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또는인문학 여행기 1. 밀라노 두오모 성당

삶은 여행

by 선량

학교에 다시 간지 2주 만에 아이들이 방학을 했다. 무슨 방학이 이렇게도 많은지.... 봄방학이라고 하는데 지난 3월에 했던 방학은 그럼 무슨 방학이었을까??

다른 가족들은 모두 여기저기 여행을 간다는데, 우리는 한국인!! 한국 회사엔 부활절 휴가가 없을뿐더러 여름휴가 외에 길게 휴가를 낸다는 게 어디 가당키나 하나? 더욱이 남편이 다시 회사에 출근한 지 2주밖에 안 되었다.

뭐, 여행을 가지 못해도 괜찮다. 왜냐하면 여긴 밀라노니까!!

밀라노에만 있어도 가볼 만한 곳이 너무 많다. 그동안은 혼자 돌아다녔지만, 방학이니까 아이들을 데리고 밀라노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우리의 첫 번째 여행지는 바로바로, 밀라노 두오모이다.

두오모라고 하면 다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 나온 피렌체 두오모를 떠올린다.

여기서 두오모란, 성당을 의미한다. 라틴어 Domus가 어원이다. 영어의 돔(Dome)과 어원이 같다. 돔은 반구형의 지붕을 떠올릴 수 있는데, 이탈리아어로 두오모(Duomo)는 하느님의 집을 의미한다. 이탈리아의 큰 도시에는 이런 두오모가 있다. 밀라노피렌체 두오모가 가장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영화에 나왔던 피렌체 두오모가 좀 더 유명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웅장함 면에선 밀라노 두오모가 절대 뒤지지 않는다.


밀라노 두오모 (Duomo di milan)



이탈리아에서 두오모는 단순한 종교적 장소뿐만 아니라 지역민에게 가장 중심적인 장소라고 한다.

과거 도시계획자들은 한 도시를 건설할 때 가장 핵심적인 위치에 두오모를 배치한 후 주변에 시민광장, 관청, 공공시설, 상가 등을 배치했다고 한다. 마디로 '시내에서 만나자'라고 하면 두오모에서 만나자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모든 길이 두오모와 연결되어 있다. 분명히 다른 지하철 역에서 내렸는데 저 멀리 두오모가 보이고, 조금만 돌아서 가면 두오모 광장이 나온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처럼 모든 길이 두오모로 통하고 있다.



두오모 투어 방법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두오모 루프탑 투어, 다른 하나는 두오모 내부 투어.

원래는 성당이기 때문에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고 하는데, 관광객이 너무 많아지면서 성당 관리를 위해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언제나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관광객들을 보면 그럴 만도 한 것 같다.

두오모 광장 : 여행객이 많아졌다.


두오모 루프탑에 올라가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바로 계단과 엘리베이터이다.

계단을 이용할 경우엔 한화로 만 팔천 원 정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경우엔 이만 사천 원 정도이다. 루프탑과 성당 내부 입장까지 할 경우엔 약 삼 만원 정도 하니, 기호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입장싱

우리는 힘든 걸 싫어하는 초딩 두명과 직딩 한 명이 있었기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루프탑 투어와 성당 내부 투어를 선택했다.

현장에서 티켓팅을 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인터넷으로 미리 티켓을 끊는 게 좋다. 미리 티켓팅을 해도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입장기 티켓과 백신 증명서 또는 그린 패스를 보여준다. 가방이 있을 땐 가방 안을 검사하기도 한다.


우리 앞에 있던 젊은이 가방에서 와인 한병이 발견 되었다.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직행이다. 아이고 아까워라….

툴툴 댈 법도 한데, 그 젊은이 몰랐다며 쿨~하게 와인을 버리고 입장한다.


엘리베이터를 통해 루프탑으로 올라가면 멋진 정경이 펼쳐진다. 뾰족뾰족한 성당의 건물의 찬란함에 입을 다물 수 없다. 아름답게 펼쳐진 밀라노 시내 전경을 보는 것 역시 두오모 루프탑 투어의 하이라이트다.


아이들은 제일 먼저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의 위치를 헤아렸다.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자신의 처소를 먼저 헤아리는 건, 역시 원시시대부터 내려오는 본능일까?


많은 사람들이 루프탑에 앉아 일광욕을 하고 있다. 갑자기 더워진 밀라노 날씨답게 옷차림이 꽤 가볍다. 올해 크롭탑이 유행이라고 하더니, 이곳 밀라노에도 그런가 보다. 다들 배꼽을 내놓고 아주 자연스럽게 앉아있다.

부럽다, 저들의 젊음이.



우리도 앉아서 일광욕을 했다.이네 얼굴이 따갑고 덥다. 유럽에서 살려면 이깟 햇볕쯤 이겨내고 노릿노릿하게 테닝을 해야 한다는데, 아이고 뜨거워서 못 견디겠다. 일광욕은 무슨,

"애들아 드가자~"



루프탑부터 계단을 이용해 1층까지 내려간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을 뱅글뱅글 내려가 살짝 어지러워질 때쯤 계단이 끝났다. 여기서 관광객은 두 갈래로 나눠진다. 내부 투어를 끊은 사람은 입장할 수 있고 아닌 사람은 밖으로 퇴장!

당당하게 티켓을 보여주고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성당 내부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웅장했다.

이 성당은 1386년에 착공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초반 작업만 1420 경에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17세기와 18세기엔 더 많은 부분이 건축되었고, 19, 20세기에도 이어졌다나....

지금도 여러 쪽에서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내부에는 그림 작품, 조각상, 유리 모자이크 등 다양한 예술품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곳이 있었다. 이런 곳에서 예배를 드리면 어떤 기분일까?

벽에 새겨진 조각상을 보며 역사적, 인문학적 지식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쪽엔 관처럼 생긴 곳에 미라처럼 생긴 것을 놓아두었다.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았지만, 좀 섬뜩하기도 했다. 촛불을 밝히고 기도하는 사람들을 보니, 간절히 바라는 인간의 모습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어서 또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은 이게 얼마나 귀한 시간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좀 더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는데 이제 그만 나가자는 아이들과 님편 때문에 결국 밖으로 나갔다.

다음엔 꼭 혼자 와서 하나하나 자세히 봐야겠다.



역시 여행의 꽃은 아이스크림이다.

두오모 앞 광장 트럭에서 젤라또를 샀다. 이 근처에서 판다는 엄청 맛있는 젤라또 가게는 아직 방문하지 못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두오모 성당 앞에 앉아서 부쩍거리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정말 여행자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웃음이 났다. 다음에 또 어디로 여행을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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