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어느 날 작가가 되었습니다.
기획 출간이든 독립 출간이든, 공동저서든 단독 저서든 내 모든 이야기를 담아낸 책 한 권을 내고 나면 힘이 쑤욱 빠져나간다. 초고를 쓰는 일도, 퇴고를 하는 일도, 편집과 책 표지를 고르는 일도, 그리고 출간 후 책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일도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엔 멋모르고 초고를 시작했지만, 퇴고하는 과정에서 멘털이 탈탈 털리고 만다. 탈고만 하면 이제 끝이다 생각했지만, 더 중요한 편집과 표지가 남았다. 그건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일이니, 작가인 나는 지켜만 보겠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내 이름을 걸로 나오는 책이니만큼 편집과 책 표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책 표지에 들어갈 저자 사진과 소개, 뒤표지에 들어갈 문장까지. 어느 것 하나 사소한 게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출간이 남았다. 출간과 함께 언론홍보가 시작될 수도 있고, sns에 책과 저자 소개가 시작된다. 나를 홍보하는 일이 생에 처음 있는 일이라 매일매일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조금 적극적인 사람이라면 열심히 sns에 출간 소식을 알리고, 서평단도 직접 만들고, 이벤트도 하면서 내 책을 홍보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작가들이 두 가지 감정에 휩싸여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그건 바로, '내 책이 나와서 너무 좋긴 하지만, 그만큼 부끄럽다'는 양가감정이다.
대부분 첫 책에는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와 그걸 이겨낸 이야기를 쓰게 되는데, 지금까지 잘 숨겨왔던 나의 민낯이 모두 드러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책의 반응이 좋다면 괜찮을 텐데, 반응이 시원찮다면?
글을 다시 쓸 원동력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절필 위기까지 찾아온다.
작가는 책을 쓰는 것까지만 하고, 판매나 마케팅은 출판사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하물며 베스트셀러 작가님도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직접 자신의 책을 홍보하는데, 나 같은 조무래기 작가가 두 손 놓고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
이때 두 번째 위기가 찾아온다. 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의 성격은 차분하고 내성적이다. 말로 다 하지 못한 내면의 이야기를 글로 쓰다 보니, 점점 더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출간을 하고 나면 내 본성을 거슬러 활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스트레스를 옴팡 받게 된다.
더욱이 첫 번째 책에 내 이야기를 모두 써버렸으니, 더 이상 쓸 말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엔 두 번째 책은 도저히 못 쓰겠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나는 부크크를 통해 두 번째 책을 독립 출간했다. 첫 책 출간 후 글에 대한 부담이 매우 컸지만, 쓰지 않으면 딱히 할 일이 없기도 했다. 다행히도 나에겐 아직 쓸 말이 남아있었다. 첫 책은 자녀 육아서의 형태로 나왔기 때문에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썼다. 두 번째 책에는 '글을 전혀 쓰지 않던 사람이 어떻게 쓰는 사람이 되어 작가가 되었나'라는 내용으로 썼는데, "혼자서 쓰지 말고 세상으로 나와서 함께 쓰자"는 주제였다.
나는 이 책을 출간 후 내 독자의 범위가 넓어졌다고 느꼈다.
브런치 매거진에 30개 이상의 글이 모이면 부크크 사이트에서 브런치 작가 인증코드를 받아 종이책으로 발간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매거진에 내가 쓴 원고 그대로를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고, 인세 또한 1%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부크크 주문형 도서'는 혼자서 글을 쓰고 스스로 교정하고 편집하고 디자인까지 해야 하는, 꽤 지난한 출간 방법이다. 하지만 기획 출간에 비해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주문하면 그때서야 책을 만들기 때문에 책이 잘 안 팔리더라도 피해를 볼 사람이 없다. 더욱이 혼자서 책을 만들어본 경험은 꽤 크다. 내 글을 교정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지만, 그만큼 책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다른 작가님들께 이 방법을 몇 번 권한 적이 있었다. 부크크로 출간하면 교보문고와 예스 24, 알라딘 온라인 서점에 입고되어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나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책을 편집하고 교정을 봐야 한다는 것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더욱이 출판사와 함께하지 않는 방법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생각을 조금 달리해보면 좋겠다. 남들이 모두 향하는 길 말고 다른 길로 돌아서 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남들이 인정해주는 길 말고 나를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
나는 두 번째 책을 직접 만들어본 경험 덕분에 좀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었다. 더욱이 투고에 대한 부담도 많이 내려놓았다. 출판사에 투고 후 별로 반응이 없더라도, "내가 직접 만들면 되지 뭐."라는 깡이 생겼다. 그리고 지금은 글쓰기와 책 쓰기에 대한 강의와 코칭을 병행하며 글을 쓴다.
3년 동안 만든 책이 5권이 되었다. (기획 출간 1, 부크크 독립 출간 2, 전자책 출간 2). 그리고 또 한 권의 기획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비록 지금까지 만든 책 중에 베스트셀러는 없지만, 매년 한 권 이상의 책을 만들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다. 여전히 가늘고 길~~~ 게 가는 중이다.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내는 것이 소원이었다면, 두 번째 책을 쓸 필요는 없겠다. 하지만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면 그 모든 부담을 이겨내고 꼭 두 번째 책을 쓰라고 권하고 싶다. 브런치나 블로그에 애써서 쓴 나의 문장이 쉽게 소모되지 않도록, 그리고 나의 문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나의 글을 책으로 만들길 권한다.
기획 출간의 기회가 다시 찾아온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출판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