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사람, 경험을 사는 사람

2장. 계속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

by 선량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책을 출간한 작가도 있고, sns에 꾸준히 쓰는 작가도 있다. 어찌 되었든 자신의 이야기를 일기장이 아닌 곳에 꾸준히 쓰고 독자와 소통하는 사람을 작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를 쓰고 또 쓰다 보면 소재의 한계가 보인다. 공개적으로 쓰는 글이 "공개적인 일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특별한 뭔가가 필요한 것 같은데.... 나에게 일어난 특별한 일이라는 것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일이라거나 어제와 다른 것이 고작 저녁 메뉴 정도일 때, 더 이상 쓰지 못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자괴감이 밀려온다. 그런 평범한 일상 중에도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내가 가장 부러운 사람은 바로 직장에 다니며 글을 쓰는 작가님이다.

특별할 것 없는 직장생활이라 하더라도 글감을 건져 올릴 수 있는 바다의 넓이가 다르다. 만나는 사람도 다양할 것이고, 경험하는 범위도 더 넓을 것이고, 당연히 인사이트도 더 많이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직장 생활하느라 글 쓸 시간이 없을 수도 있지만.


글 태기 또는 브 태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서는 경험을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용이 들든 들지 않든, 글쓰기 외의 경험을 사야 한다. 그래야 글을 계속 쓸 수 있다.


경험을 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여행이다. 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여행을 가는 것이다. 내 손길과 발길이 닿던 곳이 아닌 낯선 곳에서 새로운 숨결을 느끼며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쓰면 되니까. 국내 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여행은 가장 좋은 글감이자 책의 주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여행 작가님들이 참 부럽다..... 나는 밀라노에 살고 있긴 하지만, 주부와 엄마라는 이름으로 집에 매여 있어서....


나처럼 쉽게 여행을 갈 수 없는 형편이라면?

똑같은 일상을 살짝 바꿀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글 쓰기가 힘들 때 그림을 그린다. 이상하게도 그림을 그리다 보면 불현듯 글감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림에 어울리는 에피소드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림도 그리기 싫을 땐 영어공부를 한다. 작년 10월부터 참여한 EME(Early Morning Englis)에서 영어 원서를 읽는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줌으로 만나 서로 인사이트를 나누는 모임이다. 영어공부를 위해 참가비를 내고 직접 원서를 구입해 활동하는 모임이지만, 원서를 읽고 나누는 과정에서 글감을 건져 올린다. 좁았던 바다가 조금 넓어졌다.


내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경험을 사는 곳은 단연 "글쓰기 모임"에서다.

나 홀로 내 이야기만 쓰다가 함께 쓸 사람을 모집한 가장 큰 이유가 '내 글을 계속 쓰기 위해서'였다. 먼저 글을 쓰기 시작한 선배 작가로서의 경험과 지식을 그들에게 알려준다. 나는 참여한 사람들의 다양한 글을 읽으며 지금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얼마 전에 새로운 글쓰기 모임인 초고 클럽을 시작했다. 초고 클럽은 말 그대로 초고를 쓰는 모임인데, 자신의 이야기로 주제를 정하고 기획서를 만들어 보고, 매주 두 꼭지씩 글을 써서 최소 10 꼭지 이상의 초고를 쓰는 모임이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엔 대부분 글을 처음 써보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나와 함께 쓰기를 시작한 사람들에게 책임감을 느꼈다. 일기 같은 글에서 책 같은 글로 성장하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시중엔 책 쓰기 강의가 많지만 비용적으로 너무 비싸다. 해외에 살고 있어서 시차의 문제가 있었지만 다행히도 아이들이 여름 방학이라 주중에 수업이 가능했다. 이게 일회성 모임으로 끝날지, 꾸준히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완성된 초고로 브런치 작가, 브런치 북, 출판사 투고에 활용할 예정이다.

지난주 한 참가자의 글에 다른 참가자가 이와 같은 피드백을 해주셨다.

"Msg가 조금 들어가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 말을 듣고 내가 처음 책을 썼던 때를 떠올렸다. 출판사 대표님으로부터 똑같은 피드백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Msg라는 말 한마디에 얼마나 고민하며 글을 썼던지.

'내 글은 너무 재미가 없는 것일까? 나에게 문체가 있긴 한 걸까? 그냥 Msg 빼고 담백하게 쓰면 안 되는 걸까?'

일주일 내내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나와 똑같은 피드백을 받았던 분에게 Msg를 극복했던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고민하며 강의안을 새로 만들었다. 바로 글쓴이의 취향과 독자의 취향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담백한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Msg가 잔뜩 들어간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대화체가 잔뜩 들어가 술술 읽히는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인용문이 들어간 강한 어조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취향이 모두 다르니,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글을 쓰면 된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베스트셀러라고 나온 책 중엔 나와 취향이 달라서 절반도 읽지 못한 책도 있으니.


나의 경험과 누군가의 경험이 만나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낸다. 경험의 상호작용은 또 하나의 주제가 되고 글감이 되어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경험을 사는 일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비용이 조금 드는 것도 있지만 많이 해외여행처럼 비용이 많이 드는 경험도 있다. 금전적 비용은 전혀 들지 않지만, 시간과 노력의 비용이 드는 경험도 있다. 힘에 겨운 경험이 있는가 하면 너무 가벼운 경험도 있다.


계속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경험을 사야 한다. 그래야만 계속 쓰는 삶을 이어갈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해외 사는 작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