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듯, 아이스크림과 카푸치노에 눈이 먼 우리는 마마 바(mama bar)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하필 위치도 학교에서 집에 가는 길, 오거리 회전 교차로에서 신호등을 두 번 건너면 가게가 나온다. 초록 신호등을 기다리다 보면 마마 바를 바라본다.
“아이스크림 먹고 갈까?”
“응!”
아이들보다도 내가 더 그 가게를 좋아하게 되었다.
가게 이름은 마마(엄마)인데, 가게에서 커피를 내려주는 사람은 이탈리안 아저씨 두 분이다. 둘 다 배가 좀 나왔고, 연배도 나보단 좀 더 있어 보인다. 왜 가게 이름이 마마인지는 물어보지 못했다.
짐작하건대, 그들은 형제이거나 사촌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어머니가 이 가게의 진짜 사장님일지도. 아니면 그들의 어머니의 어머니가 초기 사장님일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에서는 몇 대에 걸쳐 가게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내 짐작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전혀 아닐지도 모른다. 나중에 좀 더 친해지면, 물어봐야지!)
사실 두 아저씨가 너무 비슷하게 생겨서 잘 구분하지 못한다. 둘 중에 한 명은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고, 한 명은 안 된다는 것만 알 뿐이다.
영어 가능 아저씨에게 카푸치노 한 잔과 젤라또 두 개와 '바치 디 다마(Baci di Dama)' 3개를 주문했다. '바치 디 다마'는 마카롱이나 다쿠아즈처럼 생겼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헤이즐넛 맛이 나는 쿠키 두 개가 초콜릿을 감싸고 있다. 그 모양이 여인의 입술을 닮아 붙여진 '바치 디 다마'의 뜻은 여인의 키스라고 한다. 영어 가능 아저씨가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아이스크림과 카푸치노를 다 먹은 후 금액을 물어봤더니, 우리가 뭘 먹었는지 전혀 모르는 것이 아닌가? 아저씨가 이탈리아 말로 뭐라고 말을 했다. 나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그때 다른 아저씨가 지나가면서 영어로 다시 말해주었다. 난 그제야 두 아저씨를 구분할 수 있었다. 영어 가능자와 이탈리아 가능자.
언젠간 이탈리아어에 꼭 능통해져서 두 아저씨와 자유롭게 대화하고 싶다.
단골 가게가 생겼다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이다. “차오”하고 인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오”와 “본조르노!” 두 개 모두 “안녕하세요”지만 약간 느낌이 다르다. “하이”와 “헬로!”의 차이랄까? 우리나라 말로 하면 “안녕~”과 “안녕하세요!”의 차이이다. 그러니까 안면이 있는 사람에게 “차오!”하고 인사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매일 아침 마주친 DHL 직원과도 “차오!”하고 인사했다.
나는 차오~ 할 때 들리는 경쾌한 억양이 참 좋다. 차~하면서 약간 억양이 올라가고, 오~ 할 때는 다시 본음으로 내려와 쭉 뻗어나간다. 차오~ 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면, 나는 분명 더 밀라노에 적응한 것일 게다.
이번엔 테이블에 작은 꽃까지 앙증맞게 올려져 있다. 투박하게 생긴 아저씨가 만들어준 하트 올려진 카푸치노를 아끼며 마셨다. 아이들의 젤라또는 이미 자취를 감췄다.
갑자기 소나기가 후드득 내렸다. 비가 그칠 때까지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갑자기 이탈리안 가능자 아저씨가 뛰어나오더니 테이블에 올려진 화분과 설탕과 티슈 케이스를 챙겼다. 다행히 우리가 앉은 쪽으로는 비가 들어오지 않아 안심하며 여유롭게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비가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았다.
“우리 그냥 맞고 가자~”
오랜만에 비를 맞으며 유유자적 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