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어느 날 작가가 되었습니다.
"출간 작가"
참 멋진 단어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썼다는 것도 대단한데, 책을 출간했다니. 그들의 삶은 얼마나 특별하길래 책이 될 수 있었던 걸까?
그런데 막상 그 단어가 나를 수식하게 되자, 말할 수 없는 부담감이 생겼다. 글을 정말 잘 써야 할 것 같고, 맞춤법도 틀리면 안 될 것 같고, 주제가 주어지면 일필휘지로 써 내려가야 할 것 같은 느낌.
첫 책을 출간 후, 그 부담감이 너무 커서 더 이상 글을 못 쓰겠다고 생각했다.
출간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내 실력이 아니라 운이 좋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게다가 하필 코로나가 시작될 무렵에 책이 출간되어 며칠 만에 서점 매대에서 조용히 사라져 버렸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책 중에는 지금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는 책이 있으니, 코로나 탓만 할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책을 쓰고 준비할 때는 내 영혼을 갈아서 썼건만, 그런 노력이 결과까지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그것도 운이 따라줘야 하는 일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어떻게 책을 쓰고, 어떻게 출간 기획서를 써서 어떻게 투고를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내 주위엔 작가는커녕, 글 쓰는 사람도 전무했다. 매일 노트북으로 초록색 창에 "출간 작가"를 쓰고 검색 버튼을 눌렀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 중엔 작가가 어찌나 많던지....
그중에 괜찮은 블로거가 보이면 이웃추가를 했다. 그리고 그들의 출간 과정을 몰래몰래, 가끔은 대놓고 지켜보았다. 그중에 한 블로거를 만났다. 책을 출간한 지 얼마 안 된 작가님이었다. 그는 최근에 유튜브를 시작했다면서 자신의 유튜브를 구독해주고 좋아요를 눌러주면 '출간 기획서' 양식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나는 바로 그의 유튜브를 검색했다.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는 아니었지만, 좋아요를 누르고 구독을 눌렀다. 그리고 비밀 댓글을 달았다.
"유튜브 구독했습니다. 아이디는 000입니다."
며칠 후 그의 유튜브를 보니, 구독자가 천명이 훌쩍 넘어있었다. 나는 그가 보내준 출간 기획서 양식을 다운로드한 후, 조용히 구독취소를 눌렀다.
작가가 되고 싶어서 투고를 밥먹듯이 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창피하지만, 당시엔 부끄러운 줄 모르고 투고를 했다. 그저 내가 단행본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써냈다는 것에 심취해서 책의 내용이나 문장에 대한 고민도 없이 투고를 했다. 출판계의 환경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그때의 내가 부끄럽지만, 자랑스럽기도 하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그러다 어느 출판사 편집장님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글공부를 좀 더 하셔야겠어요...."
그 이메일을 받고 나는 땅굴을 파서 들어가고 싶었다. 지금까지 내가 보낸 모든 원고를 거둬들이고 싶었다.
그런데 그분의 메일 덕분에 글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나는 정말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첫 책을 출간 후, 나는 글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출간 후 첫 북 토크를 준비하면서 나는 나를 많이 포장했다. 그래도 명색에 출간 작가인데.... 좀 있어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나도 썼으니 당신들도 쓸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쓰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더욱이 나 스스로 '작가라고 불리기엔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출간 후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매일 쓰던 브런치에도, 블로그에도 쓰지 못했다. 쓰는 일을 멈추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글을 쓸 때는 모든 시간을 조각내어 글감으로 만드느라 분주했는데, 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으니 시간은 단순하게 흘렀다. 하지만 이상하게 허전했다.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작가가 되었는데, 작가가 된 후에 글을 쓰지 못하다니.... 아무것도 모를 때는 용감하기라도 했는데, 출판계에 살짝 발을 담근 후에는 더 이상 그 물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는 출간 작가가 된 후에야 무엇을 위해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을 시작했다.
무엇을 위해 글을 써야 할까?
나는 그 답을 여전히 찾지 못했다. 단지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 싶었다. 그때부터 책을 읽으며 필사를 했다. 훔치고 싶은 문장을 따라 쓰고, 교훈이 되는 문장을 따라 썼다. 글쓰기와 관련된 문장은 모조리 발췌해서 적어두었다. 그중에서도 은유 작가님의 "글쓰기의 최전선"과 "쓰기의 말"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필사할 정도였다. 작가님의 삶은 따라 살지 못하더라도, 문장만큼은 따라 쓰고 싶었다.
지금도 글의 목적을 찾아가는 중이다.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과거에 썼던 어설픈 글이 나를 다시 이 길로 잡아끌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어서 애썼던 흔적들이 결국 나를 계속 쓰게 만들었다.
출간 작가라는 부담감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결국, 계속 쓰는 방법밖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