 보기 위해 달달 외웠던 주입식 교육의 결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주입식 교육에 먹고살아야 하는 고달픈 현실이 만나니, 이건 뭐 철학이고 나발이고. 현실이 아닌 이상을 좇아가는 삶은 뜬구름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나름 글 쓰는 사람인데, 글로 먹고살려면 좀 더 깊은 글을 써야겠지요.

철학적 기본 지식은 있어야겠기에 그나마 읽기 쉬운 책을 하나 골랐어요. 바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책이었습니다. 지난해에 꽤나 유행했던 철학책인데요, 얇고 넓게 철학을 읽을 수 있는 책이었어요. 저는 이 책을 한 달 동안 천천히, 슬로우리딩 했습니다. 하루에 네~다섯 장만 읽고, 줄을 긋고, 필사를 하고 생각을 적는 방법이지요. 그 책에는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가 여럿 소개되어 있는데요, 거기 소로의 월든을 다시 만났습니다.


"장소는 우리가 그 장소를 특별하게 만드는 만큼만 특별해진다.
월든에 오지 마시오. 소로라면 자신의 21세기 팬들을 꾸짖었을 것이다.
자신만의 월든을 찾으시오. 직접 만든다면 더더욱 좋고.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115p, 에릭 와이너 저,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출판그룹(주)]


이 문장에서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나만의 월든을 찾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들었어요. 한국을 떠나기 전에 종이책을 사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번이 아니면 소로를 만날 기회를 얻지 못할 것 같았지요.


근처 중고서점에 가서 월든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마침 강승영 님이 번역하신 이레 출판사에서 출간된 월든이 있었어요. 지금은 절판되었는데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다시 출간된 책이었지요. 앞부분에 연필 자국이 조금 남아있었고, 중간부터는 책이 깨끗했습니다. 오히려 그게 더 좋았어요.

'이 사람도 월든을 다 읽지 못했구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위로를 받아버렸네요.


월든 책을 짐 가방에 쑤셔 넣고 밀라노로 왔습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자신이 없어서 함께 '자신만의 월든을 찾아' 떠날 사람들을 모집했어요.

저랑 비슷한 사람들 (세상의 성공과는 거리가 좀 있는) 열한 명의 여행자가 모였습니다. 저는 좀 더 안전한 여행을 위해 패키지여행을 준비했습니다.


집합 장소 :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집합 시간 : 매주 금요일 저녁까지

준비물 : 월든 책(출판사 상관없음), 펜, 노트

여행 일정 : 7(공식 여행 ) + 1(낙오자를 위한 보너스 기간)

월든 여행 방법 : 매주 주어진 분량을 각자 읽고, 필사를 하고, 단상을 적어 인증합니다.

참고사항 : 노트를 따로 마련하여 필사를 꼭 해주세요. 단상을 많이 쓸 필요는 없지만 한 문장이라도 써주세요. 월든을 찾아가는 길이 많이 고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절대 뛰어가지 마시고, 천천히 속도를 맞춰 걸어주세요.


자! 이제 나만의 월든을 찾아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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