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밀라노에서

삶은 여행

by 선량

한낮의 태양은 뜨겁다. 해가 지면 다시 춥다. 반소매 옷을 입었다가 긴팔 옷을 입었다가, 잠바를 입었다가 벗었다가, 겨울옷을 넣었다가 다시 꺼냈더니 5월이 되었다.


두 어린이는 5월을 잔뜩 기다렸다. 5월이 아니라 5월 5일을 기다린 것이 좀 더 확실하지만, 5월이 되기도 전부터 아마존에 들어가 선물을 골랐다. 아들아이는 퍼시픽 림 피규어를, 딸아이는 FGTeeV 만화책을 골랐는데, 이탈리아의 느린 배송일자를 감안해서 미리 주문을 해두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3일 만에 배송이 되고 말았다. 이탈리아 택배가 이렇게 빨라졌다니!! 거의 총알 배송이 아닐 수 없다.



5월이 되자마자 코로나 방역 지침은 완전히 완화되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으며, 그린패스 적용도 모두 해제되었다. 실내에서 조차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어제 하교 시간에 학교 앞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마스크를 써야 해, 말아야 해.... 며칠 전 한국 분의 코로나 확진 소식을 들었다.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인데 방역을 풀고 있는 지금이 심히 염려스럽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정부의 말을 참 잘 듣는다.

이렇게 5월이 되자마자 마스크를 벗어던지다니....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되었음에도 여전히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뭐가 맞는 걸까? 그저 스스로 자기 몸 지키는 수밖에.



5월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숙소 생활을 하고 있다. 항간엔 6개월 동안 집을 구하지 못하고 숙소 생활을 한 사람이 있었다는데, 우리가 그 기록을 깨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 겨우 한 달 되었는데, 좀 더 여유를 갖고 차분히 집을 구해보자고 다짐했....

지만!

그래도 그렇지, 어쩜 이렇게 집이 없는 것인가?



이래도 저래도 시간은 잘도 흐른다.

숙소 근처에 단골 bar가 생겼다. 아이들과 홍 군은 아이스크림을, 나는 카푸치노를 주문한다. 홍 군과 함께 우유 거품 가득한 카푸치노를 마시다가 서로의 입가에 뭍은 거품을 닦아 주며 그럴싸한 농을 던지고 싶지만, 그는 카푸치노를 아니,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디디단 초콜릿 아이스크림 두 스쿱을 열심히 퍼먹는다. 밀라노를 떠나게 된다면 나는 카푸치노를, 아이들과 홍 군은 아이스크림을 가장 그리워할 것 같다.



단골 마트도 생겼다. 우리나라의 홈플러스 같은 마트인데, 체인점도 많고 자체 상품도 꽤 많은 편이다. 그 마트에서는 5월 어린이 달 기념으로 "해리포터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물건을 살 때마다 스티커를 주는데, 그 스티커를 8개 모으면 마법 지팡이를, 10개 모으면 해리포터 미니백을, 12개 모으면 해리포터 인형을, 15개 모으면 해리포터 물통을, 20개 모으면 해리포터 백팩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


12살 아들은 마법 지팡이가 가지고 싶다며 열심히 스티커를 모으는 중이다. 마법 지팡이를 휘두르며

"링가디움 레비오사~" 라고 외치고 싶다나....

진짜 마법 지팡이도 아닌데, 그걸 왜 갖고 싶냐고 딸아이는 따져 물었다.

"그냥! 갖고 싶으니까!"

이제 스티커 하나만 더 모으면 2.5유로에 마법 지팡이를 살 수 있다.

과연 어떤 마법을 부릴지 기대된다....


딸아이는 부엉이 인형을 갖고 싶다더니, 솔직히 엄청 가지고 싶진 않다고 한다. 역시 딸은 날 닮아 현실적이다.



5월이 가고 6월이 오면 우리의 일상은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 한껏 들뜬 마음은 사라지고, 뜨거운 여름을 맞이하느라 분주할지도 모르겠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여름 바캉스 계획을 5월부터 세우고, 숙소 예약도 5월부터 한다고 한다.


우리는.... 아무 계획이 없다. 계획 없이 또 어딘가로 훌쩍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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